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즈 Dec 16. 2022

현지인처럼 머물면서 속초 겨울여행

설악만큼 마음이 널널한 여행하기. 속초오실. 돌담마을 감자여행








▲ 겨울인데도 부드러운 동해바다의 바람결~

      

가끔씩 사는 곳을 옮겨서 산다면 어디가 좋을까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요즘에는 한 달 살기나 일 년 살기가 유행처럼 퍼져있다. 덕분에 한 번씩 경험한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된다. 이제는 일주일을 여행해도 한 주 살이라고 말한다. 2박 3일 여행도 2박 3일 살아보기라고 이름 붙여서 여행하기도 한다.     


이럴 때 어디가 좋을까. 바다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 하면서 속초를 떠올린다. 아니 바다가 없어도 조용하고 청정하게 청주나 충주 쪽은 어떨까. 남들처럼 그냥 제주로? 하면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눈만 뜨면 산과 바다가 보이고 비릿한 항구 옆의 시장에 들렀다가 느릿하게 들어오는 곳, 속초로 가보자 뭐. 이렇게 생각을 멈춘다.     



        

▲바닷가 항구를 어슬렁거리는 여유는 힐링이다.



왜 속초일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여름 피서철이면 가장 많이 가는 곳 중에 속초를 빼놓을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웬만하면 한두 번이 아닌 여러 번 다녀온 곳이 속초다. 그래서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동해의 푸른 물결과 사계절의 각기 다른 멋을 품은 설악산을 기본으로 지닌 속초를 따를만한 곳이 어디 흔한가.     


자주 찾던 속초니까 느긋한 마음으로 머물면서 하루 이틀이라도 수수한 일상 속에서 느린 여행을 해보는 거다. 게으른 여행을 좋아하니 더욱 잘 맞는다. 넓지도 그렇다고 좁지도 않아서 노닐듯 슬렁슬렁 다니면서 며칠 살아보기 제법 괜찮다.                 




▲돌담마을 골목을 거닐며 기웃거리는 맛을 아실는지. 

  

속초에 가면 설악산 자락에 500여 년 전통의 돌담마을이 있다. 산과 물과 공기가 좋은 곳, 배산임수 지형에 형성된 <상도문 돌담마을>은 대체로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동네다. 조용한 마을 골목을 걷다 보면 켜켜이 쌓인 돌담 너머로 누군가의 집안이 훤히 보인다. 어릴 적 보았던 백일홍과 봉숭아 친근한 꽃들이 피어난 소박한 정원이 어째서 가슴 찡하게 하는지, 하지만 펄럭이는 빨래 사이로 스치는 설악이 마음 설레게 한다.  



            

▲한옥과 시골 텃밭과 푸른 하늘, 더 바랄게 무엇. 

 

예스러운 돌담은 둘러있지만 신기하게도 대문이 없어서 슬그머니 들여다보고 싶은 심리를 자극한다. 담장 위로 부엉이가 올라앉아 있고 강아지와 새와 개구리와 달팽이 등의 조형물이 돌담 위로 풍경을 더했다. 돌 틈 사이로 초겨울을 맞은 국화꽃 무더기가 생명력을 보여주고 동그랗게 눈을 뜬 고양이가 돌담 위로 빠르게 지나간다. 집 앞의 산은 하늘과 맞닿은 듯하다. 돌담 옆 텃밭엔 찬바람 속에 김장 배추가 때를 기다리고 대파가 힘차게 하늘 향해 쭉쭉 뻗어있다.  




-돌담 골목을 걷다 보면 볼거리가 많아서 두리번거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마을에서는 돌담이 랜드마크다. 설악산은 배경이다. 조선 후기 유학자 매곡 오윤환의 생가도 마을 안에 있다. 기왕 왔으니 특별한 인증숏을 남기고 싶다면 골목 모서리쯤에 흑백 사진관이 나타난다. 육모정 상점이라는 예전의 구멍가게 간판을 그대로 사용한 흑백 셀프 사진관이다. 시간별로 컷 수별로 이용요금이 적혀있는 공간에서 추억 속의 배경 앞에 서서 자유롭게 촬영하면 된다.      


