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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 Jul 29. 2020

My Dear 피노키오~

피노키오의 새로운 모습 보기,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My Dear 피노키오展, 아무런 정보 없이 가서 보아도 친근한 전시 제목이다.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진다는 말이 진실인 줄 알았던 행복했던 시절, 그래서 정직함의 중요성을 일찍이 알게 했던 이야기 피노키오의 모험.

'피노키오'는 1883년 이탈리아 작가 콜로디가 탄생시켰고 우리에게는 월트 디즈니가 각색하고 제작한 '피노키오의 모험'이라는 애니메이션으로 더 익숙하다. 착한 목수 제페토 할아버지가 나무를 깎아 만든 피노키오 인형 이야기는 동화나 애니메이션뿐 아니라 영화나 연극 등 다양한 매체로 세상 사람들에게 지금껏 즐거움을 주고 있다.

이렇게 우리의 가까운 벗처럼 친숙한 캐릭터인 피노키오를 주제로 한 전시가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그동안 책이나 영화 등에서 보아왔던 것과는 달리 쉽게 접하지 못했던 관련 희귀 도서나 소품들이 진열되어 있어서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즐거움이 크다. 특히 국내외 작가들의 문학적이고 역사적인 독창적 해석으로 표현한 피노키오 작품 173점이 전시된다.

환하고 밝은 색감의 전시장 안에 들어서면 '서막:피노키오의 모험'이 전시의 시작이다. 이 섹션의 작가는 카를로 콜로디다. 어른 아이 구분 없이 누구나 유명 작가들의 피노키오의 해석을 즐길 수 있도록 편안한 분위기다.

플래시 없이 대부분 촬영이 가능하고 군데군데 쉴 수 있는 곳은 물론이고 직접 참여해 볼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영상이나 나무로 설치된 작품과 소소한 소품 전시가 계속 이어져서 지루할 틈이 없다.

작품 중에 로베르티노 인노첸티 작품은 저작권 보호 때문에 촬영 금지다.

그의 작품 위에는 이런 글이 있었다.

"나무토막으로부터 학교에 다닐 즈음의 나이로 만들어진 피노키오는, 유아기를 지나며 성장하는 준비과정 없이 그렇게 곧바로 세상 속으로 던져졌다." -로베르티노 인노첸티

로베르티노 인노첸티는 많은 작가들이 피노키오 캐릭터에 집중할 때 피노키오의 배경이나 역사에 관심을 가졌다. 그 작품 속에는 피노키오의 환경이나 성장이 녹아들어 있다. 마을이나 마을 사람들, 그 시대적 풍경이 피노키오의 유년기를 떠올리게 했고 화풍이 어쩐지 화가 모리스 위트릴로의 소박하고 적막하던 골목 그림을 떠올리게 한다.

몇 개의 전시관이 이어지면서 앤서니 브라운, 제럴드 맥더멋, 마우리치오 콰렐로 등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션 거장들이 그려낸 개성 넘치는 피노키오를 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민경아, 조민서 작가 등이 참여했다. 이들의 독특하고 현대적인 감성이 만나 우리가 여태껏 몰랐던 피노키오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새롭고 시종일관 흥미롭다.

피노키오를 소재로 한 시각적인 그림 전시와 설치 영역뿐 아니라 소리를 들으며 느끼는 영상 역시 재미있다. 그리고 관람객과 함께 호흡할 수 있도록 참여하는 공간에서는 직접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완성도 있는 관람을 시도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또한 시간 맞춰 도슨트 해설을 들으며 감상하면 이해도 쉽고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는 시간이 된다. 다양한 콘텐츠로 구성된 복합 전시 'My Dear 피노키오展'이다

전시장에는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온 젊은 주부들이 유난히 많았다. 피노키오라는 동화의 특성이 한몫했을 것이다. 작가 콜로디는 동화를 쓰면서 "어른들은 즐겁게 해 주기는 너무 어렵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다양한 작가들이 만들어낸 피노키오의 동화적 상상력이 발휘된 작품들은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기성세대들에게 더 큰 즐거움을 주는 시간이기도 하다.

전시장 입구부터 노랑과 분홍, 파랑 등의 밝고 과감한 색감이 압도한다. 더불어 그림동화다운 따스하고 서정적인 느낌 속에 푹 파묻혀서 작품을 구경하다 보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걸 느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