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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 Nov 17. 2022

비 오는 날 느릿하게 완주하다

완전한 고을 완주의 숨은 매력에 반한 가을날의 긴 여운









지난해쯤이었나, 완주가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고 어느덧 핫한 여행지가 되었다. 그동안 전주를 이웃으로 두고 있는 고을쯤으로 알았을 테지만 사실 지니고 있는 콘텐츠가 아주 많은 곳이다. 그들만이 가진 매력이 슬슬 스며 나올 무렵 K팝의 인기그룹 방탄소년단(BTS)의 화보 촬영지로 화제를 모으면서 그야말로 ‘터진’ 것이다. 현재 전북의 대표 여행지로 이름을 굳히는 중이다. 말 그대로 BTS의 힐링 성지와 함께 꽤 멋진 여행지 완주를 둘러볼 여정을 몇 군데 소개해 보려 한다.  


▲도시재생으로 핫한 명소가 된 삼례문화예술촌은 역사와 현대를 아우른다.


-삼례문화예술촌, 삼례책마을 & 그림책미술관


삼례마을에 들어서면 그저 잔잔하다. 하지만 조용한 마을 같으면서도 새롭게 조성된 볼거리들이 푸짐하게 준비되어 있음을 눈앞에서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문화의 향기가 폴폴 다가온다. 삼례문화예술촌을 시작으로 삼례책마을과 그림책미술관이 이어져 있다. 발걸음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문화예술의 기운으로 마음을 꽉 채울 기대에 설렌다.   

 


▲지역민과 여행자들에게 문화예술의 향유를 부여하는 삼례...


일제강점기 수탈의 아픔이 담겨 있는 대규모 곡물창고가 문화예술전시관으로 재탄생되어 그 몫을 톡톡히 하고 있는 중이다. 당시의 흔적을 그대로 둔 채 다양한 복합 문화공간으로 살려냈다. 내부가 레트로와 현대의 결합으로 제법 분위기 있다. 전시공간마다 진행되고 있는 프로그램들이 다양하다. 회화와 미디어를 포함해서 체험과 교육, 공연장, 카페에 이르기까지 공간의 멋스러움이 솔솔 풍겨 나온다. 이곳 옛 삼례역과 군산역을 통해 일본으로 양곡을 반출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곡물창고가 이제는 새로운 예술가들을 찾아내고 다양한 예술 작품들이 속속 채워지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여기서 특기할 만한 것은 공간마다 안내하시는 분들이 모두 시니어 세대라는 점이다. 문화예술전시관을 조성할 때부터 지역의 시니어들을 모집해 채용했다고 한다. 그분들의 연륜과 경험에 바탕을 둔 편안하고 친절한 안내는 이곳만의 특별 서비스다.  

♤주소: 전북 완주군 삼례읍 삼례역로 81-13/후정리 247-1

  


▲문화 감성과 휴식을 동시에 제공하는 책마을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문화예술촌 건너편으로 삼례책마을의 빽빽한 고서의 향기를 놓칠 수 없다. 장서의 숲을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양식을 얻는 기분이다. 오랜만에 서가 틈에서 책을 읽는 시간을 갖거나 북카페에 앉아 카페라테 한잔 즐기는 여유도 누려볼 수 있다. 그림책미술관 역시 양곡창고였다. 건물 벽면에 양곡 안전관리나 불조심이라는 그 옛날의 글자가 그대로 남아 있는 걸 볼 수 있다.


그림책미술관답게 창문 디테일도 살아 숨 쉬듯 알록달록 귀엽고 생동감을 준다. 요정과 마법 지팡이와 같은 동화 속 이야기와 연관된 조형물들, 책을 읽을 만한 계단식 의자, 미끄럼틀 벤치, 그림책이라고 하여 아이들과 가볼 만한 곳이라는 오해는 금물이다. 1층과 2층을 오르내리면서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행복한 시간을 보낼 만한 곳이다. 전국에서 유일한 그림책 미술관이라 하니. 그리고 세계문화사적 가치가 높은 그림책과 원화작품들이 있으므로 관심분야라면 꼭 들러보길 권한다. 규모에 비해 공간의 매력이 알차다.

