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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 Jul 02. 2019

당일여행으로 고창~

비 내리던 날의 고창팜팜여행






더 말할 것도 없이 여름이다.

그리고 장마철이 다가왔다. 일기예보에서 비 소식을 전한다. 감성지수 솟게 하는 운치 있게 흐린 날, 가끔 씩 빗방울이 유리창에 흘러내린다. 때론 이런 날 더욱 문 밖으로 나서고 싶을 때가 있다. 그래서 어딘가로 떠나야 할것 같은 날.



비 내리는 성곽은 얼마나 운치 있을까. 꽃무릇이 붉던 선운사 도솔천은 녹음으로 울창하겠지. 고창 들판에서 한창 익어가고 있을 블루베리에 빗방울이 맺혀있겠다. 고창 팜팜 시골버스는 언제나처럼 그 들녘을 달리고 있겠지. 그곳을 향해 달리는 버스에 올랐다.



계절 따라 찾았던 고창을 이번엔 여름이 시작되는 즈음에 간다.

특히 이 지역에서 운영하는 고창 팜팜 여행은 신개념 농촌 여행이다. 초저가로 여행과 체험이 포함되어 있어서 개인적으로 따로 더 신경 쓸 일 없이 편안히 다녀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당일여행이어서 더 가뿐하다. 카메라 하나만 배낭에 넣고 출발하면 된다.

http://gofarmfarm.com/farmfarm/




버스가 먼저 닿은 곳은 블루베리가 비를 맞고 있는 농장이다.

요셉 농원의 블루베리는 그 자리에서 따서 먹으며 담는 재미에 비 맞는 것조차 즐거움이다. 도시에 살다 보니 들판의 밭에 들어가 농작물을 직접 만져보는 기회는 거의 없다. 그저 신난다. 빗방울 송골송골 맺힌 블루베리를 밭에서 직접 따서 먹는다. 최상의 신선함이다.



비 맞은 포도송이처럼 머루 송이처럼 알알이 매달린 블루베리 한 팩 따서 담아 나왔다. 그리고 시중의 블루베리 맛과 신선함이 남달라 2Kg 더 샀다. 소분해서 냉동실에 저장해 놓고 요구르트나 스무디로 만들어 먹으려고.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슈퍼푸드인 블루베리를 이처럼 신선함 가득한 밭에서 직접 구매해 와서 냉장고에 쟁여두니 뿌듯하다. 안토시아닌이 풍부해 항산화 효과가 뛰어나 건강비결이 되기도 하고 나 또한 시력저하에 도움을 받으려는 생각도 있고.




이른 새벽 출발이어서 점심식사가 기다려진다.

텃밭에 온갖 쌈채소를 농사지어 식당을 하는 쌈밥집의 점심을 충분히 즐겼다. 신선한 우리 농산물을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기회. 신선 쌈채소에 우렁된장과 콩나물 두루치기를 싸서 입안 가득 먹어주기, 채소를 마음껏 많이 먹고 나면 어쩐지 건강해진 기분이 든다. 웰빙푸드가 주는 포만감은 다르다. 밖에는 여름 비가 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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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선운사는 어떤 모습으로 기다리는지.

도솔천의 반영은 온통 초록이다. 비까지 내려서 싱그러움을 더한다. 경내에 드니 한적함에 마음조차 차분해진다. 


보살님의 녹차 공양에 이끌려 만세루(萬歲樓)에 올라서 차 한 잔 마시기로 했다. 차 한잔 마시니 온 세상이 평온한 느낌이다. 비 내리는 날 선운사의 만세루에서 마시는 차 한잔은 어디에 비할바가 아니다. 적당히 식힌 한잔의 차를 마시며 내다보는 경내의 풍경과 함께 차마시던 사람들의 그림 같은 그 시간들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사찰 뒤로 걸으니 차밭이 있다.

차밭을 둘러싼 산에 운무가 고여있다. 도솔천이나 사찰은 많이 오갔지만 뒷길을 걸으니 인적이 드물고 세상을 벗어난 듯하다. 비 내리는 날 이렇게 오솔길과 데크를 걷는 운치를 맛보다니 이 또한 즐거움이다.


