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그리고 배송되는 책 한 권
봄이 끝나고 '나의 아저씨'도 끝이 났다. 동료들과 함께 했던 전시회도 끝나서 내 작품도 걷어왔다. 포토샵 교실도 당분간 멈추었고 자주 보던 이들과도 뜸하도록 조절했다. 몇몇 가지 심란할 수 있는 것들은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다.
친구가 말했다.
"봄의 심란함은 풀렸니? 이 나이가 공연히 심란한 거지 머, 뭘 심란을 타고 그래... 뭐 신날일이 있겠다고. 그냥 모른 척하는 거지."
그러다가 또 묻는다.
"아직도 날씨 때문에 좋았다 나빴다 하니? 아직 감성은 쓸만한 건가 그럼?"
무심한 척 말하던 친구도 어느 날은 심란한 몇 줄 글을 띠익~ 보낸다.
"아무것도 아닌 일로 남편과 언쟁을 하고 대화 중단을 해버렸는데 남는 건 후회뿐이로고. 왜 감정 통제를 못하고 다른 사람을 편하게 해 주지 못할까. 잊었다가도 가끔씩 삶이 어렵다고 느껴진다."
나도 그녀처럼 가볍게 한 마디 한다.
"그렇다면 하고 싶은 말 반쯤은 한 것이겠고, 그것으로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풀리고 있겠고... 오늘부터 다시 친절한 영희씨가 되는 걸로~"
먼 나라에 살다 보니 몇 줄 글의 주거니 받거니로 감질나는 놀이만 한다.
힘 안 들이고 하고 싶은 말 다하고 사는 사람들이 부럽다. 마음속에 잔뜩 담아놓고 혼자 처리하느라 낑낑대는 것도 그럴만한 힘이 있어서라고 누가 말해줘서 위안을 받는다. 사실 그럴만한 힘이 없다. 그런 내력(內力)이 버틸 힘을 갖게 한다는데 아무래도 난 그게 부실하다.
'나의 아저씨'에서 이선균이 말했던가.
'모든 건물이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듯 인생도 어떻게 보면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력이 있으면 버틴다'는 말, 그 단단한 내력이 문제를 해결하고 버티고 이겨낸다는 것일 텐데 내 부실한 내력으로 버티기에는 만만치 않은 시간 속에 있다. 그나마 기복이 잦은 일상이거나 큰 변화가 많지 않은 편이라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겉보기에는 그럭저럭 적당히 평안한...
내일은 몇 줄 글로 주거니 받거니만 하던 외국에서 살던 내 오랜 친구가 새벽에 도착한다. 오자마자 오목교역 부근에서 만난다. 내 부실한 내력을 서로의 수다 속에서 쓰담 쓰담할 시간을 기다린다. 개운해질 수액 한 방울 얻을 수 있을 거란 기대도 해 본다. 그리고 주문해 놓은 빌 브라이슨의 책이 배달되면 된다.
손디아 (Sondia) - 어른 (Adult) 가사 (Lyrics) 나의 아저씨 (My Mister) OST PART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