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전화 이야기하나, 바나나 우유

by 리즈



군인아자씨 아덜의 전화가 뜸하다.
아이의 전화 목적은 간단하다.
1. 저 잘 있습니다.
2. 별 일 없으신가요?

도무지 마음대로 들여다 볼 수 있는 곳에 있다보니
궁금해 하고 걱정할 부모를 위한 역사적 사명을 띠고 틈나는 대로 전화를 한다.
이럴땐 '(전화를) 해 준다..' 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전화를 해 주기 전까지는 아이의 근황을 알 수 없기 때문에
가끔 연락이 뜸하기라도 하면 막연히 궁금해 할 수밖에 없다.
무슨 일이 있는걸까, 별일이 생긴 것은 아니겠지?...
초기엔 무척 노심초사 했었으나
이젠 알고보면 익숙한 생활 속에 지내다 보니 전화의무를 깜빡하는 것이다.
물론 나도 지금은 전처럼 전화를 기다리거나 궁금해 하는 일은 별로 없는 편이 되었다.
군대내 에서도 부모들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집에 자주 전화하도록 지시하기도 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특별한 용건은 없어도 부모형제나 여친들에게
짧게라도 전화도장 찍느라 늘 전화박스엔 동료군인들이 줄을 이루는 모양이다.

내 멋대로 살던 아이들도 군대가야 철난다는 말을 흔히 한다.
평소에는 밖에서 집으로 살가운 전화 한 번 한 적이 별로 기억없는데
집안의 요모조모 행사나,
가족 하나하나 안부를 묻고 궁금해 하는 걸 보면 속으로 피식 웃음이 나온다.
너 웃긴다 웃겨~ 그게 철난 건지는 더 두고 보자~~(속으로만^^)

또 종종 전화선을 통해서 알지 못하던 군대 이야기를 하면서 웃겨줘서 배꼽잡거나,
군의 특수성 때문에 견뎌야 하는 불합리에 대한 투덜거림이나
주어진 시간을 거뜬히 넘길 수 있는 능력을 키웠음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들...
또 비로소 이 나라의 남자로서 갖는 자부심도 생긴 모습이다.


하지만 더러는 아직도 내 마음을 아리게 해서 하루종일 멍하니 있게 할 때도 있다.

"엄마, 어제는 사무실 자료구입을 위해 선임과 시내(부대에서 가까운) 나갔다가
서울가는 직행버스가 내 앞으로 와서 멈추는데... "
무슨 말 나올 줄 짐작이 되었지만 얼른
"와~.. 군인이 거리를 쏘다닐 업무도 있구 넌 특별히 좋구나 머~"
했더니 잠시 아무말 않다가
"그 버스에 올라타고 싶은 걸 간신히 참았어요..."

속으로 눈물콧물 삼키며 태연한척 전화를 마치고 나면
하루종일 커피맛도 달아나고
아무리 좋은 이야기나 음악도 내 귀에 들려오지 않을때가 있었다.


전에 외박을 신청해서 아이를 데리고 나와 펜션에 묵으며
수퍼에서 간단히 몇 가지 사면서 우유를 하나 집어드니
아덜이 얼른 바나나 우유로 바꾼다.
매일 부대에서 흰 우유를 먹는데 오늘은 뭐든 달라야 하지 않느냐는..

오늘 장보기를 하다가 바나나 우유를 하나 담아왔다.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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