  


▲자연과 한옥, 현대적 감성까지 덧입힌 오성 한옥마을의 품격을 경험하는 시간이다.


-자연과 예술의 어우러짐, 오성 한옥마을과 아원 고택 


아원 고택으로 가는 길에 비가 뿌리기 시작했다. 덕분에 고택 저편 운무 가득한 배경으로 마을을 둘러보게 되었다. 먼저 들른 오성 한옥마을은 주민들이 실제 거주하고 있으며 민박과 한옥 숙박도 즐길 수 있다. BTS가 마을 둑방길을 걷던 영상이 폭발적인 관심을 끌면서 성지가 되다시피 했다. 20여 채의 한옥과 돌담, 언덕배기를 뒤덮은 호박넝쿨이 정겹다. 비 맞으며 기품 있는 마을 골목을 서성이는 것만으로도 괜히 기분 좋아진다.

  


▲예술적 감상을 제공하는 아원고택은 자연을 품은 힐링 장소다.


소양면의 아원 고택은 경남 진주의 250년 역사의 한옥을 해체하여 고스란히 이축한 마을이다. 방탄소년단이 영상과 화보를 찍으면서 더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마을 전체가 자연과 예술을 흠뻑 느끼게 한다. 이를테면 전통을 기반으로 현대화를 가미해서 연출해낸 공간이 주는 맛이 요즘 이들에게 흠잡을 곳 없이 압도적이다. 한마디로 안 이쁜 구석이 없다. 


먼저 입장권을 구입해서 아원 갤러리&뮤지엄에 입장하면 보물찾기 하듯 좁다란 길을 따라가야 한다. 숨어 있는 공간처럼 나타난 갤러리의 분위기와 작품이 맞아준다. 하늘로 솟듯 긴 계단을 오르면 비로소 나타나는 아원 고택이 비밀의 정원처럼 나타난다. 이제부터는 각자 아원 고택과 개인적인 감성을 교감할 때다. ‘우리들의 정원’이란 뜻의 我園 고택만의 멋과 힐링을 마음껏 누리면 된다. 객실 운영도 하는데 뛰어난 주변 경관과 건축적 아름다움에 걸맞게(?) 저렴한 편은 아니다.  

♤주소: 전북 완주군 소양면 송광수만로 472-23/대흥리 371

  


▲역사 속의 태조 이성계와 K팝 스타 BTS가 동시에 떠올려지는 위봉산성.


-완주 위봉산성


고택마을을 들렀으면 바로 근처의 위봉산성도 지나가듯 들러보아야 하지 않을까. 산성이라 해서 힘들게 걷거나 높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고 도로 옆으로 위치해 있어 ‘아이들이 좋아하는 BTS가 여기도 왔단 말이지’ 하면서 들여다볼 수 있다. 


다만 그것만이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조선 숙종 때 축조된 위봉산성은 주민을 보호하고 방어하는 목적의 포곡식(包谷式:산봉우리를 중심으로 주변 계곡 일대를 돌아가며 벽을 쌓는 방식) 산성인 만큼 중요 시설이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동학농민군에게 전주성이 함락되었을 때 태조 이성계의 영정과 위패를 이곳 위봉산성으로 옮겨와 보호한 곳으로 더 알려졌다.

♤주소: 전북 완주군 소양면 대흥리

      


▲수십 년 방치되었던 곳에 문화를 덧입힌 부드러운 도전적 사고가 빛나는 곳.


