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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 Feb 17. 2022

선흘리의 곶자왈 동백동산

-동백꽃 뚝뚝 떨어지는 제주 겨울 동백 숲으로~


   





선흘리 동백동산은 습지를 품었다. 비가 내려도 고이지 않고 그대로 땅 속에 스며든 지하수 함량으로 사계절 보온, 보습효과가 높다. 제주에선 이런 독특한 숲 또는 지형을 곶자왈이라고 한다. 수풀을 의미하는 '곶', 나무와 덩굴 따위가 마구 헝클어져서 수풀 같이 어수선하게 된 곳’이라는 '덤불'에 해당하는 '자왈', 곶자왈이다. 생태계의 보고인 곶자왈 동백동산은 제주시 조천읍 선흘 1리에 있다.         

겨울 동백의 계절이다. 이름부터 동백동산인 선흘 마을에서는 동백꽃을 보기가 쉽지 않다. 이곳이 보호림으로 지정되면서 모든 수목들이 고스란히 쑥쑥 성장한다. 그에 비해 성장이 더딘 동백나무는 큰 나무들 틈에 가려서 햇빛을 보기 어려워 꽃 피울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제주의 여느 동백꽃 군락지처럼 흐드러진 꽃동산은 아니지만 이곳 동백 동산만의 태곳적 매력과 그윽한 은은함을 듬뿍 맛볼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제주 남쪽보다 꽃피는 시기가 늦어서 3~4월에도 드문드문 동백꽃을 볼 수 있다.    



선흘리 마을길을 앞에 두고 있는 입구로 들어가면 널찍한 방문자 센터가 친절하다. 안내 내용들을 훑어보면서 동백동산의 숲과 습지에 대한 사진 지식을 챙겨서 시작할 수 있다. 약 1만 년 전 형성된 용암대지 위에 뿌리내린 숲, 곶자왈. 울퉁불퉁한 돌무더기 길에 낙엽이 수북수북하다. 덩굴식물이 뒤엉키고 촘촘한 나무들로 겨울 숲은 여전히 푸르다. 열대 북방한계 식물과 한대 남방한계 식물이 한 공간에 공존하는 독특한 식생의 숲이다. 숲길 군데군데 다양한 형태의 숯막터가 남아 마을 주민들의 살아온 생활상이 엿보인다.


 

밀림과도 같은 나무들 사이를 걷다 보면 적막함에 슬그머니 두렵기까지 하다. 푸른 이끼로 뒤덮인 암석 사이로 아름드리나무가 굵직한 뿌리를 드러냈다. 얽히고설키어 서로 손을 잡고 팔짱을 낀 듯 의지하며 살아가는 모습처럼 보인다. 척박한 땅에서도 자연의 숲은 이렇게 방법을 찾아간다. 맑은 새소리까지 들린다. 숲의 운치가 절정이다. 태곳적 제주의 풍경일까. 알 수 없는 신령스러움이 엄습하기도 한다. 원시림 속을 헤매는 듯하다. 제대로 된 제주의 곶자왈을 느끼게 해 준다.  

   


사실 이곳은 제주역사의 아픈 과거가 담긴 곳이기도 하다. 제주 근대사의 뼈아픈 4.3 사건의 광풍이 몰아쳤던 현장인 도틀굴이 숲길에 있다. 당시 지역 주민들의 은신처였던 곳이었는데 발각되어 억울하게 현장에서 몰살되거나 모진 고문을 당한 피맺힌 역사의 현장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제주 동백은 4월이 더 붉다더라'라고도 말했다.        


겨울이지만 사계절 피워내는 상록수림으로 숲은 울창하고 아늑하다. 걷다 보면 중간쯤에서 만나게 되는 먼물깍.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의미의 '먼물'과 끄트머리라는 뜻의 '깍'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2011년 람사르 습지에 등재되어 보호받고 있는 먼물깍 습지다. 생활용수나 가축들이 먹었던 물로 용암대지의 오목하게 함몰된 부분에 빗물이 채워져 만들어졌다. 


먼물깍은 사시사철 마르지 않는 습지로 희귀 생물들의 서식지로도 생태적 가치가 크다. 동백동산 습지는 먼물깍을 중심으로 0.59㎢ 지역이 2010년에 환경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다. 원시의 숨결 속에 비밀스럽게 자리 잡은 듯 먼물깍 주변은 온통 고요하다.     

    


동백 동산 숲길은 총 5.1km. 걷기에 따라 1시간 30분~2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는 숲길이다. 동백동산의 나무는 그동안 이 터를 지켜온 선흘리 주민들의 집을 짓기도 하고 생활의 도구가 되어왔었다. 습지에서 먹을 물을 긷고 일상을 해결하는 곳이었다. 그들의 소중한 삶의 터전이었던 생명의 못()이다. 이제는 이 모든 존재들을 보존하기 위해 고민한다. 이곳에 가면 마을 공동체의 따뜻한 자연 지킴 모습을 보며 삼촌 해설사의 진솔한 해설을 들을 수도 있다.     



