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읊조림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즈 Jul 06. 2017

하치 이야기(八チ公物語)

오래전  영화 한 편 보기









특별히 잘 알려진 대작이거나 이슈가 되는 영화는 아니어도 편안히 볼 수 있는 오래된 영화자료들이 집에 있어서 요즘 틈날 때 한 편씩 보기도 한다. 하치 이야기(八チ公物語)라는 아주 오래 전의 일본 영화도 그중의 하나이다. 가족드라마 장르이고 전체관람가로 담담하면서 심심하기까지 하다. 자극적이고 도 넘는 이야기들에 익숙해져 가는 요즘 사람들이 보면 신파 같다고도 할지도 모르겠다.


온 동네와 주변 산과 들이 눈에 뒤덮이고 계속해서 눈이 펄펄 내리고 있는 아키타현의 풍경이 괜히 친근하다. 이병헌과 김태희의 러브스토리가 부럽도록 펼쳐지던 몇 년 전의 드라마 '아이리스'의 배경이었던 곳. 여전히 엄청난 눈이 아키타현의 본모습처럼 첫 화면부터 다가온다.    



그렇게 흰 눈이 소담스레 내리던 날, 어미개의 산고가 진행되고 곧 이쁜 강아지 두 마리가 태어나고 그중 한 마리가 동경제대 은사님에게 보내진다. 사랑에 빠져 연애 중인 외동딸과 교수 부부의 관심 속에서 살게 된 그 강아지는 우뚝 버티고 선 모습이 八자와 같다 하여 '하치'라 이름 붙여진다. 그리고 금방 결혼해 버린 외동딸의 빈자리를 채우며 하치는 우에노 교수와 깊은 정을 나눈다.


하치는 우에노 교수가 출근하는 아침에 역까지 늘 배웅한다. 뿐만 아니라 퇴근 시간에 맞추어 마중 나가 기다리는 하치와 언제나 함께하는 우에노 교수의 행복한 표정은 강아지를 키우고 싶은 필자의 생각을 다시금 부추긴다.  

   


하치의 가족들은 말한다.

<사람에게 인격이 있듯이 개에게도 견 격이 있어. 견격을 존중해줘야 한다고.>

기억해둬야겠다. 견격~


10년 넘게 우에노 교수와 하치의 사랑 넘치는 모습은 가족들에겐 질투를, 그 지역 모든 사람들에게도 즐거움을 준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또 날 기다려 주는 무언가가 있다는 행복이 단지 그 대상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바라보는 이들에게도 전염이 되는 법.


  


그러나 어느 날 뜻밖에도 우에노 교수가 강의 도중 갑작스러운 뇌일혈로 쓰러져 세상을 떠나고 이제는 쓸쓸하고 슬픈 하치만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사계절의 모습이 몇 번씩 화면에 흐르고 시부야 역 앞에서 퇴근하는 교수를 기다리는 하치의 애타던 눈빛 때문에 보는 사람의 가슴속 가득가득 눈물이 고인다.


그렇게 10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영원히 오지 않을 주인을 기다리던 하치의 긴 기다림은 흰 눈이 펄펄 내리는 어느 날 시부야 역 앞에 쓰러져 쌓여가는 눈에 덮여간다.


- 몇 년 전 도쿄 여행 중 찍었던 사진 -


1987년 일본판 영화인데 1923년부터 있었던 이야기가 실화에 기초하여 영화화된 것이다. 그리고 이 미담을 기리기 위해 동상이 제작되었는데 나도 전에 도쿄 갔을 때 시부야역 근처의 그 동상을 일부러 찾아가 보았던 적이 있다.


하치는 우리나라의 진돗개와 같은 일본의 명견인 아키다견으로 천연기념물이라고 한다. 많은 이들을 슬프게 한 이 영화는 1920년대가 배경이다 보니 고답적인 시대적 풍경이 따스하게 느껴진다. 또한 요즘과는 다른 어쩐지 어색한 연기나 대사까지도 마음을 정스럽게 해 준다. 마치 '사랑손님과 어머님'식의 연기표현이 나름대로의 재미를 준다고나 할까? 그리고 눈부시게 벚꽃이 흩날리고, 비가 쏟아지거나 낙엽이 날리는 스산한 가을까지도 일본 특유의 느낌으로 전한다. 눈이 내리고 쌓이던 아키타현의 겨울 풍경은 두 말할 것도 없다.    


근래의 시부야역  (Shibuya, 渋谷駅)


그런데 이 영화의 원작을 미국에서 가져다가 할리우드 리메이크 버전을 만든 것도 있다. 우에노 교수 역에 리처드 기어가 연기한 영화를 나도 보았었다. 개와 사람 간의 특별한 교감을 다룬 영화는 많다. 죽음으로 다시 볼 수 없는 헤어짐을 한 충견 하치이야기는 자극이 난무하는 세상에 가슴속 잔잔히 감동 하나 얹어줄 영화 한 편 보았다는 평화로움을 준다.


겉 케이스 그림에 이런 글이 있다.

하늘이 내려준 자그마한 사랑의 선물...

이제 우리 가족이 되었습니다.    

봄빛 같은 동화 하나...

하치 이야기







http://bravo.etoday.co.kr/view/atc_view.php?varAtcId=7327


매거진의 이전글 밀리언즈, 나도 돈벼락 맞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