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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호 Jun 07. 2024

할아버지가 만든 손자 생일케이크

그 남자의 홈베이킹



외손자가 두 돌이 되었다. 우리 부부와 딱 육십 년 차이가 나는 호랑이 띠. 그래서인지 정이 간다. 누가 남자 아니랄까 봐 아이가 정말 활동적이다. 삼십 분만 따라다녀도 진이 다 빠진다. 커서 뭐가 되려는지 바퀴 달린 것을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중장비. 덤프트럭, 레미콘, 포크레인, 불도저, 타워크레인 같은 걸 정말 좋아한다. 며칠 전, 딸이 나에게 부탁하였다.


"아빠, 쭌이 생일케이크 만들어 줄래요? 빵 구워서 생크림만 발라주면 내가 데코 하면 되는데."


"그래, 그러지 뭐."


하나밖에 없는 손자 생일케이크 못 만들어주랴 싶었다. 원한다면 하늘에 별이라도 따다 줄텐데. 딸은 케이크 위에 손자가 좋아하는 중장비 장난감을 올려 데코를 할 거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생크림이 쉽게 녹지 않게 단단하게 만들어 달라고 하였다.


"아하, 그래서 나에게 부탁하는구나. 제과점에서 파는 부드러운 케이크로는 그렇게 데코 하기가 힘들지."


그렇게 해서 오랜만에 제누와즈라고 하는 케이크 빵을 구웠다. 하도 오랜만이라 헷갈렸지만 기억을 더듬어 작업 시작.




1. 제누와즈 만들기


재료: 계란, 설탕, 소금, 버터, 박력분 밀가루, 바닐라분말


먼저 스텐볼에 저속으로 계란을 풀어준 후, 설탕과 소금을 넣고 고속으로 휘핑한다. 마지막 단계에 중속으로 속도를 줄여 거품 입자가 고르게 한다. 주걱으로 떠서 손가락으로 그었을 때 길게 자국이 그대로 남을 정도면 끝.


가루재료를 체에 걸러 넣고 주걱으로 밑바닥을 긁듯이 떠서 들어 올리며 섞는다. 가루재료가 다 섞였으면, 녹인 버터에 반죽 일부를 넣고 애벌반죽을 만든다. 그렇게 해야 버터와 반죽의 분리현상이 생기지 않고 전체적으로 고르게 섞인다.


애벌반죽을 본 반죽에 붓고 역시 바닥을 긁듯이 떠올리며 섞는다. 전체적으로 고르게 섞였으면, 미리 이형지를 깔아 놓은 2호 원형팬에 70% 높이까지 반죽을 넣는다. 팬을 가볍게 바닥에 떨어트려 거품을 빼주고 달궈둔 오븐에 넣고 굽는다.


오븐에서 180°C 로 30분가량 구워주면 됨. 구움색이 많이 나면 중간에 이형지로 윗면을 덮어준다. 젓가락으로 가운데 부분을 찔러보아 속까지 반죽이 다 익었는지 확인한다. 다 굽힌 빵을 팬에서 분리하여 식힘망에 거꾸로 놓고 식히면 둥근 윗면이 납작하게 되어 케이크 만들기 편하다.


2. 생크림 만들기


재료 : 생크림, 설탕, 레몬즙, 크림치즈


스텐볼에 생크림과 생크림의 10% 정도의 설탕을 넣고 고속으로 휘핑한다. 동물성 생크림이 고소하고 영양가도 은데, 집 근처 슈퍼에 없어서 식물성 생크림을 사용함. 색깔을 내기 위해서 초콜릿을 중탕으로 녹여서 넣으려고 하였으나, 집에 있는 초콜릿의 용도가 달라 잘 녹지 않는 관계로 생략함.


고속으로 휘핑하여 입자가 거칠어진 생크림을 다시 중속으로 휘핑하여 입자를 고르게 만든다. 스텐볼을 기울였을 때 아래로 흐르지 않고 형태를 유지하고 있으면 . 레몬즙과 실온에서 녹인 크림치즈를 넣고 휘핑기로 고르게 섞어준다. 생크림 8:크림치즈 2의 분량으로 섞어주면 단단한 질감의 생크림을 만들 수 있다.


3. 케이크 시트 쌓기


제누와즈를 빵칼을 이용하여 가로로 세등분으로 나눈다. 불룩한 부분은 잘라내는 게 좋다. 케이크 시트 한 장을 깔고 그 위에 생크림을 고르게 펴 바른다. 그리고 그 위에 케이크 시트 한 장을 더 올리고 생크림을 펴 바른다. 케이크 시트 한 장을 다시 올리고 전체적으로 생크림을 펴 바른 후, 주걱이나 스페츌라 등의 도구를 이용하여 케이크 모양을 잡는다.


크림치즈를 넣은 단단한 생크림이라 그런지 표면이 매끄럽게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딸에게 사진을 찍어 톡으로 보내 주니, 윗면에 중장비를 올릴 것이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고 거친 게 더 낫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케이크 만들기 끝.




외손자 생일날, 전날 만들어 냉장고에 보관해 둔 케이크를 들고 딸네 집으로 갔다. 딸이 미리 사둔 '우리동네 공사현장' 장난감을 보니 슬며시 웃음이 지어졌다. 딸은 다이제스티브 비스킷을 가루 내어 흙까지 만들었다. 과연 어떤 모양이 나올까?



두둥!


사돈 내외분과 함께 한 음식점. 딸과 사위가 함께 데코를 해가지고 온 생일 케이크. 포크레인이 이미 한쪽 모퉁이를 파내고 있고, 그 위에 타워크레인이 서 있고. 안전모 쓴 외손자는 언덕 위에서 뒷짐 지고 감독하고 있고. 완전 공사장이 따로 없었다. 그 모습을 본 외손자가 눈을 번쩍 크게 뜨고,


"우와!"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노랫소리에 맞추어 아이가 박수를 치더니, '후우~' 하고 촛불 두 개도 꺼 버렸다. 어느새 저렇게 컸는지 세월 참 빠르다.


"쭌아, 부디 건강하고 튼튼하게 잘 자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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