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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 Jan 29. 2018

문화의 향기 가득한 장흥의 겨울

진득하고 평온한 햇살뿌리던 장흥의 산과 들과 바다, 그리고 문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부분이 많듯이 이번 여행에서 장흥의 문학에 대해서도 새삼 많은 것을 보고 들었다. 일정상 문학기행 부분은 여정에서 많이 미흡했지만 그 땅에서 그분들의 숨결을 느껴보는 것만으로도 뜻깊었다.


장흥에는 이 지역 출신 문인들이 유독 많아 '장흥에서는 글자랑 말라'는 말이 있다. 애초부터 국문학사에서 가사문학을 주도했던 조선시대의 관서별곡의 백광홍 선생이 이곳 출신이다. 그리고 이청준. 한승원. 송기숙. 이승우. 시인 김제현. 백수인 전기철. 위선환. 김영남. 이대흠. 김녹촌. 김재창. 이성관... 등 100여 명을 배출한 곳이다. 이렇듯 장흥의 문인들이 예술인의 맥이 강건히 유지되어 온 곳이다. 장흥 곳곳에 문학현장이 있고 문학관광 기행특구로 지정된 곳도 있다. 또 장흥문학명소여행, 작가의 창작실, 천관문학관, 문학공원, 여다지 해변엔 바다를 끼고 문학작품을 읽을 수 있는 ‘한승원 문학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둘러보면 수많은 이야기를 품은 억불산과 천관산의 푸근한 산세와 넉넉함을 담아 수많은 예술 작품들이 나올만한 자연이다. 산과 바다가 조화를 이루고 가난했던 날의 삶의 터전에서 진득하면서도 마음의 평화를 주는 작품이 나올 수 있음을 짐작케 한다.


문학작품을 통한 영화도 많이 나와서 천년학, 축제, 서편제 등이 있다. 영화 촬영지는 여행자들의 즐거운 방문코스다. 그러고 보면 장흥은 소설과 시와 동화와 영화가 아닌 곳이 없는 땅이다. 곪삭힌 아름다운 사연을 밟으며 하는 장흥 여행은 두고두고 반복해도 좋을 그런 곳이다.


대덕읍 삼거리는 이청준의 소설 <눈길> 속에 등장하는 정류장이다.

여행에서 돌아와 <눈길>을 찾아 다시 읽어보았다. 가만히 목이 메었다. 아름다운 글 속에 잠겨보는 감동을 오랜만에 맛보았다. 가끔씩 다시 읽어보고 싶어서 내 폴더에 다운로드 해놓았다.


 


울기만 했겄냐. 오목오목 디뎌 논 그 아그 발자국마다 한도 없는 눈물을 뿌리며 돌아왔제. 내 자석아, 내 자석아 ,부디 몸이나 성히 지내거라. 부디부디 너라도 좋은 운 타서 복 받고 살거라..... 눈앞이 가리도록 눈물을 떨구면서 눈물로 저 아그 앞길만 빌고 왔제.....>


 노인은 일단 아내의 행동을 말려 두고 나서 아직도 그 옛 얘기를 하는 듯한 아득하고 차분한 음성으로 당신의 남은 이야기를 끝맺어 가고 있었다.

 그런디 이것만은 네가 잘못 안 것 같구나. 그 때 내가 뒷산 잿등에서 동네를 바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던 일 말이다. 그건 내가 갈 데가 없어 그랬던 건 아니란다. 산 사람 목숨인데 설마 그때라고 누구네 문간방 한 칸이라도 산 몸뚱이 깃들일 데 마련이 안됐겄냐. 갈 데가 없어서가 아니라 아침 햇살이 활짝 퍼져 들어 있는디, 눈에 덮인 그 우리집 지붕까지도 햇살 때문에 볼 수가 없더구나. 더구나 동네에선 아침 짓는 연기가 한참인디 그렇게 시린 눈을 해 갖고는 그 햇살이 부끄러워 차마 어떻게 동네 골목을 들어설 수가 있더냐. 그놈의 말간 햇살이 부끄러워서 그럴 엄두가 안 생겨나더구나. 시린 눈이라도 좀 가라앉히고자 그래 그러고 앉아 있었더니라......

                                                                          

                                               < 눈길 > 마지막 부분 -

동학혁명의 4대 전적지중의 한 곳이 바로 장흥이다.

대규모 농민군이 참여한 최후 최대의 격전지였는데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목숨바쳐 투쟁한 동학농민혁명의 농민들의 모습을 이곳에서 꼭 돌아볼 일이다.


전시장과 복도의 전시물을 찬찬히 살피며

동학혁명의 최후의 불꽃을 피운 장흥 석대리 전투를 떠올려 보며 잠시나마 그분들의 역사적 교훈을 기려 본다.



산세 좋고 아늑한 곳에 난치성 질병에 대해 새로운 통합의료시스템을 제시한 병원이 있었다.

원광대학교 장흥통합의료 한방병원



장흥엘 갔으니 편백나무숲을 빠뜨릴 수 없다.