조금 더 걸어 '송악'을 찾아가기로 했다.

선운사에는 3대 천연기념 나무가 있는데 동백나무숲과 선운사 입구의 송악 나무, 그리고 장사송 나무라고 한다. 송악은 두릅나무과에 속하는 늘 푸른 덩굴식물로 줄기에서 뿌리가 나와 암석 또는 다른 나무 위에 붙어 자라는 나무다.

  

고창 삼인리의 송악은 선운사 입구 개울 건너편 절벽 아래쪽에 뿌리를 박고 절벽을 온통 뒤덮고 올라가면서 자라고 있다. 수백 년은 되었을 거라는 추측이다. 길이가 15m 정도, 가슴 높이 둘레가 80㎝ 정도의 아주 크고 오래된 수령의 나무다. 


비를 맞으며 사진을 찍고 있으니 지나는 사람들이 도대체 뭘 찍느냐고 묻는다. 천연기념물인데도 아직은 모르고 지나치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하긴 나도 이제야 안 것인데 뭘.

1991년 11월 27일 천연기념물 제367호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전라북도 고창군 아산면 삼인리 산 17-1




메리골드 꽃을 말려서 노란색을, 치자잎으로 쪽빛을 염색한다.

고창 여행 중에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 다음으로 잘거리를 생각해 본다면 게스트하우스 팜팜 스테이션이 있다. 저렴한 숙박에 염색체험을 할 수도 있다. 각종 공예를 두루 섭렵하신 쥔장의 솜씨를 다양하게 배울 수도 있고 배우면서 나누는 대화 속에 고창을 알아가는 시간도 될 것이다. 푸른 쪽염색과 노란 메리골드 염색체험으로 즉석에서 스카프 한 장을 만들었다.




고창에 갔으니 고창읍성을 들러보지 않을 수 없다.

지난봄에 왔을 때는 성곽길에 화려한 철쭉이 테두르듯이 푸짐하고 선명하게 강한 존재감을 보여주었었다. 입구의 판소리 박물관을 지나서 성곽에 올라서니 촉촉이 내리는 비 덕분에 성 안이 신비롭고 차분하다.


고창읍성은 일명 모양성이라고도 불린다.

우리나라에 또 다른 읍성인 낙안읍성과 해미읍성과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민가와 관청이 있고 주거목적이던 것과는 달리 고창읍성은 유사시 방어와 주민들의 피난처의 목적이 더 큰 곳이다. 이제는 고창 주민들의 휴식처로 또 전 국민의 여행지가 되었다.



좁다란 산길을 올라 하늘로 향해 쭉쭉 뻗어있는 대숲 '맹종죽림(孟宗竹林)'에 들었다. 10m가 넘는 높이다. 숲에 드니 비가 멈춘 듯 고요하다. 간간히 대숲의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진다. 1938년 청월(淸月) 유영하(劉暎河) 선사가 불전의 포교를 위해 이곳에 보안사를 짓고 그 운치를 돋우고자 조성한 것이라고 한다.


읍성의 옛맛과 대숲의 깊은 분위기에 뛰어나 드라마나 영화 속의 장면으로도 많이 나오는 명소다. 현재 드라마 '녹두꽃' 촬영 중.


바람소리 사각거리는 대숲에서 고요를 즐길 수 있다. 이날처럼 댓잎 끝에 매달린 빗방울 또르르 한 점씩 맞으며 노닐던 시간이 인상적으로 남아있다. 고창에 가면 꼭 성곽길을 올라 볼 일이다.




가끔 1박 2일이나 외부에서 묵어야 하는 여행이 번거로울 때가 있다. 이날처럼 당일여행은 여행가방 꾸릴 일도 거의 다. 그저 마음껏 하루를 즐기다 간편히 집으로 돌아오니 몸과 마음이 한결 가볍다. 짧은 하루지만 여행지의 역사나 현지 사정에 맞는 체험과 맛보기로 알차게 잘 보낸 하루라는 생각에 스스로 흐뭇한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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