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님 말씀에 의하면, '군자는 의리에 밝고, 소인은 이익에 밝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군자는 의로움으로 사람을 사귀고, 소인은 이익으로 사람을 사귄다고 한다. 즉, 소인배는 의(옳음)보다는 이익을 좇는다고 하였다.
대화와 타협은 망각한 채 오만과 독선으로 자신은 물론 나라꼴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린 지도자. 그가 만일 주위에 꼬이는 소인배들을 멀리하고, 자신에게 쓴소리 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었더라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이 추운 겨울 큰집에서 콩밥 먹을 일도 없었을 것이고, 국민들의 평온해야 할 날들도 지켜지지 않았을까 싶다. 게다가 자신의 잘못된 판단으로 수십 년간 정말 열심히 일했을 많은 군인과 공무원들의 인생을 망쳐놓은 그 빚은 또 어떻게 갚을 것인가.
리더의 가장 큰 그리고 가장 중요한 능력이 사람을 보는 안목이다. 어떤 사람이 자신만의 이익을 좇아 침 바른 소리만 일삼는 아첨꾼인지, 비록 쓴소리를 서슴지 않지만 리더가 잘되기를 바라는 진정한 동료인지를 잘 구분하여야 한다. 리더가 안목이 없으면 주위에 아첨꾼만 즐비하게 되고, 리더의 그릇된 자기확증편향을 바로잡아주기는커녕 오히려 부추기는 아첨꾼들로 인하여 결국 망하는 길로 가게 된다.
내가 직장생활을 할 때, 한동안 오너 옆에서 일하는 기회를 가졌었다. 그때 오너가 수시로 나의 의견을 물었다. 대부분은 정상적인 범주에서 상식적인 대답을 함으로써 오너의 기분을 맞출 수가 있었다. 나의 의견이 오너가 생각하는 바와 별반 다르지 않았기 때문에, 나의 의견을 듣고 자신의 생각을 확신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가끔 곤란할 때가 있었다. 명확한 불법까지는 아니더라도 합법과 편법의 언저리쯤. 좋게 보면 합법, 나쁘게 보면 불법. 때로는 합법 불법과는 거리가 있더라도 해서는 안 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에 대한 의견을 물었을 때, 나는 오너가 원하는 답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그렇게 말하지 못하였다. 리더를 옆에서 보좌하는 스텝 입장에서 리더가 올바른 길을 가도록 조언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오너가 내 의견을 받아들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지만, 어떤 경우든 그의 마음이 불편하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바를 못하게 말리는 내가 마냥 곱게 보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그걸 알면서도 그렇게 말하는 내 마음도 무척이나 불편하였다. 사실 불편하기로 따지면 오너보다는 내가 더 했을 것이다. 자기야 절대 갑의 위치에 있는 고용인이고, 나는 절대 을의 위치에 있는 피고용인 아니겠는가. 나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오너에게 귀에 거슬리는 의견을 낸다는 것. 그것은 입을 떼기가 힘들고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오너의 지근거리에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였다. 오너와 아주 친밀하고 신임이 두터운 인물이었다. 그가 오너의 명을 받아 여러 정책들을 추진하였다. 그 와중에 관리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나와 호흡을 맞출 일이 많았다. 하지만 그는 나와 생각이 달랐다. 그가 오너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하였다. '이건 당신 회사이니 당신 하고싶은 대로 하라. 뭐 쓸데없이 직원들 눈치를 보나.'라고. 그는 그런 이야기를 나에게 자랑스럽게 하였다. 그가 그런 말을 하는 데에는 나에 대한 경고 의미도 있었던 것 같다. '그것이 옳던 그르던 오너가 하려고 하는 일에 딴지를 걸지 마시오.' 하고.
그의 사고와 행동을 나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는 오너의 비위를 맞추어 오너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을 최고로 여기고, 그것과 더불어 자신의 잇속을 채우려 했겠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오너는 회사를 이끌어가는 리더이다. 리더는 자기가 하고 싶다고 모든 걸 다 할 수는 없다. 당연히 직원들 눈치를 봐야 하고 직원들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이익을 탐해서 문제소지가 있는 일을 벌이면 안 된다.' 그런 차이로 나와 그는 사이가 벌어졌고, 언제부턴가 오너도 나를 찾지 않았다. 옆에서 그가 하는 달짝지근한 말에 힘입어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맘대로 하고 싶었던 걸까.
요즘 사회를 보면 우려스러운 일들이 많다. 이렇게까지 극한으로 치닫는 사회에 미래가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의는 팽개치고 오직 자신의 이익만 좇아 이리저리 휩쓸리는 사람들. 민주주의 근간은 다양성 존중에서 나옴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의견이 철저하게 배제되는 사회. 주류에 속하지 못하고 비주류로 남아서는 살아가기가 힘든 세상이 되고 말았다. 다수결의 원칙을 앞세워 그게 마치 민주주의의 정수精髓인 양, 소수를 철저히 짓밟으려고 하는 사회. 그건 민주주의의 탈을 쓴 독재이다.
어떤 조직의 어떤 리더건 사람이 완벽할 수는 없다. 당연히 그의 생각이 다 옳을 수도 없다. 그것에 대하여 바른말을 하고, 리더의 심기를 긁는 다양한 소리가 나와야 건강한 조직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 조직은 독재로 흐른다. 혹자는 리더를 중심으로 굳게 뭉쳐야지, 그에 반하여 반대의견을 내는 사람은 배신자라고 한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야말로 달콤한 말로 리더의 혜안을 흐리는 아첨꾼일 가능성이 높다. 권력자에 붙어서 자신의 이익만을 도모하는 소인배일 가능성이 높다.
리더는 사람을 보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그것은 간단하다. 이 사람이 늘 나의 말에 '예스'라고 하는지, 내가 꼭 하고 싶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노'라고 하는지를 보면 된다. 즉, 리더는 '나를 만족시켜 주는 사람'보다 '나를 바르게 인도하는 사람'을 곁에 두어야 한다. 그게 리더 본인은 물론 조직이 성공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