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이어도 괜찮아

서문

by 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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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여행 중에 시장 입구에서 팔뚝에 헤나 문신을 한 적이 있다. 집에 돌아와서도 남아있는 문신의 흔적은 나 혼자만의 비밀처럼 여행의 여운을 즐기게 해주었다. 그 후 2주쯤 지나면 저절로 지워지는 내 팔뚝의 천연 헤나 문신처럼 여행의 기억은 조금씩 희미해진다. 그래도 잊을만하면 그 풍경과 잔상은 시시때때로 떠올라 내 일상의 비타민이 되어 주곤 했다.


언제나 직장인 남편의 휴가를 최대한 이용하는 동반 여행이다 보니 대부분 일주일에서 열흘 남짓의 여행길을 떠난다. 잠깐이다. 내 여행이 늘 아쉽고 아름다운 이유는 잠깐이기 때문이다.


가능한 오래 머물 것, 도대체 그게 쉽지 않았다. 그 여행지에 동화되어 가는 내가 되고 싶었다. 잠깐 다녀가는 우리네 생의 한 부분을 세상 저편의 그들과 함께 동화되어 숨을 쉬고 미소를 나누고 눈빛을 통하는 것, 짧았다. 하지만 짧은 시간은 짜릿함을 제공한다. 여행의 기억은 사람을 관대하게 한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늘 가족이 함께 하던 자유여행이 언제부터인지 부부만의 여행이 되었다. 그렇게 다니면서 틈틈이 메모처럼 적어놓은 기록들을 볼 때마다 챙겨둔 이유가 있을 것 같아서 가끔씩 만지작거렸다. 무엇으로라도 한 번쯤 리셋이 필요한 즈음이었다.


함께 살아가며 우리들의 발길 닿은 곳의 이야기를 주섬주섬 담아 묶어보았다. 그러다 보니 시공의 순서는 뒤섞였지만 모두 내 이야기이다. 그나마 실리지 못하고 남겨둔 또 다른 이야기들도 내 인생의 한 부분인데 떨군 마음이 아쉽다.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여행 준비에 동참하던 이쁘던 어린 두 아들이 그 안에서 손잡고 있었고 부부도 제법 젊었다. 그새 시간이 훌쩍 흘렀다.


살면서 내가 어디에 있을 때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알아가는 건 여행이 확인시켜 준다. 우리가 단 한 군데 멈추어 살아간다면 전혀 다른 생각이나 느낌, 그리고 다른 행동이 나타나는 자신을 바라보는 게 쉽지 않다.


훌쩍 떠나서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시간은 소중하다. 그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비로소 알아채며 끄덕끄덕한다. 돌아와 때때로 반추하며 문득문득 그리움 속에서 사는 삶은 지루하지 않다. 내 여행은 치열하거나 혹은 나른한 일상에 향긋한 방향제처럼 치유의 힘을 부여했다.


긴 세월 동안 내 인생과 내 여행의 파트너로 손잡아준 그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그는 변수 넘치는 미지의 여행지에서 내가 늘 안심했던 이유다. 앞으로도 그와 함께라면 천천히 다녀도 좋고 길게 다녀도 좋고 잠깐이어도 괜찮다.


다리 힘 좋을 때 실컷 다녀라 하셨던 엄마 말씀이 비로소 실감 나는 즈음이 되었다. 여유로운 시간도 다가오고 있다. 하나 둘 나이가 늘어가도 내 눈 앞의 세상은 날마다 새로운 것 투성이다. 이 세상 그 어딘가의 풍경이나 이야기가 내 마음속에 들어왔을 때의 설렘은 내 여행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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