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아끼던 자전거를 팔았다.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건 6년전 허리 협착증 진단을 받고 서 부터이다. 의사는 걷기와 자전거로 허리 근력을 강화하는 방법을 추천했다. 자전거를 타면서 확실히 허리 통증이 없어졌다. 더불어 자전거 라이딩이 주는 새로운 매력에 빠져 들었다. 자전거는 방랑기질이 있는 나에게 언제든지 쉽게 떠날 수 있는 좋은 도구였다. 멀고 이국적인 환경으로의 여행은 아니지만 언제든 소소하고 가벼운 여행을 가능케했다. 더군다나 자동차 운전으론 둘러보기 어렵고 걷기에는 노고가 필요한 집 주변의 골목 골목 새로운 풍경을 나에게 선사했다. 쉽게 떠나고 빠르게 느낄 수 있는 방랑 욕구 완화 수단인 셈이였다. 이후 허리 치료보다는 자전거 취미에 한걸음씩 빠져 들었다.
처음 장만한 자전거는 회사 장터에 나온 30만원짜리 중고 MTB자전거였다. 자전거는 산악을 중심으로 타는 MTB와 포장도로를 주행하는 로드(싸이클)로 구분된다. MTB는 바퀴가 크고 넓어 편안하고 견고한 반면 속도가 느리다. 로드는 날렵한 모양과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자세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2년 정도 자전거를 타면서 로드자전거가 눈에 들어왔다. 주로 젊은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날렵하게 나아가는 모습이 멋져 보였던 것이다. 자전거 타는 사람들 사이에선 소위 '간지(일본말)'를 우선시 한다. 자전거나 옷 그리고 액서사리에서 제품이 주는 기능 뿐 아니라 멋과 스타일을 중요하게 여긴다. 비슷한 기능이라도 스타일에 따라 가격도 몇배이상 차이가 난다. 나의 마음속에도 로드자전거에 대한 '간지'의 욕망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던 차 재작년 집사람은 나의 생일선물로 백만원짜리 로드자전거를 사 주었다. 야호~~
새 자전거를 타고 처음 도로로 나갔다. 빠른 속도와 날렵한 모습에 스스로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1시간도 못되어 만족은 아픔으로 돌아왔다. 허리의 통증이 심하게 느껴졌다. 라이딩 자세 문제와 자전거 피팅의 문제를 해결하려 1년여 노력했다. 결론은 나의 부실한 허리 조건과 나이에 로드에 완벽한 피팅은 힘들다는 것이었다. 결국 지난주 아끼던 로드를 새 주인에게 방출했다. 그리고 다시 MTB를 구입했다. 오랜만에 타는 MTB(정확히는 하이드리드)는 나에게 2년의 고생을 훈계하듯 편안함을 제공한다.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계기와 목적은 허리 치료 였다. 일부 목적이 이뤘다고 남에게 보이는 멋드러진 모습에 빠져 본래의 목적을 잊은 듯하다. 주객전도..나의 삶의 목적과 남에게 보이는 삶을 생각하게 한다. 나는 얼마나 삶의 목표에 집중하고 있는가. 나의 삶이 남에게 보이는 삶은 아닌가. 교만하고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