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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을 여행, 단양에서 보낸 1박 2일

자연 속으로 푹 잠기다...

by 리즈










가끔씩 단양 출사를 갔던 적이 있었다. 도담삼봉이나 이끼 터널, 그리고 낙엽 지는 가을의 단양은 자연 속에서 빛나던 곳이었다. 단양은 내게 아득히 오래 전의 기억들로 남아있던 것들이 많다. 아이들을 데리고 단양의 고수동굴이나 그 지역의 곳곳을 다니던 것은 물론 주변의 이야기도 있다.


교직에 계시던 울 아부지가 초반의 부임지로 단양으로 발령받아 그곳에 근무하던 시절의 이야기를 가끔씩 해주셨던 것이 기억 속에 아스라이 늘 남아 있었다. 그래서 막연히 단양이란 곳의 풍경이 마치 내가 경험한 듯 향수처럼 느껴지곤 한다. 또한 내 친구도 단양의 중학교로 첫 발령을 받아 주말마다 집을 다녀갈 때면 울면서 떠나곤 했는데 어느새 정들어서 단양을 자랑하곤 하던 게 엊그제 일처럼 떠오른다.




마늘로 유명해진 단양은 행정구역 상으로 충청북도다. 하지만 북쪽으로 강원도 영월, 동쪽으로 경상북도 영주시, 남쪽으로 경상북도 예천군과 문경시, 서쪽으로 충청북도 제천시와 접해 있어서 여러 날의 여행을 계획할 때 좋은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번에 떠난 단양은 코로나19로 지친 마음을 위로받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도 단양의 깊은 산과 계곡, 막 가을 맞는 그 자연 속에서 한 시름 내려놓고 쉴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 만나는 사람마다, 가게 주인이나 지나가는 분들 모두 선량하고 친절해서 이런 게 사람 사는 맛이구나 느끼게 해 주었던 좋은 사람들 때문에 1박 2일이 마음 놓고 편안했다.



오전에 들렀던 사인암은 단양 8경 중에서 4경에 속하는 곳으로 초가을 볕이 담뿍 쏟아지고 있었다. 단원 김홍도가 이곳 겹겹의 격자무늬인 사인암을 그리려고 붓을 잡고 1년여를 고민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곳이다.


흔히들 말하는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배경을 이루는 그 앞으로 물놀이를 하는 사람들이 즐거움을 준다.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현대를 사는 이들이 그 옛날의 풍경을 즐기고 누리는 곳, 사인암은 약 50m 높이의 멋진 바위 아래 남조천이라는 소(沼)가 함께 하고 있어서 바라만 보는 게 아니라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그 안에 들어가서 물장구도 치고 물고기도 잡는다. 계곡을 감싼 산 정상의 소나무가 운치를 더한다.




한 편으로는 출렁다리를 건너기 전의 청련암을 한 번 들러보아야 한다. 청련암은 사인암과 맞닿은 사찰로 대한불교 조계종 속리산의 말사이다. 팔작지붕 구조의 극락전과 칠성각이 맞는다. 무엇보다도 사인암 뒤편 암반지대 사이의 삼성각이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기 전 많은 이들의 염원이 담긴 글들이 가을볕에 반짝인다.




이어서 단양 8경 중 제1경인 하선암, 제2경인 중선암, 제3경인 상선암을 차례로 찾아보았다. 자동차를 달리면 바로바로 이어져 있어서 느긋하게 단양의 비경을 구경할 수 있다.


조용하기만 하던 1경 하선암에 줄 세워 올려놓은 조약돌에도 누군가의 염원이 얹혀 있을 터. 느릿한 계곡물을 바라보면서 앉아있는 여행자들이 마냥 여유롭기만 하다.


역시 출렁다리가 이어져 있는 중선암의 숲은 고요하다. 출렁다리 앞의 벤치에 앉아 가게 쥔장과 몇 마디 단양 이야기도 하고 중선암을 찾는 이들의 이야기도 나누며 한참을 쉬기도 했다. 이런 즐거움 또한 여행 중에 얻어지는 맛이다.



중선암에서 상선암으로 가는 길목에 특이한 것을 보았다. 산 아래 길옆으로 소형 동물 옹벽 탈출 시설이다. 도로의 건설 등으로 많은 소형 동물들이 측구 등에 빠져 죽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때 소형 동물들의 탈출이 어려워 배수관에 경사로를 설치 하여 소형 동물의 탈출을 도와주는 시설이다.


