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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현서 Jun 27. 2024

스페인 3개월 살이(90)

- 마침 -

 오늘 ‘스페인 3개월 살이’를 마친다. 한국을 출발한 지 90일이 되는 날이다. 내가 여행 기간을 왜 3개월로 작정했는지 나도 그 이유를 모르겠다. 다만 2019년 늦가을 스페인 여행을 한 달 (정확하게는 28박 29일) 정도 했는데 그때 아내가 조금 아쉬워했다.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속에서 빈말로 ‘당신 칠순 때 한 3개월 다시 여행 나오면 되지’라고 얘기했는데 그 3개월이란 기간이 내 머릿속에 잠재되어 있었던 것 같다. 뭐 그렇다는 것이고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어쨌든 오늘로 ‘Mission Completed’ 했다.


 어젯밤에 한국으로의 출발을 위한 짐을 99% 싸놓았으므로 아침에 특별하게 더 손 볼 일이 없다. 비행기 출발 시간은 오후 8시이기 때문에 시간이 너무 많이 남는다. 그렇다고 이제 무엇을 하기는 어렵다. 12시에 호텔 방을 비워줘야 한다.


 아침 식사는 동네 산책을 하다가 조그만 카페에 들어가서 커피와 주스 그리고 츄러스로 간단하게 때운다. 한 가지 이상한 것은 이 동네가 동양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는 주택가이어서인지 모르겠는데 우리가 지나가면 관심 있게 쳐다본다. 카페에서도 그렇다. 그란 비아 거리에 가면 중국 사람들이 널려 있더니만...



 식사 후에 동네 소공원 벤치에서 멍 때리고 앉아 있어도 시간이 가지 않는다. 다시 호텔에 들어와서 로비에 앉아 있다가 12시가 다 되어 체크아웃하고 아내의 희망대로 공항으로 나와 버린다. 아내는 차라리 공항에서 시간 보내는 것이 났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는 마드리드 1 공항 환경이 편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일찍 나가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 세상에 나이 들어 조강지처 이겨먹는 남자가 있겠는가? 우버 택시 불러 공항에 도착하니 1시가 조금 넘는다. 와~ 이제 7시간을 어떻게 하라고....



 ‘스페인 3개월 살이’ 90일째 되는 날은 이렇게 시시하게 끝난다. 그런데 무슨 큰 일 한 것도 아니고 돈 쓰고 여행한 것밖에 없으니 장대하고 화려하게 끝날 일이 없다. 공항 카페에서 맛없는 보카디요 샌드위치 하나 먹고 지루하게 기다리다 출국 수속을 한다.



 며느리가 중심이 되어 아들 내외가 마련해 준 프리스티지 클래스 항공권이 있어 수속은 빨리했고 또 이민국을 통과한 후 프리스티지 라운지 가서 간단한 간식도 한다.



 면세점에서는 손자 주기 위해서 스페인 토속과자인 투론(Turron)을 구입한다. 며느리는 손자가 단 것을 먹으면 안 된다고 수시로 말하지만 할아버지 마음은 어데 그런가. 그냥 빈손으로 갈 수가 없다.


 프리스티지 좌석이 편하기는 하다. 이번 아내의 칠순 여행은 자식들의 도움으로 호사를 누린다. 비행기가 이륙을 한다.



 비행기가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스페인 3개월 살이 이제 '마침'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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