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우디의 세상을 만나다.

파밀리아 성당, 카사 바뜨요, 카사 밀라... 가우디 건축의 성지, 바르

by 리즈







물론 개인적인 기록이다.

평상시엔 심리적으로 강한 동요를 일으켰거나 무언가를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그저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기에 그냥 부담 없이 그럭저럭 대충 적어둔다고나 할까. 그런데도 도저히 진도가 잘 나가지 않을 때가 있다. 이번 바르셀로나 여행이 조금 그랬다. 특히 가우디가 나를 불편하게 했다. 천재의 건축물을 보면서 내가 어찌 무어라 말할 수 있나 싶었다. 그의 작품세계를 들여다보면서 더욱 그랬다. 감히 어쭙잖은 중언부언이 우습기만 할 것 같았다. 나는 가만히 있어야지 하면서도 이렇게 그냥 내 기록으로 적어두자 싶기도 하다. 두세 번 나누어 기록할까 하다가 포스팅 하나에 많은 사진으로라도 쭉 훑어서 꾸역꾸역 구겨 넣어 얼른 가우디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구엘공원을 내려와 버스를 타고 파밀리아 공원을 향했다. 버스 내리는 지점을 살피느라 남편이 지도를 펼치니 뒷자리에서 누군가 말을 건다. "파밀리아 성당 가시려고요?" 한국인이었다. 그녀 옆자리에 어린 아들이 앉아있었는데 바르셀로나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고 했다. 외국에서 한국인을 만나면 반갑다고들 말하는데 한국에서 아주 먼 나라에 와서 사는 그녀가 오히려 더 반가워하는 것 같았다. 굳이 우리의 동선을 자세히 알려주면서 자기도 아이들 뒷바라지가 끝나면 두 분처럼 여행 다니고 싶다는 말을 했다. 아마도 젊은 그녀가 보기에 삶의 책임감에서 벗어나 이젠 한가로운 부부 정도로 보인 건가 싶어서 으잉? 하며 웃었다.



-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Sagrada Familia


누가 뭐래도 바르셀로나의 상징이다.

그리고 가우디를 말할 때 첫 번째로 거론되는 건축물이다.

1882년 네 착공되었으니 135년이나 되었다. 자연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건축답게 옥수수 모양의 4개의 탑과 함께 아직도 지어지고 있는 중이다. 입장료와 기부금만으로 공사되고 있어서 과연 얼마나 더 걸릴지 모르는 파밀리아 성당은 언제나 미완성이고 여전히 공사 중이다. 기사에 따르면 가우디 사망 100주년이 되는 2026년까지는 완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으니 이제 10년 남짓만 기다리면 완공된 파밀리아 성당을 볼 수 있을까. 기대가 된다. 창문을 통한 빛의 향연과 해질 무렵 노을을 받았을 때의 풍경이 멋지다는데 내 여행은 흐린 날이 왜 이리 많은지.

이곳에 한 달쯤 머물며 샅샅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


안토니오 가우디(Antoni Gaudí, 1852 ~ 1926)

어찌 이런 건축물을 빚어낼 생각을 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그에게 이런 건물을 짓도록 일임한 정부나 재력가들이 남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천재는 혼자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거대한 예술작품을 보고 나면 그 예술혼이나 작품성을 내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스스로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무지의 소치이기도 하고 잘 소화가 되길 바라지만 그러지 못해서이기도 할 것이다.

주변에 카페 거리도 있고 길거리 벤치도 많다.

일단 쉬면서 심신을 가다듬는다. 아이스크림도 먹고 하늘도 보고...



파밀리아 성당에서 넋을 잃고 있다가 다리 좀 쉬고 가볍게 바람 쐬듯 5~10분 거리의 또 다른 건축물을 보러 갔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병원이라고 불리는 [ 산 파우 병원 Hospital de Sant Pau ]이다.


이 병원은 가우디 작품이 아니고 동시대에 대표적인 건축가 몬타네르의 작품이다.

형형형색색의 타일과 스테인드글라스로 화려하다.

산책로엔 허브를 키워서 환자들의 정서안정에도 신경을 썼고 성인들과 천사 조각으로 쾌유를 기원하는 마음도 엿볼 수 있다. 현재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다.

