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국민의 알 권리를 확대하고 남북간 신뢰를 회복한다는 명분으로 북한 매체 전면 개방을 추진한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노동신문 및 인쇄물의 경우 신분 확인과 서약서 제출 후 열람이 가능한 '특수자료'였으나, 이제는 '일반자료'로 전환되어 통일부 북한자료센터, 국립중앙도서관, 국회도서관 등을 방문하여 자유롭게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나아가서 통일부는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이 운영하는 60여 개 웹사이트에 대한 온라인 접속 차단을 해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목적은 '국민을 선전 선동의 대상이 아닌 주체적 존재로 대우하고, 체제 경쟁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대결과 단절의 대북 정책에서 탈피하겠다.'는 것이다. 이 보도를 접하며 목적은 그럴듯해 보이나 그 속에 감춰진 불편함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첫째로 정보의 비대칭이다. 북한에서의 인터넷 보급률은 0.1% 이하라고 한다. 겨우 일이천 명 정도의 초고위층이나 쓸 수 있다고 한다. 나머지 사람들이 접속할 수 있는 망은 인터넷이 아닌 인트라넷이다. 몇 달 전 대북방송 중단을 발표하면서, '요즘 인터넷만 보면 누구나 다 알 수 있는데 굳이 대북방송을 할 필요가 있나.'고 하였다고 한다. 혹시 인터넷과 인트라넷도 구분 못하는 것은 아니길 바란다. 대북전단 살포 금지, 대북방송 중단 등 북한주민의 알 권리는 철저히 봉쇄하고, 북한주민의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정부가 국민의 알 권리를 내세우는 모습에 내 낯이 간지러운 건 왜일까.
둘째로 노출의 중독성이다. 북한이 운영하는 웹사이트의 목적과 내용이 어떠하리라는 건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능하다. 공산주의 체제 선전, 독재자 우상화, 북한 현실 미화, 남한 사회 비난 등. 북한 선전과 남한 비난이 주 내용이지 않을까 싶다. 문제는 노출의 중독성이다.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그 이야기를 반복해서 듣다 보면 마치 가랑비에 옷 젖듯이 그 이야기에 스며든다. 반복노출과 반복학습. 북한주민들이 어려서부터 받았던 세뇌교육과 다름 아니다. 특히 사람들은 스스로 찾아낸 정보에 대하여는 믿음이 강하다. 그러므로 북한이 운영하는 웹사이트에 스스로 접속하여 찾아낸 정보에 자주 노출되다 보면 이성적 판단력을 잃기가 쉽다. 그게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그곳에서 얻은 내용을 무분별하게 사방으로 퍼 나를 것이 분명해 보인다. 요즘이 어떤 세상인가? 알고리즘이라는 게 있어서 내가 원하는 게 아니더라도 어쩌다 한번 본 죄로 알고리즘에 갇히는 세상이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북한의 선전 선동에 빠져들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는 것이다. 한때 젊은 층에서 북한의 김정은을 연예인 보듯 하던 때가 있었다. 자칫 우리 사회에 김정은 팬덤이 생겨날 수도 있다.
셋째로 사이버 범죄의 통로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운영하는 웹사이트에 접속할 경우 접속자의 IP 주소가 그들의 수중으로 넘어간다. 그들은 접속정보를 활용하여 여러 전략들을 펼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더 심각한 건 접속자의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악성코드를 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내 컴퓨터나 폰 내용을 그들이 속속들이 들여다본다고 생각해 보자. 극단적인 예일지 모르지만 그들은 내 은행잔고를 '0'으로 만들 수도 있고, 내 폰에 신분증 사본이 있다면 그것을 이용하여 대출을 받거나 대포통장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한 것처럼 유언비어를 퍼뜨릴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나의 인터넷 접속정보와 성향을 분석하여 그들의 포섭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알다시피 북한의 해커조직은 세계적인 실력자들이다. 그들이 북한의 웹사이트를 근거지로 삼는다면 단순한 범죄를 넘어, 접속자를 통하여 정부기관이나 민간기업에 침투할 우회경로를 수도 없이 만들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그야말로 그들에게 고속도로를 깔아주는 일이 될 것이다.
넷째로 사이버 전쟁의 주도권을 넘겨줄 수 있다. 남한 곳곳에 수많은 북한 간첩이 은닉하고 있다는 게 기정사실이다. 과거에 보면 이들이 북한 매체 방송을 통하여 지령을 받았다. 그래서 밤늦게 수상한 방송을 청취하는 자는 신고하라고 하였다. 이제는 기술의 발달로 지령을 받고 결과 보고를 할 수단이 다양해졌지만, 북한 매체를 전면 개방하면 전혀 다른 통로를 열어주는 꼴이 된다. 일시에 또 상시적으로 많은 간첩들에게 지시를 할 수 있고, 그곳을 통하여 결과 보고를 받을 수 있다. 사진 동영상 등 대량 파일도 언제 어디서건 손쉽게 업로드가 가능하다. 그리고 유사시에는 일시에 전 사이트를 통하여 지시를 내리고 특정 행동을 획책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정도가 평범한 사람인 내게 당장 떠오르는 생각들이다. 아마도 우수하고 똑똑한 정부 당국자들이 그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지 않을까 싶기는 하지만 우려스러운 게 사실이다. 보수정권에 비하여 과거부터 북정권에 대하여 우호적인 정책을 펼쳐왔던 진보정권에서 북한의 인터넷 매체를 전면적으로 풀어주려고 하는 진짜 의도는 무엇일까? 우리 국민을 '선전 선동의 대상'이 아닌 '주체적 존재'로 본다고 하였다. 그러니 앞으로는 국민이 알아서 주체적으로 북한을 학습하라는 의미인가? 혹시 북한 매체를 전면 개방하면서 연령제한도 풀지 않을까? 그럴 경우 아직 사고체계가 미성숙한 미성년자들이 무분별하게 접근할 수도 있다. 미성숙 상태에서부터 진보정권이 추구하는 정책을 심어줌으로써 잠재적 우군을 확보하려는 것은 아닌지.
북한 매체의 전면 개방을 추진하면서 국민의 '알 권리'를 강조하였다. 그러면서 왜 ×르노 사이트는 개방하지 않는가? 섹스야말로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고 종족보존의 핵심인데. 더구나 요즘같이 인구절벽의 시대에 섹스는 적극 권장해야 할 행위이지 싶다. 그런 의미에서 ×르노 사이트의 전면 개방이 더 시급한 게 아닌가. 그리고 사실 북한정권의 선전 선동보다는 섹스에 관심이 더 많기도 하다.
성과는 사람으로부터 나온다. 그러나 힘들게 이루어놓은 성과를 망쳐먹는 것도 사람이다. 또 망쳐먹는 건 순간이다. 윗사람이 지시한다고 해서 무조건 복종할 것이 아니라, 정말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지 심사숙고하고 각계각층의 의견도 들어보고 나서 제대로 일을 했으면 좋겠다.
한마디 더. 상호신뢰라는 것은 서로 간 동등한 정도의 존중과 배려가 기본이 아닌가 싶다. 상대방은 콧방귀도 뀌지 않는데, 나만 다 내어주는 건 복종이요 굴종과 다름이 아니다. 때로는 불가근불가원이 답일 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