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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 Nov 21. 2019

걷고, 걷고, 또 걷고

울진, 영덕 해파랑 길 위의 날들











가히 걷기 열풍이다.

주로 좁다란 산길이나 오솔길을 따라 만들어진 길을 걷다가 점차 길이 늘어난다. 이제는 일부러 시간 내어 걷기를 도모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래서 올레길, 둘레길이 생겨나고 그러다가 더러는  걷기가 놀이가 되기도 하고 축제가 되기도 한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특별한 장비나 시설이 필요하지도 않아서 누구라도 동참할 수 있는 것이 걷기다.  


이제는 바다를 즐기며 걸을 수 있는 해파랑 길이 생겨났다.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가 동해안 일대에 조성한 해안 걷기 길이다. 부산광역시 오륙도에서 출발해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까지 동해안 해변길과 숲길, 마을길, 해안도로 등 총 770㎞를 잇는 국내 최장거리 탐방로다.


이 길 중 일부를 이틀 동안 걷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덜컥 신청을 해버렸다

걷기나 등산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올해가 가기 전에 한 번쯤 자신 혹독하게 부려보고 싶었다.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꾀를 부릴 수도 없을 테고 어쨌든 해낼 거란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다지기로 했다. 그런데 날짜가 다가올수록 어쩌자고 내가 이걸 신청했던가 걱정이 산더미였다. 그런데도 슬그머니 기대 또한 잔뜩~


경북 영덕의 미항 축산항에서 이른 점심을 먹고 해파랑 21-22코스 트레킹은 시작되었다.

 옆으로 대나무가 바람에 바스락거리는 길을 따라 죽도산으로 올랐다. 시작부터 숨차다. 바로 이어서 죽도산 전망대가 나타났고 7층 꼭대기에 올라서 축산항을 내려다보며 땀을 식혔다.


다시 데크길을 따라 블로드 구간으로 들어섰다. 영덕 블루로드 양쪽으로 야생초 군락이 있어서 산길을 내려가며 자연의 정원을 지나는 느낌이다. 출렁대는 블루로드 다리인 영산교를 건너면서 물새 떼들의 평화로운 모습에 마음 다잡고 다시 걷는다.


바닷가를 지나 이어지는 산길이 좁고 간단치 않다.

원래의 지형대로 울퉁불퉁한 절벽 같은 바위틈을 밧줄을 잡고 지나고 철계단을 오른다. 숨차게 헉헉거리고 땀 줄줄 흐른다. 끝까지 잘 마치려면 지금쯤은 무리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에 조심조심..

해파랑길 저편으로 바다는 잔잔히 파도소리를 내고 발걸음 옆으로 해국이 무리 지어 피어있다.


길을 안내하며 바람에 날리는 해파랑길 리본 따라 바다를 끼고 걷다 보니 드디어 경정 마을 해변이 나온다. 갈매기 떼가 반기듯 무리 지어 날아준다. '방탄소년단이 다녀간 영덕 맛집'이란 현수막이 잠깐 기분을 풀어준다. 잠시 쉬며 500ml 물 한 병을 벌컥벌컥 단숨에 마시고 다시 걷기 시작.


본격적인 해파랑 24코스다.  

버스로 울진 등기산 후포항으로 이동,

온 김에 스카이워크를 잠깐 즐겼다. 42m 바다 위의 스카이워크엔 바람이 세차게 불어대서 온 몸이 날아갈 듯하다. 옆으로 출렁다리도 있고 아래로 소원을 비는 갓바위가 납죽 있다. 이제 그만 놀고 다시 걷기 위한 길로 들어섰다.


소나무 숲으로 들어서니 피치드 향이 싸아하니 느껴진다.