마을 길 옆으로 쌍천 계곡이 흐르고 금강송이 멋스러운 산책로를 따라 오르면 송림 속으로 속초 8경의 하나인 학무정이 보인다. 학이 춤추는 듯한 모양의 소나무 숲에서 자연의 정취와 힐링을 누릴 수 있는 또 하나의 쉼터다. 느릿느릿 사부작사부작 현지인처럼 걸으며 쉬며 누리는 한적한 돌담마을이다. 돌담길 산책은 밤에 더욱 멋지다고 하니 머물면서 밤 산책도 빠뜨리지 말 것.        

 



-여행자에게 필요한 로컬 문화를 제공받는 것도 재미 중의 하나 

   

마을 언저리에 돌담마을과 잘 어우러지는 건물이면서도 무언지 역할이 있을 듯한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문화공간 돌담>은 속초 문화 특화지역 조성 사업을 통해 세워진 문화거점공간이다. 1980년대의 쌀 창고였다가 지금은 여행자 센터로 이용되고 있다. 이곳은 지역민과 여행자의 교류를 통한 로컬 문화를 만들어내는 사회적 기업 감자 여행이 <속초 오실>을 운영하는 복합 문화공간이다.         


"속초 오실"은 " 속초에 오시라"라는 뜻을 담은 이름이다. 여기서는 2박 3일 상도문 돌담마을 안에 있는 한옥 민박에 머무르며 현지인처럼 생활하는 체류형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궁금한 것을 묻느라 잠깐 들렀다가 작은 잔에 에스프레소 한잔 얻어 마시며 속초 오실의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가끔은 그리움 속의 풍경을 찾아가는 것을 해본다. 


들을수록 슬그머니 솔깃하다. 게으르게 마을에서 노닐다 마을 어르신들 틈에 끼어 이야기를 들으며 채소도 함께 다듬는다. ‘라테는 말이지...’ 타령의 꼰대님들의 훈계와는 차원이 다른 삶의 이야기를 듣게 될 것이다. 그러다가 내키면 설악산 트래킹을 나서도 되고 짚공예를 할 수도 있다. 조식으로 제공되는 돌담마을 부녀회의 정성스러운 야채죽과 토마토와 감자로 만든 하토상감수프로 맞는 아침도 특별하다. 한 명이어도 두 명이어도 체류비용은 같다. 오랜 세월의 시간들이 담겨있는 돌담집에서 다 내려놓고 편안하게 숨 쉬며 살러 온 사람처럼 살아보는 2박 3일이 된다. 품이 넓은 설악처럼 널널한 부자가 된 기분이다. 마을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지정형과 자유형으로 2가지가 있다. 소개해 본다면,     


□속초오실의 체류형 생활관광 프로그램과 소호 259구역

2박 3일 지정형:숙박 2인 1실/조식 2식/마을 체험 3종/2인 기준 16만 원

2박 3일 자유형:숙박 2인 1실/조식 2식/마을 체험 1종/2인 기준 12만 원

☎033-6353441 속초 오실 (sokchosil.com)

(머무는 동안의 편리를 위해 속초 오실 전용 이음 택시가 있다. 고속터미널, 설악산, 아바이마을 덕장 운행을 이용할 수 있다. 추가 비용은 18000원)         

 



-속초에 가면 소호259의 개성을 맞닥뜨리는 또 다른 즐거움도 있다.

 

□소호 259구역: 뉴욕의 소호가 아닌 속초의 소호 259구역이다. 시외버스터미널 뒤편이 soho라는 힙한 이름으로 탈바꿈되어 뉴욕의 소호처럼 개성을 자랑하는 작은 점포들과 게스트하우스를 오픈하고 카페도 앉힌 핫한 거리가 되었다. soho259 체크인 프로그램 역시 숙박과 연관된 프로그램이다.     

