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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 Nov 06. 2021

지리산 숲 속 휴양림에서 하룻밤~

지리산 흥부골자연휴양림. 드라마 지리산 촬영지 해동분소







올 가을엔 지리산에 가보고 싶었다. 흔히들 산을 타고 또는 오른다고들 말한다. 심지어는 정복한다는 말까지 있는데 나는 산에 오르는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저 산에 들고 조금 걸으며 숲을 느끼고 하는 정도다. 사람들은 나이 먹고 힘들어서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아주 팔팔하던 시절에도 산 오르기는 그리 끌리지 않았던 일이었다. 그럼에도 산이 좋다.


지리산을 갈 기회가 생겼다. 냉큼 '그래, 가자'고 했다. 그리고 어디서 묵을까 하다가 말끔하고 서비스 좋은 시내 중심의 숙소 말고 그 산속에 있는 휴양림을 떠올렸다. 인터넷으로 숲나들e 에 들어가 보니 내가 가고자 하는 날에 딱 하나 남은 작은 방이 있었다.


지리산은 전남과 전북, 경남의 5개 시군에 걸쳐진 거대하게 넓은 면적의 웅장한 산이다. 이번에는 그중에서 전북 남원이다. 흥부골 자연휴양림은 지리산 인월 금계 둘레길 태극종주구간의 시작점에 위치해 있다.



산속의 군데군데 황톳빛 자연휴양림이 보인다.

전체적으로 약 1㎢의 면적으로

휴양림이 7동이고 단체수련동과 방갈로. 취사장·공동샤워장·급수대가 있다고 한다. 캠핑장도 있다. 예약된 맨 꼭대기인 산까치방으로 오르는 입구에서 보이는 어디서 본듯한 시설물이 눈앞에 있다.



요즘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지리산'의 주요 촬영 거점지로 나오는 지리산 국립공원 '해동분소'다. 옆으로는 '비담 대피소'가 있다. 숙소로 올라가기 전에 한 번 쓰윽 둘러보기로 했다. 고증을 통해 제작된 세트장이라지만 이미 모두 철수한 상태라 썰렁하다. 또한 해동 분소의 레인저들이 들고나는 모습만 촬영하기 때문에 내부는 텅 비어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흠... 이곳으로 배우 전지현과 주지훈 레인저가 들어가고 나오고 해동분소 분소장 성동일이 창을 통해 내다보고 했단 말이지? 하면서 둘러보는 재미도 있다. 눈속임과도 같은 세트장이다 보니 그저 상상력으로 재미를 만들면 된다. 내일 아침 내려오면서 다시 한번 살펴볼 생각으로 일단 숙소를 향해 go~



이곳의 자연휴양림(自然休養林)은,

그 옛날 산속 너와집의 자연 생태를 가능한 유지한 채 최대한 규모를 줄여서 만든 너와 한옥집이다. 그렇기 때문에 편리한 현대식 호텔 숙소를 선호하는 사람들에겐 도무지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난 왜 설레는지~. 꼭대기에 위치한 숙소에 오르는데도 좁고 가파르기 때문에 주춤주춤 천천히 올라 가까스로 주차.



어서 와~

반기는 듯.



산속의 11월은 확실히 다르다. (11.2일)

밤공기, 새벽 공기가  쨍하니 기분 좋다.

춥다.

온몸이 살짝 떨렸지만 추운 정도가 최고조의 상쾌함이다.



산 자락에 잣나무 군락이 있어서 삼림욕으로 최적이다.

휴양림 옆으로 난 조붓한 산길은 조용히 산책하며 걷기에 좋다. 한 시간 반 정도의 등산로가 있어서 더없이 적당하다. 능선에 따라 철쭉 등 계절별 자연의 변화를 누려볼 수 있는 곳이다. 계곡의 물소리가 나지막이 들린다. 비가 오면 우렁찬 물소리로 시원할 듯하다.



숙소의 단순한 내부가 담백하다.

모든 걸 내려놓고 쉬는 시간, 아... 좋다~.

툇마루에 앉아 눈앞에 펼쳐진 숲이 온몸을 스르르 풀어지게 한다. 아침에 일어나니 온 몸이 날아갈 듯 개운하다. 박하 향기보다 더 상쾌한 공기가 미치게 좋다. 차 한 잔 만들어 숙소 주변을 한참 동안 어슬렁거렸다. 그리고는 바깥 테이블에 앉아 숲 멍......


이곳만으로도,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여행이 된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다 잊은 채 이곳에서 일주일만 머문다면 한결 건강한 몸과 마음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마음대로 피어난 들꽃이 내게 그래그래 하는 듯하다. 뭐가 어려워 그게 실천이 안 되는지 모르겠다.


하루 머물고 내려오는 휴양림의 숲과 깨끗한 공기가 자꾸만 나를 잡아당긴다. 발걸음이 안 떨어질 때마다 다음에 또 오지 뭐 하는 공수표를 남발한다. 이곳에서도 또 한 번 한다. 다음에 길게 시간 만들어 또 오지 뭐~



내려가는 길의 해동분소에 아침해가 쏟아진다.

완연한 가을색으로 둘러싸여 있다. 숲 사이로 빛내림이 신비롭다. 비담대피소 옆으로 캠핑장에는 밤사이 이슬을 맞은 두어 개의 텐트가 아침을 맞고 있다.


오늘 밤 마주할 TV에서 '드라마 지리산'의 장면들이 아마도 달리 보일 테지. 스치는 나무에서 아침이슬이 후드득 떨어지고 가을 단풍이 촉촉이 젖어있다. 바라보는 풀잎마다 아침이슬로 눈부시다. 이제 나는 지리산으로 간다.~   



□흥부골 자연휴양림[ -自然休養林 ]: 전라북도 남원시 인월면 인월리 산 53-1번지 







https://50plus.or.kr/ssc/detail.do?id=14986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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