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는 언제나 직장인들의 주요 관심사다. 하지만 재무설계는? 아직은 용어가 낯설거나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사람이 대다수다. 비슷한 말 같으면서도 많이 다르다.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
재테크의 목적은 단순히 내 돈을 불리는 것에 있다. 은행에서 많이 볼 수 있는 5,000만 원 만들기, 1억 만들기 등이 대표적인 재테크식 접근방법이다.
수 천만 원이나 되는 큰 목표금액들은 재테크를 원하는 사람들을 유혹하는 최고의 덫이다. 그들의 목표는 큰 목돈을 만드는 것이고, 그것을 위 상품들이 해결해줄 것 같으니까 말이다.
이처럼 재테크는 내가 가진 돈을 어떻게 불려 나갈 것인가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므로 재테크를 하는 사람들은 '어떤 상품'을 가입하느냐부터 고민하고, 그 고민의 핵심은 이자를 얼마 주느냐에 있다.
재테크는 지극히 상품 중심적이다. 무작정 상품에 가입한 뒤, 우여곡절 끝에 목돈을 마련하고 나서야 (대부분 목돈 만들기도 어려워하지만) 그 돈으로 뭘할지 고민을 하고 걱정을 한다.
하지만 재무설계는 "왜 1억을 만드세요? 그거 만들어서 어디 쓰실 거예요?"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시작한다. 즉, 저축 상품이나 방법보다는 ‘저축의 목적’에 먼저 초점을 두는 것이다. 상품을 결정하기 전에 본인의 인생전반에 걸친 목표와 계획을 가장 먼저 수립한다.
'목표가 따로 있나? 그냥 최대한 많이 모으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은 철저하게 재테크적 관점이다.
단순히 1억 만들기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목돈 만드는 게 내 인생의 목표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 진짜 목표는 그 돈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이다.
재무설계에서 '구체적인'목표는 매우 중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구체적이란, 그 목표가 달성될 시기와 필요한 금액을 명확히 하는 것을 말한다.
ex) 5년 뒤 주택자금 2억 / 10년 뒤 자녀 대학 등록금 4,000만 원 / 30년 뒤 노후자금 10억 등
이것을 재무목표라고 부른다.
재무설계는 재무목표를 가장 먼저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저축계획을 세우고 나서 마지막으로 금융상품을 선택한다. 즉, 재무설계는 재테크를 반대로 하는 것이다.
재무목표의 중요성
재무목표의 유무가 재테크와 재무설계를 구분하는 가장 큰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재테크는 구체적인 목표 없이 무작정 상품에 가입하지만, 재무설계는 목표를 먼저 설정한다. 그렇다면 재무설계에서 재무목표를 가장 먼저 설정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첫째, 목적 없는 자금은 쉽게 조성이 안 되기 때문이다.
여기저기 알아보며 이상품 저상품 가입은 하는데 목돈이 생각보다 모이지 않는다. 왜 그럴까? 이유는 단순히 재테크로 접근했기 때문이다.
그저 ‘돈을 모으기 위함’ 이 유일한 목표였기 때문에 돈이 어느 정도 모이고 나면 쉽게 사용된다. 잘 모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돈이 생기고 나니 갑자기 필요한 것들, 사고 싶은 것들이 생겨난다. (원래 눈에 보이는 돈은 쓰고 싶기 마련이다.) 그래서 가입한 상품을 쉽게 해지하고 마는데, 특히나 몇 년씩 장기간 저축하는 상품은 더욱 유지가 어렵다.
이것이 반복될 경우, 내 순자산의 크기를 곡선 그래프로 그려보면 마치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락내리락할 것이다. 그러한 저축 형태로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큰돈을 모으기 힘들다.
마라톤 풀코스인 42.195km를 5시간 동안 달릴 수 있는 원동력은 어디서 나올까? 바로 완주라는 목표에서 나온다. 아무 이유 없이 운동장을 5시간 동안 달리라고 하면 성공하기 힘들다. 뛰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마라톤 완주, 즉 목표 달성에 대한 짜릿한 성취감과 기대감이 5시간을 달리게 하는 원동력이다. 그것이 있기 때문에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버틸 수가 있는 것이다.
저축도 마찬가지다. '뚜렷한 목적'이 없는 저축은 유지가 어렵다. 목표가 있어야만 만기까지 유지할 가능성이 커진다. 해지하고 싶더라도 그 저축을 통해서 만들어갈 미래의 목표들을 다시 한번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떤 금융상품이든지 중도에 해지하는 순간 금전적으로 혹은 기회적으로 손해일 수밖에 없다. 뭐든지 유지하면서 이자에 이자를 붙여나가야 하는데, 본인의 재무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작정 가입하는 상품은 오래 유지되지 않는다.
일단 가입하고 보는 재테크와는 달리, 목적을 가장 먼저 정하고 저축에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유지율을 높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재무설계는 목표 설정을 가장 우선시한다.
둘째,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함이다.