 

소호 259는 속초시에서 숙박비와 체험비 일부를 지원받는 워케이션 프로그램으로 점차 관심을 모으는 중이다. 여행이 여행다워지는 소호259라는 키워드를 내세우며 로컬 크리에이터 남매의 열정으로 이루어진 속초 soho다. 속초 살아보기로 눈여겨보고도 남을만한 곳이다. 주변으로 동네 책방이나 북카페, 심야 식당과 뒷골목 감성이 함께 하는 곳이다. 일상을 벗어나고 싶을 때 한 달이나 일 년이 아니면 어떠랴. 속초, 단 며칠이어도 충분하다. 

-강원 속초시 수복로 259번 길 11-3 / 동명동 421-3 ☎010-2047-0259        


               


- 그 외 여행지 몇 군데


△속초 해변과 아바이마을

어느덧 겨울바다 분위기다. 무수한 발자국이 남겨진 해변을 서성이다가 보면 저 멀리 대관람차가 돌아간다. 바다와 설악산의 절경 감상으로 최고. 백사장 저편으로 빨간 다리 건너 아바이 마을로 이어진다. 중앙동과 청호동을 잇는 느릿한 갯배를 5분쯤 타고 건너면 곧바로 아바이 마을이다. 이곳은 실향민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함경도 음식과 아바이순대를 맛보려는 이들이 오간다.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은서와 준서가 각자 엇갈리는 다른 배를 타고 가는 노란 우산을 떠올리는 곳.  

-갯배 선착장/강원도 속초시 중앙부두길 39/ 지번 강원도 속초시 중앙동 482-17// ☎033-633-3171  

       


△칠성 조선소

3대째 목선을 만들던 칠성 조선소가 카페로 변신했다. 속초의 청초호를 내다볼 수 있는 방향으로 자리 잡았다. 고풍스러우면서도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옛 조선소 건물을 그대로 활용한 책방과 카페가 멋스럽다. 옛 건물은 물론이고 주변 경관도 아주 오랜 세월의 정취를 간직한 복고주의 그 자체다. 스피디한 시대의 고단함을 옛 감성에 기대어 위로받게 하는 이른바 뉴트로 여행지 칠성 조선소 카페다.

-강원 속초시 중앙로 46번 길 45//☎033-633-2309   


 


△영랑호 스토리 자전거

속초에서 빠뜨릴 수 없는 곳이 바로 영랑 호반 길이다. 둘레 7.8km, 면적 1.21㎢, 수심 8.5m인 석호이며 자연호수로 삼국유사의 기록에 신라 화랑 영랑이 오랫동안 머물면서 풍류를 즐겼다는 곳으로 산책코스 및 드라이브 코스로도 유명한 곳이다. 스토리 자전거를 타고 호수를 돌다 보면 저 높은 하늘 아래 범바위가 아득하다. 

        


△청초호

속초의 아침은 쾌청한 공기가 기분 좋은 청초호 호수 공원에서 시작하는 게 좋다. 호수 공원 둘레를 산책하거니 달리면서 최고의 상쾌함을 맛본다. 넓이 1.3㎢ 둘레 5km에 이르는 큰 자연석호로 속초시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청초 호수다. 호수 건너편으로 분주히 하루를 시작하는 속초 시내가 보인다. 1999년에 관광엑스포 개최 기념의 엑스포 타워에 오르면 청초호와 속초 시내는 물론이고 동해와 조도까지 다 보인다. 그리고 동해바다 위로 떠오르는 일출이 장관이어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맛집으로는 속초 해변 가는 골목의 우동당, 아바이 마을의 함경도 순대와 오징어순대, 황태요리와 더덕구이가 맛있는 노학동의 미가, 아바이순대타운 주변의 감자 옹심이와 장칼국수, 바닷가 항구의 신선한 횟집들, 빠뜨리면 섭섭한 속초 중앙시장의 대게와 신선한 생선들, 홍게라면과 닭강정... 그냥 지나칠 수 없다.










http://www.gnmirae.or.kr/board/boardview.gn?category=STORY&boardSq=516



                     

매거진의 이전글 은근함의 깊이 깃든 인문학 여행지 청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