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에 소주 한 잔

시간이 익어가는 냄새

by 잭변 LHS


달궈진 불판 위에, 하얀색을 품은 선홍빛이 두툼한 삼겹살이 두 덩이 올라간다. 혹여나 네가 불편할까 싶어 내가 할게 내가 할게 하며 다투어 보다가 결국 네가 집게를 집어 든다. 집게를 집어 든 너의 술잔이 머쓱해서인지 나는 대신 네 소주잔을 채워준다.


익지도 않았지만, 여하튼 고기가 나왔으니 한 잔 더 하자. 기껏 안주로 가져가는 것은 엉켜진 파채지만, 술은 시원하게 목을 타 빈속을 채운다.


마침내 가위가 입을 벌려, 고된 인내의 시간이 멀지 않았음을 알린다. 한 점 두 점, 아직 채 익지 않은 쾌락의 덩이들이 불판 위로 떨어진다. 너는 잘 지냈냐, 나는 못 지냈다 하는 별 것 없는 이야기의 온도에도 고기는 지글지글 익혀진다.


삼겹살이 입에 들어가기도 전부터, 기분이 날아갈 것 같은 것은 소주 탓인가. 내 생각에는, 당신과의 시간이 불판 위에 노릇하게 구워지는 이 완전한 냄새 탓인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