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zel Dec 19. 2023

미국인 엄마와 8세 딸의 한국어 사랑

엄마처럼 한국어 배우고 싶어요!

오늘 아침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사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J와 수업을 하고 있는데 곱슬곱슬한 까만 머리를 양쪽으로 올려 묶은 J의  화면에 얼굴을  내밀었다. 배시시 웃는 모습이 귀엽다. 엄마 J랑 수업하고 있으면 8살 된 딸 R은 가끔씩 화면에 나타나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가워요", "감사합니다"라고 말한 뒤 쏜살같이 도망가곤 했었다.


오늘은 빨리 달아나지 않고 "저도 한국어 공부하고 싶어요. 저도 가르쳐 주실 수 있나요?"라고 수줍게 영어로 물었다.  


한국어 공부에 진심인 엄마를 따라 딸 R도 귀동냥으로 한국어를 익힌다고 한다. 한국어를 무척 배우고 싶어 해서 엄마 J간단한 한국어 표현을 딸에게 가르쳐주고 다. R은 가끔씩 J를 한국어로 "엄마"라고 부른단다. 노래를 잘 부르는 J는 딸 생일에 한국어로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R. 생일 축하합니다."를 불러줬다고 했다. 모녀의 한국어 사랑은 못 말린다.


J는 딸이 볼 수 있도록 큰 포스터 용지에 한국어 어휘, 구, 문장을 빼곡하게 써서 벽에 붙여 놓았다. '기분'을 나타내는 한국어 어휘 왼쪽에는 얼굴 표정 이모티콘을 그리고 오른쪽에는 영어로 번역을 해 놓아 초등학생 R이 이해하기 쉽게 하였다. J도 오며 가며 한국어 표현들을 익힌다고 한다. J가 얼굴과 몸을 옆으로 비켜 빼면서 화면 너머에 는 포스터내게 보여주었다. '열받아요'가 눈에 들어온다. 이런 표현도 아느냐며 웃었더니 K-드라마에서 배웠다고 했다.


J의 집 벽에 붙여놓은 한국어 포스터


딸 R은 STEA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rts and Mathematics) 융합인재교육을 받고 있다. R보다 5살 위인 13살 들 A는 학교에서 수학 천재라고 불린단다. 한국 엄마들과 마찬가지로 미국 엄마 J도 공부 잘하는 두 아이들이 무척 자랑스럽다. 직장을 풀타임으로 다니고 외교관이 되기 위해 외무고시까지 준비하며 두 남매를 키우는 싱글맘 J는 항상 피곤하고 지쳐있지만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뿌듯함과 대견함으로 얼굴이 빛난다.


한국어를 진심으로 배우고 싶어 하는 똘똘한 소녀 R에게 물론 가르쳐준다고 했다. 귀여운 꼬마 아가씨70을 바라보는 은퇴한 내게 가르쳐달라고 하니 어찌 고맙지 아니한가.



사진 출처: Freepik


작가의 이전글  파이팅! Fighting!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