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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 May 30. 2018

인현왕후길을 걷다. 김천

김천. 무흘구곡. 인현왕후길.청암사. 옛날솜씨마을








무더위 속을 쏘다니다 돌아온 지 며칠 되지 않았는데도 그 시간들을 간간히 떠올린다. 내가 참 의미있는 곳을 다녀왔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역사적인 무게는 물론이고, 그 날의 울창한 숲 속의 조붓한 산길과 수국이 소담스럽던 고즈넉한 사찰, 그리고 한적한 농촌마을 사람들의 소박한 인정이 따뜻했던 곳.




◆김천에는 걷기 좋은 숲길이 있다. 인현왕후 길.

인현왕후 길을 가는 도중에 잠깐 시원한 폭포수가 장관인 무흘계곡(武屹九曲)을 들렀다. 먼저 계곡 입구의 전시관을 거쳐 문화적 자료를 살펴보고 무흘구곡 중에서 제 9곡인 용추폭포를 찾아보기로 했다. 출렁다리를 건너 가까이 다가가 보니 17m 높이에서 떨어지는 장쾌한 물줄기의 용추 폭포수가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생각보다 수량은 적었지만 협곡과도 같은 절벽 사이로 숨어있다가 쏟아져 내리는듯한 폭포가 신비롭다.  



조선왕조 19대 숙종의 정비(正妃)인 인현왕후의 애달픈 사연이 있는 길이다.

폐비가 된 비운의 국모인 인현왕후가 3년 동안 기거했던 김천의 청암사를 품은 수도산 자락에 김천시가 인현왕후길을 만들었다. 그 옛날 인현왕후가 거닐었던 곳으로 추정하며 조성된 길이다.


인현왕후 길은 김천시 증산면 수도리 마을에서 트레킹이 시작된다. 마을길 따라 산비탈을 따라 조금 걸어올라 가면 수도암이 나온다. 그 옆으로 인현왕후 길의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여름이 시작되는 인현왕후길은 이제는 연둣빛에서 완연한 녹색의 숲길이었다. 녹음이 우거져 걷기에 더없이 좋다.


숲길의 분위기가 조용히 생각하며 걷기에 적당하고 운치있다. 깊은 산중에 혼자 와서 호젓하게 걸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파르지 않은 산길이 끝없이 이어져서 걸으며 한적한 숲길의 정취도 충분히 느껴볼 수 있다. 요즈음 걷기 열풍에 맞추어 급조된 길과는 엄연히 다른 자연스럽고 품격있는 숲길이다.


넓지 않은 오솔길에 나뭇잎이 푹신하게 깔려 있기도 하고 군데군데 웅덩이처럼 물길이 있어 펄쩍 뛰어서 건너도 했다. 걷다가 오래된 고목이 빽빽한 숲을 이루어 하늘이 보이지 않을 때도 있어 잠깐씩 원시림을 걷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거의 마지막 코스는 좁은 내리막 길이다. 숲을 헤치며 걸어 내려오다 보면 작은 바위계곡이 흘러서 시원하게 손을 담가보기도 한다. 그렇게 산굽이를 돌아 나오니 도로가 나왔다. 



◆청암사[靑巖寺], 인현왕후의 숨결을 느끼다.


청암사로 발길을 돌려본다.

인현왕후길이 있는 수도산 초입의 고찰이다. 장희빈에게 밀려나 폐서인이 된 인현왕후가 복위될 때까지 머물렀던 곳으로 역사적인 숨결이 담긴 절이다. 이곳은 비구니 스님들이 수학하고 있는 청정 도량이며 부설 비구니 승가대학으로 유난히 고요하고 정갈하다.


일주문을 지나 입구엔 키 큰 수목들이 하늘로 향해 쭉쭉 뻗어있다. 폭포가 흘러내리는 사찰의 좁은 계곡엔 푸른 이끼가 덮여있다. 오월의 뜨거운 햇살이 쏟아지는 경내에는 새소리와 계곡의 물소리만 들린다. 가끔씩 스님들이 오가는 여느 사찰과는 달리 이 곳은 스님은 한 명도 보이지 않고 다만 몇몇 여행자들만 눈에 띄인다. 


