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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 Aug 05. 2022

평화의 감각 일깨우는 강화 길 위의 이야기

북녘을 마주 보며 철책선 길 따라, 강화도 DMZ 평화의 길

 

      






▲해안 철책로를 따라 걸으며 이 땅의 자연과 역사를 만나고 평화의 의미를 접하는 강화의 길이다.

   

  

우리는 대체로 평안함에도 늘 평화를 이야기하고 안전 예방책에 민감하다. 분단국의 현실이기도 하지만 그 독특함으로 또 다른 길이 생겨나기도 하는 걸 본다. 강화도엘 가면 민통선 북방 지역으로 'DMZ 평화의 길' 이 있다. 군사 접경 지역의 경계심리가 느껴지는 DMZ라는 말에 바로 평화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예로부터 국가의 위기 때마다 강화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던 곳이었다. 요즘에 와서 이곳으로 도보여행을 위한 발걸음들이 찾아들고 있다. 철책선 따라 평화의 감각을 여행의 시작점으로 다시 태어나게 한 강화다. 무거울 것만 같은 분위기지만 막상 다가서면 사람의 손길을 덜 탄 자연에 스며들어 편안히 돌아볼 수 있는 강화섬이다. 대부분 해안 도로에 인접해 있어서 바닷바람과 함께 시원하게 달릴 수 있다. 산과 바다가 아름다운 강화 DMZ 평화의 길을 따라 몇 군데 들러보았다.     



    

▲벗과 함께 해 즐거운 곳 희우당 (喜友堂). 평온한 한낮 풍경


    

-철종의 친구가 살던 곳희우당 (喜友堂)

그 길을 나서면서 강화읍 동문로 쪽 옥림리의 한옥 희우당 (喜友堂)을 먼저 들렀다.  희우당은 조선말 강화도령이던 철종이 하루아침에 왕이 된 후 어릴 적 친구에게 하사한 집이다. 전해지는 이야기는 이렇다. 지금으로부터 150여 년 전, 동네 친구 금씨가 철종이 키우던 개를 데리고 임금이 된 친구를 만나러 궁궐을 찾았으나 낮은 신분으로 입궐할 수 없었다. 이를 본 철종이 그 자리에서 도사라는 9품 벼슬을 내려 궁에 입궐케 했다. 두 사람의 깊은 우정 덕에 금도사가 된 철종의 친구는 이후 강화읍 옥림리의 큰 땅과 이곳 희우당을 하사 받아 편하게 살았고 지금껏 후손들이 여기서 살아왔다고 한다.      


이제 후손들은 떠나고 개인이 살고 있어서 섣부르게 들어가 보기가 쉽지 않다. 잠깐 구경할 수 있을까 주춤거렸는데 주인이신 할머니께서 마침 내다보시며 들어와 차 한 잔 마시고 가라며 푸근히 불러들이신다. 마루에 앉아 텃밭에서 뜯어온 깻잎을 차곡차곡 다듬으며 희우당 이야기를 해주시는 할머니 덕분에 더운 여름날 한옥의 정취를 흠뻑 누렸다.         


     


      

희우당은 넓은 터에 두 채의 한옥이 앉혀져 있다. 현재의 주인들이 이곳을 사들여 4년여에 걸친 고택 복원 공사 끝에 완성된 희우당이다. 이윽고 정갈하다. 초록의 너른 잔디밭이 평온하다. 1937년도에 상량했다는 왼쪽의 한옥은 오랜 기간 복원수리로 현재의 아름다운 모습을 되찾았다. 오른쪽의 한옥은 1958년 상량으로 성북동 한옥을 옮겨 지은 것으로 현재 생활하는 집이다.     


오래된 집은 폐가처럼 너무 낡고 쓰임이 어려웠다고 한다. 말끔한 한옥으로 거듭나기까지 복원 수리에 많은 시간과 땀이 들어간 모습이다. 팔순이 훌쩍 넘으신 할머니의 겸손하고 차근차근한 말씀에 한옥 구석구석의 사연이 들어있다. 오래된 나무에서 꽃 피우던 날의 이야기, 가을날 은행나무에서 쏟아지는 노란 은행잎과 은행 열매로 뒤덮인 모습, 돌아서면 눈 깜짝할 사이에 자라는 풀들로 늘 쉴 틈이 없다고. 잘 정돈된 모습은 부지런하신 할아버지와 자녀분들의 손길 덕분이라는 말씀이다. 


한옥 뒤편으로 옥창 돈대 기단이 보인다. 많이 훼손되어 일부만 남았고 여전히 개인 사유지여서 소유자가 농사를 짓고 있는데 길이 나질 않아 찾아들기 어렵다는 것이다. 바로 옆으로 보이는 연미정과 월곳 돈대 아래로 흐르는 염하의 물줄기와 북녘땅도 가리키신다. 마당 빨랫줄에 널어놓은 이불을 탁탁 털고 뒤집어 널며, 푹신한 잔디밭을 걷다가 발밑의 잡풀 하나씩 뽑으며 전해주시는 이야기에 푹 빠진다. 때론 여행 중에 예상치 않은 곳에서 훌쩍 시간을 보낸다. 더구나 행복했다.   