장흥 편백숲 우드랜드.


겨울이지만 상쾌함을 온몸으로 느낀다.

초록으로 울창한 여름이면 숲의 싱그러움이 더할 나위 없을 듯하다. 걷기에 따라 1~2시간 정도 피톤치드를 느끼며 힐링하기 좋은 코스다. 가는 길마다 하늘데크, 편백 소금방, 사색의 숲, 톱밥 산책로... 들이 있다. 그리고 숙박시설과 각종 체험장이 있어서 하루쯤 이곳 산기슭에 머물며 운치 있는 시간을 보내도 좋을 듯하다.



장흥 읍내를 가로지르는 탐진강 다리 위의 가로등이 골프채 모양이다. 골프선수 미셸 위가 다녀간 위씨 집성촌이라서 그랬다지만 어쩐지 그게 적당할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든다. 이 다리를 건너면 <정남진 장흥 토요시장>이다.

강 아래엔 돌로 된 징검다리가 있어서 걸어서 건너보는 맛도 좋을 듯하다. 또한 탐진강 생태습지원이 있고 친환경적인 식물들을 보면서 산책할 수 있다.



장흥토요시장에 들어가니

드라마 권상우,고현정의 <대물>의 촬영지 3대 곰탕집이다.

시간상 맛보지 못해서 못내 아쉽다.


사라져 가는 재래사장을 재정비해서 현대화해서 토요시장을 개장했다. 각종 농산물과 이 지역에서 채취해온 수산물과 질 좋은 한우를 언제나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다문화 가족을 배려한 교육장과 장터가 마련되어 있기도 하다.


토요시장 앞의 탐진강은 여름이면 특별한 물놀이장으로 변신한다.

정남진 장흥 물축제가 열리는데 가장 시원하고 멋진 물축제를 경험하려면 이곳으로 가면 된다.(7월 말~8월 초)



옛 장흥교도소가 문화와 예술로 주민과 모든 여행자들과 소통한다. 어두웠던 분위기에서 복합 문화공간으로 변신한다. 그리하여 지역경제의 한 몫을 하게 될 것이다. 묘한 두려움과 설렘으로 들어가 보았다.


장흥교도소를 가면서 왠지 궁금하고 호기심 가득이다.

이제는 멋지게(?) 지어진 신관으로 이전을 했고 이곳은 문화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영화 '프리즌', 드라마 '피고인'  그리고 최근의 '슬기로운 감빵'이 촬영된 곳이라고 한다. 드라마 피고인은 나도 보았기 때문에 돌아보면서 흥미로왔다.  (영화.드라마 사진은 퍼옴)



멀리서도 고개 들어 보면 눈에 들어오는 정남진(正南津) 전망대. 장흥의 랜드마크다. 장흥군의 안양면과 용산면, 관산읍, 회진면, 대덕읍 일대 바닷가를 정남진(正南津)이라고 부르는데 서울 광화문을 기점으로 경도상 정남 쪽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10층의 각 층마다 테마별 콘텐츠와 프로그램이 있어서 천천히 구경하면 재미가 있다. 9층 전망대에서는 멀리 득량도가 보이고 고흥 소록도와 완도, 거금대교 등의 섬이 한눈에 들어온다.



지나가는 길에 천연기념물인 장흥 삼산리 후박나무도 잠깐 돌아보고,


소등섬,

고기잡이 나간 가족을 기다리며 섬에 소등(小燈), 즉 호롱불을 밝힌데서 유래된 섬 이름이라고 한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축제> 촬영지로 더 알려진 소등섬의 남포마을, 안성기와 오정해가 거닐었던 영화 속의 포구가 지금은 찬 겨울 속에 있다. 작은 포구 마을엔 굴을 까고 있는 어른들이 보였다. 지나다가 그 모습을 잠깐 구경하는데 갑자기 하나 먹어보라고 굴즙이 뚝뚝 흐르는 굴을 꼬챙이에 찔린 채 건넨다. 무심한 듯 인정스러운 인심에 행복한 입맛을 경험했다.

  

무엇보다도 이곳은 소등섬 너머로 떠오르는 해돋이가 아름다운 곳으로 유명하다. 일출 명소라고는 하지만 굳이 일출과 일몰의 순간에 집착할 필요가 있는가 싶을 때가 있다. 물론 나도 일출을 담아보기 위해 새벽 댓바람에 나서거나 일몰 시간대에 맞추어 대기하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때에 따라 각기 보여주는 있는 그대로 변화하는 자연의 순한 풍경 또한 좋다. 오후의 소등섬은 매서운 겨울 찬바람에도 짙푸르고 잔잔하다. 서서히 물이 차오르는 소등섬을 뒤로하며 장흥을 떠났다.    


엄마품처럼 안온하고 지긋하며 서정성 가득했던 남쪽 끝마을 장흥여행은 춥던 겨울의 기억으로 오래오래 남아있을게 분명하다.










http://bravo.etoday.co.kr/view/atc_view.php?varAtcId=1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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