-버려진 시간 속에 꿈을 밝히는 산속 등대


'닦고 조이고 기름칠'이란 레트로 분위기 물씬한 구조물에 쓰인 글씨가 세월의 흔적을 보여준다. 산속에 등대라니, 바다와 등대는 쉽게 이해가 되지만 외딴 산속에 이건 무슨 말일까 할 것이다. 한동안 방치되었던 종이공장을 리모델링하여 문을 연 복합문화공간에 지역 문화와 예술을 밝히는 등대의 기능으로 재탄생되었다는 뜻이라 한다. 그 앞으로 흰수염 새끼고래 조형물까지 있으니 등대란 말이 그나마 생뚱맞지 않다. 


전시관, 미디어관, 공연장, 체험관, 예술놀이터, 휴식 공간  등을 갖추고 어린아이들부터 젊은 친구들, 그리고 연륜 가득한 분들까지 동심과 휴식을 제공하기에 이르렀다. 버려진 시간 속에서 되찾아낸 새로운 문화를 여행자들이 반겨 찾아드는 곳이 되었다. 숲 속 등대를 한 바퀴 산책하는 것은 진정한 휴식을 얻는 일이다. 기왕이면 좋은 사람과 아무 데나 주저앉아 온종일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눈다면 산으로 둘러싼 숲 속 등대도 다독이며 다 들어줄 듯하다. 

♤주소: 전북 완주군 소양면 원암로 82/해월리 362  

 


▲산속에 한옥 성당이 자리 잡았던 그 옛날의 신앙생활을 상상해 본다.


-아름다운 순례길 되재 성당


완주를 떠나기 전 또 한 번의 평온한 시간을 맞는다. 구불구불 깊고 깊은 마을길을 따라 한참을 들어간 시골마을 저편 산 아래 새하얀 예수상이 눈에 들어온다. 마당에 들어서면 산속에 자리한 되재 성당 주변으로 아름다운 능선의 산과 푸른 하늘이 마냥 평화롭다. 한옥 지붕 아래 작은 마루와 살짝 휘인 처마가 목구조 단층 성당의 멋을 돋보이게 한다. 


어찌 이리 깊은 산속에서 신앙생활을 이어간 건지. 당시 천주교 박해를 피해 깊은 산골의 성당으로 가는 길이 너무 고달파 힘들다는 전라도 방언 ‘되다’의 구어체 ‘되재’로 이름 지었다고 전해진다. 삐그덕 문을 열면 되재 성당의 과거를 볼 수 있는 흑백사진부터 역사와 종교가 하나임을 알게 한다. 되재 성당은 전주 한옥마을 풍남문에서 시작해서 완주 천호성지와 익산 미륵사지, 김제 금산사와 모악산을 지나 다시 한옥마을까지 이르는 대장정의 순례길 중에서 3코스 구간에 해당되는 아름다운 길이기도 하다. 

♤ 주소: 전북 완주군 화산면 승치로 477/729-1

  


▲그들만의 지역성으로 맛을 내는 작은 맛집의 유난한 맛


-소박한 맛집과 독특한 빵집


완주군 화산면 방향으로 달리다 보면 손두부가 맛있는 집이 있다. 여덟 식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 집 앞의 콩밭에서 수확한 콩으로 두부를 만들어 50년 넘도록 가게를 운영해온 화산손두부집. 작은 시골집에서 팔순을 넘긴 어머니와 딸 부부가 불을 때며 두부를 만들고 멸치를 다듬어 국물을 낸다. 요란할 것 없는 소박한 밥상에서 깊은 손맛을 느낄 수 있다.  


완주 화산면의 조용한 시골길을 지나다가 얼핏 놓치기 십상인 작은 빵집이 있다. 화산애빵긋. 빨래터가 있던 옛집을 무인 빵집으로 개조했다. 탕종 식빵이나 스콘 등이 준비되어 있고 가격표대로 계좌이체나 셀프 계산하면 된다. 연중무휴 영업하지만 화요일엔 빵을 굽지 않는다. 

♤주소: 화산손두부: 전북 완주군 화산면 화산로 962/ ♤화산애빵긋: 전북 완주군 화산면 화산로 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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