♤ 인천 강화군 강화읍 동문로 236번 길 35-1       



 


▲성벽 너머로 강물은 유유히 흐르고 세월이 느껴지는 느티나무가 지키고 있는 연미정,


   

-연미정 월곶 돈대

연미정은 희우당에서 코앞이다. 곧바로 군부대의 출입검사를 거친다. 강화 8경 중의 하나인 연미정(燕尾亭)이 자리 잡은 월곡 돈대가 금방 눈앞에 나타났다. 외적의 침입이나 방어 관찰을 목적으로 쌓은 관방시설이다. 타원형에 가까운 모양의 돈대 안에 들면 가장 높은 위치에 연미정이라는 정자 한 채가 자리 잡고 있다. 정자 양쪽으로 수령 500년이 넘는 느티나무가 여전히 우뚝하다. 팔작지붕 형태로 사방이 트여서 정자 안에 서면 시원하다. 날씨 좋은 날은 여기서 멀리 북한 땅이 보이기도 한다.

      

남과 북의 강이 하나 되어 흐르는 곳, 서해와 한강, 염하가 만들어내는 모양새가 제비꼬리 같다는 연미정(燕尾亭). 땀을 식히며 정자에서 내려다보이는 한적한 평화의 길 위엔 바이크족들이 줄지어 달리는 모습이 보인다. 


♤인천 강화군 강화읍 월곳리     


    


▲역사환경자원과 함께 쾌적함으로 여행자들에게 유용한 쉼터를 제공하는 고려천도공원

    

-(NLL) 평화의 철책길을 따라고려 천도 공원

연미정에서 평화전망대로 이동하는 길목에서 만날 수 있는 역사 이야기, 고려 천도 공원의 옛 지명은 승천포였다. 기록에 따르면 이곳은 조선시대 개경에서 강화를 잇는 뱃길이 닿는 포구였다. 황해. 평안도에서 서울로 가는 배들은 모두 승천포를 거쳐 갔을 만큼 규모가 컸던 나루터였다고 한다.


이런 지리적 특성을 살려 국난극복의 역사가 담긴 조형물과 그 시대의 역사를 학습할 수 있는 평화관광지의 공간이 조성되었다. 잔디밭에 나지막한 원형 조형물에 그려진 그림은 강화도 천도 당시 고려 고종의 어가행렬인 듯하다.   

           


▲전망대에서 북한 땅 개풍군이 보이고 철책선 따라 평화의 길은 이어진다.

      

드넓은 들판 사이 길목인데도 한적함으로 휴식이 절로 되는 곳, 고요하다. 공원 안으로 여름 햇볕이 쏟아지고 있었지만 군데군데 정자에서 쉬고 있는 이들의 모습은 하세월 여유롭다. 시원한 인공폭포와 수변 휴게공간은 이 길을 지나는 여행자들은 물론이고 지역 주민들의 쉼터이기도 하다. 야트막한 전망대에 올라 철조망 너머의 북한을 조망해 볼 수도 있다. 


♤인천 강화군 송해면 당산리 388-7   


          


▲평화의 전망대 노래비의 버튼을 누르면 울려 퍼지는 노래 그리운 금강산이 이곳에서는 유난히 특별하게 들린다.


-눈앞의 북녘땅강화 제적봉 평화전망대

"통일, 가보자고". "남한 북한이 아닌 대한민국으로 불리고 싶다" 평화전망대 1층 통일염원소에 빽빽하게 붙어있는 간절한 소망들, 읽어보기 전부터 뭉클하지만 막상 들여다보면 경쾌한 응원 메시지들이다. 지하와 4층은 군부대 전용이다. 2층과 3층에선 전시 및 해설 강의 등이 진행된다.     


 


이곳 평화전망대는 제적봉이라는 이름의 봉우리 위에 세워졌다. 전망대에서 북한은 약 2~3km 정도. 망원경을 통해 방해물 없이 북한을 쉽게 조망할 수 있다. 강화 해협을 사이에 두고 송악산이 지척인 듯 가까이 보인다. 연백평야, 바로 앞의 해안가를 건너 예성강이 흐르고, 오락가락하는 북한 주민의 모습... 북쪽에 고향을 두고 온 사람이라면 가슴 떨리는 순간이다. 최고의 전망을 확인하면서 분단국가의 현실을 확실하게 확인하는 지점이다. 


문밖으로는 망배단과 유려한 곡선의 그리운 금강산 노래비가 북쪽을 향하고 있다. 탱크가 전시된 야외마당엔 무궁화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인천 강화군 양사면 전망대로 797   



          


▲전시장에서는 전통의 화문석뿐 아니라 현대적이고 멋스러운 다양한 제품들을 볼 수 있다.

   


-전통의 꽃돗자리화문석문화관

화문석 (花紋席), 말 그대로 꽃돗자리다. 강화도 특산품으로 입말처럼 따라붙던 강화도 화문석의 모든 것을 이곳에서 알아볼 수 있다. 화문석의 재료인 왕골은 시원하면서도 수분 흡수가 좋아 흔히들 여름용인 줄 알지만 겨울엔 냉기 방지에도 좋다고 한다. 


이곳에선 관람뿐 아니라 체험관도 있다. 원앙이나, 매화, 모란 등의 섬세한 문양을 수작업으로 한 땀 한 땀 짠 정교함은 들여다볼수록 놀랍다. 세 사람이 화문석 한 장 짜는데 약 5일 정도 걸린다 하니 땀과 정성의 가치 또한 높다. 요즘은 각종 생활 도구와 다양한 패션 용품들도 나오고 이곳에서 배우거나 구입도 가능하다. 


♤인천 강화군 송해면 장정양오길 413 화문석문화관    





      


https://enews.incheon.go.kr/usr/com/prm/BBSDetail.do?bbsId=BBSMSTR_000000000394&nttId=9662&menuNo=3000&upperMenuId=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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