도로를 횡단하는 동물이 높은 옹벽에 막혀 탈출하지 못해 로드킬 당한 모습을 가끔씩 본 적이 있다. 이렇게 섬세하고 친절한 인공구조물을 보니 마음이 따뜻해진다.



상선암의 계곡에 내려가서 주저앉아 한참 동안 초가을볕을 쬐었다. 이런 평온한 시간이 얼마 만인지. 언덕을 오르니 마을 분들이 마당에 널어놓은 고추가 빨갛다. 너무나 이쁜 빨간색으로 잘 마르고 있었다. 이런 태양초라면 김치도 맛있고 어떤 요리든 맛있겠다는 생각... 그 옆의 평상에 고사리, 다래순, 오미자 진액, 취나물 등을 소쿠리에 담아놓고 가격을 적어놓았다. 이른바 무인 상점이다. 시골 어르신들의 정성이 담긴 식재료의 맛 또한 남다를 듯하다.




상선암 주변의 산기슭에 이쁜 밥집이 보여서 여기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이곳이 산 아래여서인지 등산인들의 소속 리본들이 주렁주렁 매달려서 바람에 날리고 있다. 그리고 등산 후 발의 피로를 풀게 하기 위한 족욕탕도 있었다. 이날은 사람들이 적어서 물을 받아놓지 않았다고 하는데 슬리퍼가 빙 둘러져 있는 모습이다.


산채비빔밥을 맛있게 먹고 나니 주인어른께서 앞 산을 바라보면서 상선암의 이야기를 자세하게 들려주신다. 덕분에 단양의 산천에 얽힌 이야기도 듣는다. 자신이 사는 곳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자신 있게 들려줄 수 있는 자부심을 가진다는 것은 매우 멋지다. 선암가든 음식점 뜰의 가을꽃과 가을 볕에 말리고 있는 고추, 푸른 하늘... 좋은 시간이었다.




핸들을 돌려 달리다가 단성면에 독특한 카페가 있어서 들러보았다. 요즘은 개와 고양이와 같은 반려동물은 더 말할 것도 없고 파충류나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을 키우기도 하는 걸 본다. 새를 키우는 것은 많은 즐거움을 준다고 한 다. 이날 들른 앵무새 카페는 의외의 즐거움이었다.


입장료는 8000원이었고 기본으로 앵무새와 먹이 등을 테이블에 놓아주시는데 새소리와 날갯짓이 이쁘다. 색상이 다양해서 화려함과 새소리에 기분전환도 된다. 대형 새는 그 큰 몸짓에 움찔할 만큼 살짝 겁이 났지만 의외로 귀엽다. 쥔장이 인사해야지? 말하니 안녕? 한다. 만세 해보라니까 날개를 번쩍 올리며 만세~.


처음 보는 앵무새의 모습에 많이 웃었다. 젊은 부부가 데리고 온 아이들은 앵무새와 노는 재미에 푹 빠졌다. 창 밖으로 뜰에 앉아 차를 마시며 쉬다가 가을 하늘 한 번 바라보다가 새와 놀다가 이런 즐거운 시간도 특별한 경험이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단양 구경시장에 들러서 가기로 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 아니었는데도 사람들이 제법 많이 오간다. 구경시장은 상가건물형의 중형시장으로 장날은 매월 1일, 6일이다. 길 건너편 맞은편에 무료 주차장이 있다.


마늘로 유명한 단양인 것을 실감한다. 마늘이 주렁주렁 즐비하다. 시장 근처에 드니 마늘 냄새가 확 다가온다. 그뿐인가. 입구부터 마늘순대, 마늘 만두, 마늘 닭강정, 마늘빵, 마늘 전병... 끝도 없는 마늘 먹거리다. 그리고 대부분 맛있다. 몇몇 군데는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풍경을 이루고 있다. 골고루 몇 가지 샀다.




그리고 숙소인 소선암 자연휴양림 go~

(한 달 전, 월 초에 <숲나들e>에서 재빠르게 인터넷 예약했다)

단양 단성면의 선암 계곡에 위치한 숲 속 휴양림에서의 휴식,

숲에 푹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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