내부 관람은 가이드 투어로만 가능해서 들어가 보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에 일찍이 그라시아 거리로 갔다.

현대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지만 백여 년 전 가우디가 건축한 물들이 있어서 여행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거리다.

카사 칼베트, 카사 비센스, 카사 바뜨요, 카사 밀라를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 거리의 가로등이나 보도블록도 가우디의 디자인이니 놓치지 말 일이다.



(바르셀로나엔 '가우디투어' 있다. 나는 개인적인 여행을 주로 하다 보니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이것도 좋을 것 같다. 가이드의 풍부한 해설과 함께 시간 절약도 되고 한꺼번에 한 주제를 섭렵할 수 있어서 여행자에겐 유리할 듯)


카사 바트요(Casa Batlló)


뼈(骨)들의 유기적인 연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지어진 집이라고 했다.

해골 모양이 입을 벌리고 있는 모양인데 베란다와 창이 해골 모양으로 설치되었다. 유리 모자이크를 통한 빛의 변화가 아름답다고 한다. 옥상이나 다락방까지 단 한 군데도 그냥 만들어지지 않은 예술품 그 자체라고 한다. 지중해를 테마로 지어졌는데 가우디 탄생 150주년을 기념해서 개방되었다.

언제나 이렇게 구경하려는 사람들이 붐비고 있다.


비는 후두둑 떨어지고 나는 건너편 가로수 아래 벤치에 자리를 잡고 앉아 비를 피하며 목을 빼고 한참 동안 그 건물을 바라보았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구름 얹힌 하늘을 바라보고.. 빗방울이 어깨에 떨어지고 가우디의 건축물을 바라보면서 나는 이상하게 맥이 빠지고 있었다.


그 거리에 모서리에 곡선으로 이루어진 건물이 유난히 눈에 띈다.

가우디는 말했다.

- 직선은 인간의 선이고 곡선은 신의 선이다.


카사 밀라(Casa Milà)

출렁이는 물결 모양의 건물의 창가에 해초가 늘어진 듯 지을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누구도 할 수 없는 생각 아닌가. 가우디 영감의 원천은 자연이듯 이번엔 지중해를 떠올렸나 보다. 가우디의 기발한 생각으로 어쨌든 이곳은 성지가 되었다.

나도 줄 서서 입장권을 샀고 그곳에 들어서는 마음이 흥분되기까지 했다.



다행히도 반갑게도 한국어 오디오 안내서가 있다.

살짝 들떠서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이 건물의 압권은 옥상에 있다.

거긴 가우디의 세상이 있었다.

요즘 우리처럼 현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공원이 거기 있었다.

멀리 바라보이는 도시도 아름답고 가까이 발아래 거리도 아름답게 보인다.

이렇게 신기한 예술적인 세상이 있었다니...



옥상에서 바라보는 카사 밀라의 곡선 건축이 그곳을 거니는 사람까지 정말 부드럽게 움직여지는 듯하다.

환기와 채광을 기본으로 저 아래까지 뿌려지는 빛을 계산한 가우디 덕분에 아직도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자부심을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다.



카사 밀라 옥상에서 한 층 내려오면 가우디의 건축세계를 보여주는 전시관이 있다.

그리고 아래층에는 이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일상을 재현해 놓았고 기념품관이나 볼거리들이 있다.

눈과 마음이 호사하는 시간 속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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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시간 동안 찬찬히 둘러보면서 이런 아이디어와 역량을 그대로 발현할 수 있었던 그 시대를 자꾸 생각해 보게 되었다. 가우디의 천재성 때문에 위대한 건축가를 꿈꾸는 젊은 건축가의 꿈을 꺾게 하는 건축가라는 말도 한다고 한다. 백 년이 다 되어가도록 그의 거대한 영혼과 작품들이 평가를 받는 것을 보며 천재성은 후대에 까지 긴장감을 주고 발전을 가져오게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예전에 이탈리아 여행을 하면서 이들은 조상 덕에 먹고 사는구나 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

곡선미를 살리고 섬세한 장식과 색채를 부여하고 생명력을 불어넣은 가우디의 건축물을 보면서 바르셀로나는 가우디를 빼고 거론할 수 없는 도시임을 느낀다. 바르셀로나는 가우디 건축의 성지다. 가우디 덕분에 더 빛나는 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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