법당 쪽으로 발걸음을 해 본다.

대웅전 앞뜰엔 붉은 꽃잎이 뚝뚝 떨어져 있다. 오른쪽의 진영각 툇마루에 앉아 잠깐 땀을 식혔다. 주변을 둘러보고 나서 매발톱이 가득 피어있는 옆길을 따라나가니 인현왕후의 복위를 빌기 위해 세웠다는 보광전이 있다. 


그 옆으로 뚝 떨어진 곳에 사대부 한옥 양식의 목조건물이 나타난다. 폐서인이 된 인현왕후가 복위를 기다리며 한 많은 세월을 보내며 은거하던 곳이 바로 이 극락전이다. 왕후를 배려해서 반가 양식으로 지었다고 한다. 어쩐지 기품있어 보인다. 보통의 사찰건축과는 달리 대문이 달려있었고 현재는 외인출입금지였다.


그 시절 상궁들이 폐비를 물심양면으로 돕느라 사람들 눈을 피해 드나들며 시주를 했는데 이때 시주록 명단에 이름 올린 상궁이 26명이라고 한다. 당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고난의 삶을 살았던 인현왕후를 그려볼 수 있는 곳이다. 이제는 극락전을 둘러싼 채마밭에는 스님들의 식량인 상추와 자잘한 채소들이 자라고 있다. 그리고 잡초와 파꽃도 피어났고 무궁화와 수국, 작약과 엉겅퀴와 함께 벌과 나비들이 날고 있다. 


청암사는 많이 훼손되었거나 새로 건축하느라 손길이 많이 간 느낌도 별로 없다. 그저 오랜 역사와 세월의 흔적을 알 수 있는 나무목재와 문양들이 정감 있다. 그래서 고찰의 신비로움을 더한다. 푸른 이끼 가득한 기와 위에 피어난 풀꽃처럼 오랜 역사를 되짚어 볼 수 있는 시간이다.  

 

◆푸른 산과 정겨운 골목길과 시골인심이 넘치는 이쁜 동네가 있다.
김천시 최남단에 위치한 증산면 평촌리의 <옛날솜씨마을>


김천 여행 중이라면 반나절쯤 이곳에 머물며 체험시간을 가져보고 한 끼 식사를 하는 걸 추천한다. 또는 기왕이면 하루나 이틀쯤 머물면서 시골마을의 정취 속에서 몸과 마음을 쉴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푸근한 시골 인심이 절로 느껴지는 골목길엔 이 마을의 70~80대 어르신들이 직접 농사지은 계절별 농산물로 체험을 한다. 그리고 민박을 하면서 맛난 시골밥상의 정을 듬뿍 누릴 수 있는 곳이다.  

   

김천 옛날솜씨 체험관에 드니 전통 오미자 고추장 만들기 준비가 되어있다. 오미자 조청. 고춧가루. 메주. 소금을 선생님 설명대로 따라서 잘 섞어 고추장을 만들었다.


이곳에서는 고추장을 비롯해서 가양주와 막걸리, 가마솥 찐빵, 떡, 메주 만들기, 짚풀공예, 천연염색, 텃밭체험 등 조상님의 지혜가 깃든 솜씨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주말이나 방학을 이용해서 아이들과 참여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직장팀이나 단체관광객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하는데 많이들 찾는다고 한다. 민박이나 숙식도 가능하다니 나도 기회가 된다면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한 번 더 오고 싶은 곳이다. 고가의 해외여행이나 푸짐한 맛집 기행이 흔해진 요즈음 심신의 휴식과 뜻깊은 힐링을 얻을 수 있는 이런 소박한 시골여행이 더 귀하다는 생각이다.     











◆추가 사진으로 조금 더 보기~


인현왕후길

청암사

무흘구곡 용추폭포

옛날솜씨마을


이 곳은 한 번에 돌아볼 수 있는 곳이다. 



