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과 나누지 않고 지역 식료품점에 가는 게 부끄러울 것 같았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주의 인구 1만2천 명의 소도시 민든에 위치한 중소기업 파이어본드의 경영자가 기업을 매각하며 한 말이라고 한다. 이 얼마나 인간적인가. 그 말 한마디로 그의 인간성과 경영철학이 어떤 것인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바로 인간존중의 정신. 그는 훌륭한 경영자 이전에 진정코 인간적인 사람임이 분명해 보인다.
파이어본드 최고경영자인 그레이엄 워커는 회사를 글로벌 전력 에너지 관리기업 이튼(Eaton)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매각 대금의 15%를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조건을 포함시켰다고 한다. 이에 따라 정규직 직원 540명에게 지난 6월부터 2억4천만 달러(원화 3467억 원) 규모의 보너스 지급이 시작되었다. 직원들이 받는 보너스는 평균 약 44만 달러(6억4천만 원)이다. 향후 5년간 근속을 조건으로 분할 지급된다. 단 65세 이상 등 은퇴를 앞둔 직원은 근속조건 없이 전액을 받을 수 있다. 그가 5년간 분할 지급을 조건으로 한 이유는 수혜를 받는 직원들의 세금부담과 근속유지 측면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업을 팔면서 직원들의 절세와 고용승계까지 염두에 둔 경영자. 그가 끝까지 직원들 편에서 고민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왜 매각대금의 15%를 직원들에게 배분하기로 했냐는 질문에, '정확한 비율에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10%보다는 많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의 생각에 직원들이 최소한 회사가치의 10% 이상은 기여했다고 본 것이다. 파이어본드는 1982년 워커의 부친 클로드 워커가 설립한 회사로, 한때는 통신과 전력 인프라 시장 성장에 사업을 확장했지만, 1998년 공장화재와 닷컴버블 붕괴 등의 이유로 큰 위기를 겪었다고 한다. 이후 2020년 코로나19 때 클라우드와 인공지능 수요 급증으로 매출이 급성장하였고, 최근 5년간 매출이 약 400% 증가하였다.
회사가 위기에 처했을 때 경영자의 경영능력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직원들의 자세와 노력도 중요하다. 좋은 기업은 직원들이 똘똘 뭉쳐 위기극복을 위해 노력하지만, 나쁜 기업은 회사의 비리나 경영자의 그릇된 경영관행을 폭로하기 바쁘다. 모르긴 몰라도 파이어본드의 경우 회사가 위기에 처했을 때, 직원들이 희생을 감수하면서 까지 회사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그 노력이 회사의 성장을 이끌어 냈고, 직원들에게 파격적인 보너스로 되돌아왔다.
"노동자 해고를 위한 조직을 구축하고, 의도적으로 욕설을 사용하고, 갈등을 의도적으로 증폭하라."
요즘 정치사회적으로 뭇매를 맞고 있는 한 물류유통 대기업의 오너가 자신의 경영철학이라며 관리자들에게 공유했다는 내용이다. 그의 경영철학에는 어디를 보더라고 인간다움이 없다. 그는 직원들을 단지 기계부품 내지는 소모품으로 보았음이 분명해 보인다. 쓰다가 수명이 다하면 폐기처분하는 존재. 그 회사는 전부터도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왔다. 작업장에서 직원들이 다치거나 죽고, 직원들에게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하여 꼼수 고용계약을 하고. 그러다 급기야 이번의 사태가 터졌다. 그러고는 반성은커녕 변명 일색이다.
관리자들의 입장에서 기업 오너의 경영철학은 절대적이다. 오너가 돈밖에 모르고 직원들을 소모품처럼 생각하는데, 그에 반하여 관리자가 직원들을 위한 정책을 펼칠 수는 없다. 그런 낌새라도 보였다가는 자신의 밥줄을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관리자들은 최대한 비용을 절감하는 현상유지 관리를 하게 되고, 직원들은 곳곳에 구멍이 뚫리는 것을 알면서도 모르는 체 소극적으로 일을 한다. 일이 터졌을 때, 오너는 '나는 모르는 일이다, 실무자들이 알아서 한 일이다.'고 발뺌을 하지만, 전적으로 오너의 책임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오너 스스로 그런 조직을 구성하고 그렇게 하도록 분위기를 조장하였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직원들이 다 안다.
이번 사태가 터지자마자 회원 탈퇴를 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열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그 앱을 찾을 수가 없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아예 그곳에는 회원가입조차 하지 않았었다. 그런 기업인줄 진작에 알아봤던 것일까? 아무튼 -1만큼 불만표시를 했어야 했는데, 그런 소극적인 저항조차도 하지 못한 게 정말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