생태습지공원인 평해사구습지도 있다. 자연이 잘 보존된 지역이다. 관동팔경 중의 하나인 동해를 바라보고 있는 월송정 정자까지 한참 걸었다. 정자에 올라 월송 해변을 내려다보며 또 한 번의 쉼을 갖는다. 간간히 쉴 수 있도록 자연은 자리를 만들어 놓고 기다려 준다.


아무도 없는 길에 드리워진 나무와 억새와 잡초의 그림자를 밟으며 다시 걷는다. 태초의 길이 이랬을까. 울창한 솔숲 길은 떨어진 솔잎이 쿠션이 되어 푹신하다. 고요한 소나무 숲으로 소리 없이 쏟아지는 빛이 오후를 훌쩍 넘겼음을 알려준다.


다리를 건너고 바닷가 모래밭을 지난다.

저녁 무렵의 해안길이 환상적이다. TV 프로그램 '캠핑 클럽'에서 핑클의 이효리 일행이 지냈던 구산 해변이다. 송림을 등지고 노란 등대가 선명하다. 해안의 운치가 연인들을 불러들였나. 바닷가 모래톱에 연인 몇 커플이 목하 데이트 중이다. 이곳에 오토캠핑장이 있다. 해송 사이로 텐트, 카라반 캠핑카, 글램핑 등 그 외 편의시설이 제법 갖추어진 규모다.


날은 점점 점점 어두워지고 하루 종일 내내 걸었던 길은 내 뒤에서 어둠 속에 묻혀버렸다.

지나는 길에 버스에서 잠깐 내린 것은 이곳 왕피천의 은어 다리를 보기 위해서다. 남대천 끝자락에 설치된 보행교로 일출 명소이기도 하다. 산란철 회귀하는 은어떼를 볼 수 있는 다리.


어둠이 내리니 조명이 이쁘게 비추고 있다. 밝은 한낮과 오후의 빛, 어스름 초저녁 모두 오늘 하루 제 몫의 빛으로 각기 다르게 빛난다.


저녁 식사 후 숙소인 덕구 온에 짐을 풀었다.

온몸이 욱신거리는 피곤함이 뿌듯하다. 그런데 하루를 잘 버텨준 뻐근한 다리를 쉬느라 이곳의 효험 좋은 덕구 온천탕엘 가지 못했다. 객실 물도 온천수라는데 뭐... 그저 죽은 듯이 혼자 조용히 쉬기, 아니 뻗었다.



 







사진으로 조금 더 보기~

서울에서 Ktx로 포항역에 도착 후

동해안 열차로 환승 후 영덕역 도착

해파랑길 걷기를 시작~


죽도산 전망대에 올라 내려다본 축산항.


블루로드와 축산항 주변에서 싱싱한 해산물과 잘 말린 건어물을 흔하게 보다.


영덕 블루로드길을 지나

바다를 끼고 가파른 계단이나 좁은 산길, 돌길, 바위길과 언덕길을 오르내리며 바닷바람을 맞으며 걷고 또 걷는다.


경정 해변에 닿으니

파도소리

갈매기 나는 풍경...


신라시대의 화랑들이 주변 경치에 정신 팔려 소나무 숲을 뛰어넘었대서 월송정이라는 말.

정자의 편액은 越松亭이다. 넘을 월(越)

(신선이 솔숲을 날아서 넘는다(비선월송(飛仙越松)라는 뜻을 취한 것이라는 말도 있고

울창한 송림에서 달을 즐기며 놀았다는 관동 8경의 하나인 월송정이라고도 하고...)


월송정에 올라서면 탁 트인 앞으로 바다가 펼쳐진다.


캠핑장으로 제법 갖추어진 구산 해변,

고요한 겨울바다



트레킹 출발 전 먹었던

영덕 물가자미 전문 음식점

축산항 어촌 마을 바로 앞에 자그마한 음식점에서 온통 가자미만으로 차려진 독특한 밥상.





오늘도 그 길 위엔 누군가 걷고 있을 해파랑길...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_w.aspx?CNTN_CD=A000259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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