용추폭포 가기 전에 무흘구곡 전시관에 들러 관련 자료를 꼼꼼히 살펴보면 도움이 된다.

전시관에서는 개관기념으로 홍택유 작가의 무흘구곡 사진을 전시하고 있었다.

곧 장마철이 오고 수량이 풍부해지면 용추폭포의 위용이 엄청날 것이다.


무흘구곡은 조선 중기의 문신 한강 정구(寒岡 鄭逑;1543~1620)선생이 남긴 대가천 절경 아홉 굽이를 명명한 하천명이면서 무흘구곡(武屹九曲)의 배경이다.


성주군에 무흘구곡(대가천 계곡) 1∼5곡이 있고, 김천시에 6∼9곡이 있다.

봉비암, 한강대(寒岡臺), 무학정(舞鶴亭) 선바위, 사인암(捨印巖), 옥류동(玉流洞), 만월담(萬月潭), 와룡암(臥龍巖), 용추(龍湫)



수도리 마을을 지나 비탈길을 걸어 올라가는 길에 피어있는 여름꽃들,

널찍한 바위에서 꺄무룩 잠들었던 고양이가 사람들 발자국 소리에 화들짝 놀라 깨어서 바라본다. 




장희빈의 계략에 빠져 서인으로 강등된 인현왕후는 외가가 있는 상주 인근의 김천 청암사로 자신의 거처를 정한다. 마음속 번뇌와 지친 심신을 이 길을 걸으며 다스렸을 거란 상상을 해보며 숲길을 걸어본다. 밀림과도 같은 첩첩산중이다가 온 산하가 다 보이는 탁 트인 길도 나온다. 꽃잎이 바람에 날려 길 위에 하얗게 뿌려진 길을 걷다 보면 포토존도 있다. 


인현왕후길은 수도산 자락의 수도암과 청암사를 잇는 9㎞짜리 구간의 산길이다.

김천시 증산면 수도리 412(수도리 주차장), 인현왕후길(9km, 2시간 40분 소요), 수도리 주차장-인현왕후 쉼터-수도계곡-수도리 주차장



청암사는 입구부터 키 큰 수목이 하늘을 찌른다.

내 몸이 자연 속에 쏘옥 들어가 포근히 감싸지는 느낌이다.


청암사[靑巖寺]

김천 청암사 경북 김천시 증산면 평촌리 불영산에 있는 절.

대한불교 조계종 제8교구 본사인 직지사(直指寺)의 말사이다.

858년(신라 헌안왕) 도선이 창건하였고, 부속암자로는 수도암과 백련암이 있다.


한적하다.

정갈하다.

평화롭다.


개인적으로 청암사가 무척 마음에 든다.

여기서 템플스테이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불끈~


http://www.chungamsa.org/


인현왕후가 3년간 머물렀던 극락전(極樂殿)



숲을 이룬 길을 따라 돌아가는 길에 부처님이 뿌려주는 햇살이 눈부시다.. 




옛날솜씨마을을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만들어놓았지만 이전의 시골마을과 인심은 그대로 느껴지던 곳이었다. 


김천시는 평촌마을을 ‘옛날솜씨마을’로 지정해 단체관광객을 대상으로 전통문화와 농촌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숙박시설로는 수영장·탁구장·탐방로 등을 갖춘 수도산자연휴양림, 테마공원·야외공원·물놀이장 등이 있는 증산 수도계곡 캠핑장, 체육시설·야외공연장·실내외 취사장 등이 설치된 김천부항댐 산내들 오토캠핑장 등이 있다.-퍼옴


*054-437-0455

*경북 김천시 증산면 수도길 69 장평 노인회관

*지번:236-1 장평노인회관지도보기

*평일 09:00 - 18:00 영업 시작부터 종료 시까지


 http://gimcheonsomsi.modoo.at





http://bravo.etoday.co.kr/view/atc_view.php?varAtcId=9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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