흔히들  제주를 떠올리면 대부분 섬을 둘러싼 바다를 먼저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제주 본연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곳은 제주 땅에 자리 잡은 다양한 생태의 숲들이다. 제주의 숲은 이 터를 지켜온 현지 사람들에게는 의미심장한 자부심이다. 그리고 여행자들에겐 치유라는 위로의 선물이 되어주는 곶자왈 숲이다. 사계절 울창한 숲 동백동산이 뿜어내는 청량한 생명력 또한 그렇다.     


    



동백꽃 뚝뚝 떨어지는 겨울 동백 숲으로

기왕 제주의 겨울 여행 중이라면 호사스러운 동백꽃 구경을 하고 볼 일이다. 제주 서귀포 위미리에 가면 동백꽃 명소가 몇 군데 있다. 위미리는 제주 공항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정도의 거리다. 동백꽃 성지라고도 할 수 있는 위미리 마을의 돌담길을 걷다 보면 머리 위로 동백꽃이 툭툭 떨어지는 것을 경험할 것이다. 바닥을 온통 붉게 물들인 듯 레드 카펫을 이룬 동백꽃길도 쉽게 볼 수 있는 동네다. 제주에선 초겨울부터 초봄까지 붉은 동백을 푸지게 볼 수 있다.         



SNS에서 제주 동백이라는 해시태그로 검색하면 여러 군데의 동백 군락지가 나온다. 그중 동백수목원은 붉은 애기 동백이 솜사탕처럼 타원형의 수형으로 붉은 꽃을 피운 모습이 아름다워 겨울이면 포토스폿으로도 인기다.   

   


남원읍의 위미리 동백군락지는 백여 년 전만 해도 황무지 돌밭이었다. 나이 열일곱에 이 마을로 시집온 고 현맹춘 할머니가 제주의 모진 해풍을 막아내기 위해 동백나무를 심기 시작하면서 현재의 위미리 동백군락지를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이곳 제주 고유의 토종 동백나무 숲과는 달리 부근의 동백수목원은 할머니의 증손자가 만들어낸 숲이다. 4대째 이어온 동백사랑이다. 오백여 그루의 애기동백을 심어 조성을 한 것으로 또 다른 제주 동백의 명소가 되고 있다.     



애기동백과 토종동백의 차이를 본다면, 토종동백은 1월 엄동설한에 피어나 3월까지 피고 지고를 거듭하는 붉은 동백이다. 반면 애기동백은 11월부터 피우기 시작하는데 꽃 색감이 짙은 분홍빛이다. 뿐만 아니라 꽃 한 송이가 비장하게 통째로 툭 떨어지는 토종 동백에 비해 애기동백은 꽃잎을 분분히 흩날리며 떨어진다. 



애기 동백의 색감은 유난히 핑크빛이다. 러블리한 핑크빛의 동백숲에서 웨딩촬영을 하거나 연인들의 인생 샷을 담기 위한 포즈를 곳곳에서 본다. 봄날처럼 온화한 기후 속에 행복 넘치는 공간이다. 판타지 동화 속 한 장면과도 같은, 미로의 숲처럼 빽빽한 애기동백 숲을 누비다가 수목원 2층 전망대에 오르면 건너편으로 제주의 시원한 바다가 이국적이다.      



붉은 애기 동백이 올망졸망 피어있는 동백숲. 꽃망울을 터뜨리는 11월 말부터 피기 시작하면 지역에 따라 피고 지고를 달리하는 모습을 초봄까지 볼 수 있다. 겨우내 피어 있어서 지긋하게 만날 수 있으니 제주의 겨울 여행 중 새하얀 눈 속에서 선홍의 동백꽃을 찾아가 봄직 하다. 이름부터‘겨울 동(冬)’에‘나무 이름 백(柏)’이다. 허나 꽃이 이미 속절없이 떨어졌으면 어떠랴. 동백꽃은 역시 낙화한 모습 아니던가. 풍성하게 만개했을 때의 멋과는 달리 선혈 낭자하게 뚝뚝 떨어져 있는 모습도 겨울 동백의 풍경이다.                         






☞Info 제주 동백동산 & 제주 동백수목원

-제주 동백동산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산 12 ☎ 064-784-9445

♤이용 시간 평일 : 09:00 ~ 18:00 , 주말 : 09:00 ~ 18:00

-제주 동백수목원

♤주소: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 929(주차장 931-1) ☎ 064-764-4473// 위미동백나무군락(기념물 제39호) 위미리 904-1

♤11월 이후 겨울 시즌 동안만 영업. 유선 확인 필요.









https://bravo.etoday.co.kr/view/atc_view.php?varAtcId=13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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