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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 Oct 30. 2018

가을에 다시 찾은 인현왕후 길

김천 수도암, 인현왕후 길 따라 걷기






신록이 울창했던 초여름의 산길을 가을이 되어 다시 찾아와 걷는 맛은 어떨지 궁금했다.

이번에는 인현왕후 길에 오르기 전에 초입의 수도암을 먼저 들른 후에 걷기로 했다. 지난번에는 청정도량 청암사를 들렀었는데 수도암 역시 조붓한 숲길을 통해 나타나 고즈넉한 모습으로 맞이한다. 수도암(修道庵)은 직지사의 말사인 청암사의 부속암이다. 청암사는 폐위된 인현왕후가 머물면서 복원을 꿈꾸던 곳이다. 이 수도산의 청암사와 수도암 사이를 오르내리며 인현왕후가 시름을 달래던 길이란 추정을 하며 조성된 길이 인현왕후 길이다.


수도암은 수도산 자락의 가장 아늑한 위치에 콕 박힌 듯 안정되게 앉혀진 느낌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규모가 크고 대중화된 사찰보다 이렇게 소박하고 따뜻함이 느껴지는 절이 한층 친근하고 좋다. 계단을 올라 대적광전 뜰에 서면 석탑이 두 개가 있다. 풍수설에 의하면 3층 석탑은 도선이 창건 당시에 이 절터가 마치 옥녀(玉女)가 베를 짜는 모습을 갖추고 있는 지대라 하여 베틀의 기둥을 상징하는 뜻으로 두 탑을 세웠다고 한다.


따사로운 가을볕에 감싸여 아늑한 수도암 옆의 산길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 보았다. 저 멀리 세상이 발아래 있다. 수도암은 열린 하늘 아래의 산자락 중심에 박혀 있듯 보인다. 아련하게 겹쳐진 능선이 깊은 산중의 고요함을 더욱 느끼게 한다. 거길 되돌아오는 숲길은 수북한 낙엽에 발이 푹푹 파묻힌다.


다시 산비탈을 따라 수도암을 내려와 인현왕후 길을 걷기 시작했다. 적당히 좁다란 길이어서 걷는 이의 마음도 흐트러짐 없이 편안하다. 지난 초여름의 싱그러움과는 달리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혀주는 계절의 분위기가 완연히 다르다. 걷는 발걸음마다 낙엽의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듣는 맛이 좋다. 길옆 생강나무의 노란 잎이 햇볕을 받아 투명하게 눈부시다.


처음부터 끝까지 울창한 숲에 쌓인 인현왕후 길은 막바지의 내리막 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길이 평탄해서 누구나 무난히 걸을 수 있는 길이다. 물든 단풍들 사이로 빼꼼히 보이는 하늘이 푸르다. 인현왕후의 한 서린 숨결이 깃든 이 길을 조용히 걸으며 사색과 힐링의 시간을 가져볼 수 있는 고요함이 특별하다.


그렇게 구불구불 돌아나가는 산허리를 따라 걷다 보니 가파른 내리막길이 시작된다. 군데군데 고요히 물이 흐르는 작은 계곡도 나타난다. 찬 물에 손을 담가본다. 시월인데도 저릿하게 시리다. 곧 무흘구곡의 하류인 도로변에 도착하게 된다. 예상보다 별다른 체력소모 없이 가을 숲 속에서 행복하게 걸었던 두 시간이었다. 울창한 단풍숲을 뒤돌아보며 속으로 혼잣말을 한다. 언제든 또 오고 싶을 거야.~











추가 사진으로 조금 더 보기~

수도암의 시월은 마냥 따사롭기만 하다. 이런 곳에서 며칠씩 푹 머물 수 있다면~


산사의 가을은 그저 평화롭다.


사찰 한켠엔 가을볕에 산채나물이 마르고

빛 받은 투명한 꽃잎이 눈부시다.



수도암의 옆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올라가면 멋진 정상이 있다.

수도암이 들어앉은 산세가 고즈넉하다.

세상을 굽어보며 작아진 나를 느껴보는 시간...



수도암을 내려와 인현왕후 길을 오르기 전,

수도리 마을이 가을 속에 파묻혔다.


길잡이의 친절한 방향표시 따라 인현왕후 길 시작~


( '인현왕후 길'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하는 '8월의 걷기 여행길'로 선정되었다.)

단풍과 낙엽과 푸른 하늘과 바람, 

벅차도록 충만한 가을을 안겨주는 인현왕후 길이다.

유난히 노오란 생강나무가 길을 밝혀주듯 환하게 이어지고 있다.


빼곡한 숲은 나를 비로소 숨 쉬게 한다.

그 길을 한참 동안 걸을 수 있었던 기분 좋은 하루~


기분 좋게 하산하면 무흘구곡의 하류가 시원하게 맞아준다.









https://brunch.co.kr/@hsleey0yb/212

http://bravo.etoday.co.kr/view/atc_view.php?varAtcId=9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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