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오빠가 떠난 여행길
지금쯤 어드메에 머물러 계신지,
홀로이 훌쩍 떠나가신 그 길에
눈부신 봄꽃이 피어있고,
한 여름 시원한 소나기도,
지금처럼 온 산하가 물들어 있는 가을이 가득한지,
궁금해 오빠...
우리 어릴 적 같이 놀던 마당가에 피어있던 채송화도
우리 집 뒤꼍의 오래된 감나무에 주렁주렁 달리던 커다란 감나무도
이맘때면 터트리며 피어나기 시작하던 텃밭의 하얀 파꽃도
대문 밖 길가의 하양 분홍 코스모스도
오빠의 그 길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봤지? 오빠,
오빠의 다정한 가족들이 준비한 1주기에 모두 모인걸.
술 한 잔씩 부어드리며
아깝고 아쉽고 안타깝고 미어지게 아려와 눈물 났어.
오빠의 그 여행길의 부드러운 가을바람을
여기서 나도 함께 느껴보는 중이야.
조금이라도, 단 몇 시간이라도 더 같이 있어야 했는데
왜 그렇게 빨리...
무시무시한 암세포의 통증쯤은 잘 이겨낼 오빠인 줄 알았는데
미안해 오빠,
미안해, 미안해......
미치게 그리워하는 것밖에 못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