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하신 베네딕토 신부님~~~

by 리즈



요즘 몇 권 읽은 책 중에 저자가 신부님인 책도 있었습니다. 글 속의 사랑이 제게 말 걸어오는 듯해서 행복했습니다. 어찌나 맑고 담백하던지요.


그런데 신부님 하면 저는 늘 떠오르는 또 한 분이 있습니다. 베네딕토 신부님은 군 입대한 아들 덕분에 알게 된 분인데 물론 한 번도 뵙지는 못했습니다.


기억은 아들이 군 입대하고 며칠 지나지 않은 주말의 일이었습니다.

잠들기 위해 침대에 막 누웠는데 손전화에서 딩동~ 문자가 왔다고 울리더군요. 이 밤에 뭐 특별할 것 없는 문자겠지 하며 하며 전화기를 바라보는 순간 갑자기 제 눈에 며칠 전 갓 입대한 아들이 훈련받고 있는 사단의 숫자란 걸 알았습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당시는 갓 입대해서 훈련하는 아이들의 소식을 볼 수 있는 사단별 인터넷 사이트가 있었습니다. 통화나 모든 연락이 불가능했지만 그곳에서는 소식이나 정보도 얻고 또 편지도 쓰면 인쇄해서 전해주었습니다. 그래서 노심초사하는 부모님들이나 여자 친구들이 날마다, 아니 시시때때로 들여다보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단 사이트에 울 아들 사진이 떴다는 기절할 만큼 반가운 문자가 보이는 겁니다. 두 말할 것도 없이 벌떡 일어나 얼른 컴 앞에 앉아있던 아이를 확!!!~ 밀어내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사진 하나하나 들여다보며 군인이 된 아들을 찾아냈지요. 오옷~ 멋진 아들... 반가워 반가워~~


그리고 몇 개의 동영상도 있었는데 카메라를 향한 아이들의 오버액션이나 갖은 제스처가 열흘 동안 한없이 답답하게 했던 제 가슴을 후련하게 합니다. 아무튼 군복을 입은 아들의 모습을 보니 대한민국의 믿음직한 군인이 되었다는 것이 비로소 실감 납니다. 아덜아~ 멋져, 멋져~!!


아마 토요일 저녁에 종교행사가 있었는데 특정 종교가 없던 아들아이가 성당 쪽으로 갔었나 봅니다. 사진 속의 아들이 김밥이랑 몽쉘통통이랑 캔콜라를 마시며 웃는 얼굴로 저를 바라보는 겁니다. 음하하하...


그런데 그날 저녁 미사를 마친 군종신부님이 갓 찍은 따끈따끈한 신병들의 사진을 부모들에게 얼른 보여주고 싶어서 민첩하게 올리신 겁니다. 멋지신 신부님~. 법당이나 교회 쪽의 사진은 하루가 지나도록 올라오지 않아서 많은 부모들이나 여자 친구들의 원성이 대단했었지요. 오늘만큼은 천주교가 너무 부럽습니다.~ 하면서...


그런데 컴을 들여다보는 중에 그 사이트의 창에 군종신부님이 계신 겁니다. 애타는 군인 부모의 용기는 어디까지인지요... 대화를 요청했고 마음 넓고 온화하신 신부님이 거절하실리가요. 울 아들을 잘 아시진 못하겠지만 언제라도 만나면 따뜻한 말 한마디 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부탁했지요.


그런데 이튿날 일요일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 거실로 나오는데 전화벨이 울리기에 무심히 받았더니 아아니.... 오매불망 꿈에서 그리던 아들이 "엄마~" 하는 겁니다. 갑자기 현기증에 어질 했지만 "오모오모... 이게 웬일인겨, 전화라닛??" 했더니, 오늘(일요일) 아침 동료들과 종교행사로 성당엘 왔더니, 신부님이 부르셔서 핸드폰을 주시며 집에 전화하라고 했다는군요. 지금과는 달리 당시엔 입대 직후인 5주 정도의 훈련소 생활 중에는 외부와의 전화통화가 거의 불가능해서 모든 부모들의 애가 타는 시기이거든요. 오옷... 감사한 신부님~


눈 깜짝할 사이의 짧은 통화였지만 가슴의 체증이 다 내려갔습니다. 살맛 나는 일요일 아침이었지요. 그래서 그 사이트에 감사의 짧은 메모를 신부님께 남겨놓았더니 친절하게도 다시 답글을 붙여주셨더군요.


함께 하는 삶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합니다. 하느님의 사랑의 신비를 느끼게 합니다.
때론 걱정도 하지만 하느님은 부족하지 않을 만큼의 복을 주심을 느끼네요.
함께 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하느님의 축복이 함께 하시길 기도합니다.


그리고 다음 날은 탱크를 배경으로 한 우리 군인 아들들의 사진들이 쭈욱 올라왔습니다. 이어서 아마도 군장을 메고 화생방이나 행군 등의 훈련을 하는 사진이 곧 올라올 거라는 친절한 예고도 하십니다.

그리고 저는 7중대의 아들에게 날마다 인터넷 편지를 썼습니다. 내 사랑 알라븅븅븅♡♡♡~~~ 하면서 하루에도 여러 통의 연애편지를 올리는 여자 친구들 만큼은 아니어도, 가능하면 하루에 한 번씩이라도 훈련에 지쳤을 아들아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고 싶어서지요. 그리고 넌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언제나 잊지 말아라... 덧붙이면서요.


스님도 목사님도 신부님도 모두 존경하지만(경우에 따라 예외도 있음), 내게 신부님이라면 언제나 먼저 떠오르는 친절하신 베네딕트 신부님, 지금도 어디선가 어려움 속에서 수고하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계실 거라 믿습니다. 신부님의 수고로움으로 이렇게 늘 행복한 기억을 지니고 있어서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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