우리들은 모두 저축을 한다. 자동차를 구입하기 위해서, 집을 사기 위해서, 자녀교육을 위해서, 혹은 본인의 노후를 위해서다.
하지만 무작정 저축만 할게 아니라 어느 시기에 얼마만큼의 돈이 필요할지 정확하게 계산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주택을 마련할 생각이라면, 어느 동네에 어떤 집을 언제 사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내가 현실적으로 그 기간까지 모을 수 있는 돈은 얼마인지, 부족한 부분은 얼마이고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대출은 얼마 정도 받을 것인지 등을 현재 시점에서 파악할 수 있다. 즉, 그 목표가 실현 가능한 것인지 판단해볼 수 있는 것이다.
현재 본인의 재무상태와 앞으로 발생할 소득을 예상해서 현실적으로 이룰 수 있는 목표를 세운 뒤에 저축을 시작함으로써, '내가 이렇게 벌어서 집을 살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불안함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노후저축도 다르지 않다. 언론에서는 노후 빈곤이니, 노인 파산이니 호들갑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구체적으로 본인의 노후를 계산해 본 사람은 몇이나 될까?
세액공제를 해준다고 혹은 비과세가 된다고 무작정 가입할게 아니라, 목표 설정과 계획이 가장 우선시되어야 한다.
내가 이 회사에서 몇 살까지 일할 수 있을지, 1차 퇴직 후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국민연금은 얼마를 받을 수 있을지, 그리고 내가 바라는 노후생활은 어느 수준인지 등 모든 부분을 충분히 생각하고 고려해서 목표를 설정하고, 저축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 역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함이다.
자녀 교육비도 마찬가지다. 자녀가 몇 년 뒤에 대학을 가는데, 등록금을 미리 저축해놓을 생각이라면, 대체 얼마를 저축할 것인가?
그냥 적당히 했다가는 분명 정확한 금액을 준비하지 못하고, 모자라거나 남을 것이다. 즉, 비효율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해서 몇 년 뒤 등록금은 얼마 정도 할지 현재 시점에서 계산해보고, 목표금액을 설정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저축액을 정확하게 도출하는 것이다.
셋째, 목표가 달성될 시기와 필요한 금액에 따라서 선택해야 하는 상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상품이나 저 상품이나 모두 그럴듯하게 꾸며놨기 때문에 금융상품의 장점만을 보고 선택한다면 시야가 좁아질 수밖에 없고, 결국 나의 재무상황에 알맞은 상품을 선택하기 어려워진다.
본인의 목표와 계획에 따라서 상품은 어떻게 달라질까?
비교적 단기간에 실행해야 할 목적이라면 재테크가 그다지 의미 없다. 그냥 한 푼이라도 안 쓰고 더 모아놓는 게 재테크다. 예금과 적금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6개월 ~ 1년 뒤에 자동차 구입이나 해외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해당 기간을 만기로 하는 적금을 가입하면 된다. 단기간에는 펀드 등에 투자해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보장이 없고, 투자수익이 난다고 해도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예적금으로 안전하게 돈을 모아놓는 게 좋다.
하지만 당장에 급한 게 아니라 주택자금이나 노후자금 같이 몇 년 뒤, 혹은 몇십 년 뒤의 목표라면? 그 정도의 긴 기간이라면 투자의 위험을 상당히 줄일 수 있고, 높은 수익률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므로 기간이 충분하다면 주식형 펀드 같은 위험자산을 섞어서 은행 이자 이상의 수익을 얻는 게 효율적이다.
위 목표들은 자동차처럼 금액이 대략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가능한 한 큰 금액이 필요한 목표들이다. 항상 부족하고 모자랄 가능성이 크다. 특히나 노후자금은 생각보다 많이 필요하다. 30년, 40년 뒤의 물가로 준비해야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중장기 재무목표 달성을 위한 투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이처럼 본인의 재무목표에 따라 가입해야 하는 상품이 달라지기 때문에 보다 합리적인 자산배분을 위해서는 상품을 선택하기 전 목적을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재테크? 재무설계?
위의 이유들로 인생의 여러 목표들을 효율적으로 이루어가기 위해서는 금융상품 선택보다 재무목표 설정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한마디로 재테크가 아닌 재무설계를 해야 한다. 재무설계란 목표를 가장 먼저 설정하고 그것을 달성시켜나가는 길고 긴 과정이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목표가 있기 때문에 저축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제거할 수 있으며, 가장 효율적인 금융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월급관리, 목돈마련에서 큰 성과를 얻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 재테크를 했기 때문이다.
재테크는 금융상품을 가입하고 그것으로 저축을 하고 나서 그 돈으로 무엇을 할지 고민한다. 하지만 굉장히 막막할 것이다. 구체적인 계획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가입한 상품이 본인의 재무상황과 전혀 맞지 않는 것이었을 수도 있다. 첫 단추부터 잘못 꿴 것이다.
단순 재테크는 우리의 고민을 해결해주지 않는다. 또 다른 고민을 낳을 뿐이다. 재테크는 우리의 목표들을 달성해나가는 데 있어 하나의 방법이고 수단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