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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 Apr 20. 2023

매화향기 날리는 김포의 작은 미술관 이야기, 보구곶

-예술감성 듬뿍. 최북단 접경 마을의 ‘보구곶’






지금은 좀 달라졌지만 김포라고 하면 바로 공항이라는 말이 따라붙었던 적이 있었다. 모든 이들의 여행길을 시작하게 하는 지역 명칭이기도 했던 김포공항의 김포였다. 이제는 서울 근교의 대단위 아파트 단지 지역으로, 또 대형 카페들과 이탈리아 베니스의 수로를 모티브로 한 지역의 풍경이 핫하게 떠오르기도 한다. 이런 것 말고도 알고 보면 김포는 아주 많은 미술관을 품은 지역, 여전히 살아있는 자연 속에 스며든 이들의 따뜻한 마음이 생동하는 곳이었다. 



-매화 향기 날리는 작은 미술관 보구곶

김포의 끝자락, 강화해협 옆으로 작은 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김포 최북단의 월곶면(月串面)은 북녘땅과 인접한 마을이다. 봄을 맞아 제비꽃이 올망졸망 피어난 문수산성 북문길을 시작으로 듬성듬성 매화꽃을 피운 성동리와 보구곶리 마을길을 지나면 얼핏 지나칠 뻔한 길가의 작은 미술관 보구곶이 나타난다.   


여느 시골마을과 다름이 없는 풍경이다. 전쟁 후 한때는 수시로 삐라가 흩뿌려지고 남북 간의 확성기 방송이 울리던 곳이었다고 한다. 어느새 옛이야기처럼 지나간 시절이 되었다. 이제는 김포에 마지막 남은 청정지역이 되어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조용하다. 마을길에는 어쩌다 마을 어른이 농기구를 들고 지나가지만 농사철을 맞은 들판은 한적하다. 최북단 마을이라고 하기엔 아늑하고 평온하기만 하다.   



작은 미술관 보구곶, 안내판을 못 보고 무심코 그냥 지나가면 미술관인지 모를 수도 있다. 입구엔 '민방위주민대피시설'이라는 글자만 보인다. 다만 봄 전시를 알리는 현수막을 보고 미술관인 줄 알게 된다. '보구곶에 매화향기 퍼지고'-이번 작품전 제목이다. 지역사회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들이 모여서 마을의 상징인 매화를 주제로 매년 작품전을 연다.   


집 양지 일찍 심은 매화 /찬 겨울 꽃망울 나를 위해 열렸네 /밝은 창에 글 읽으며 /향 피우고 앉았으니 /한 점 티끌도 오는 것이  없어라 


작가 박태준 씨의 한지에 수묵담채 작품 ‘원정매(元正梅)’에 시 한 수가 담겨 있다. 이번 전시에는 9명의 작가가 그린 매화작품이 전시되었다. 판화로 표현한 매화작품이 눈에 띄며 아크릴 기법이나 도자를 활용해서 입체감을 살린 작품도 있다. 동화처럼 따사로운 작품도 보인다. 원래 추상화가였던 작가는 이곳 시골에 들어와 살면서 포근한 동화적 화풍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출품자들은 매화를 표현한 전시를 통해 지역의 가치를 이렇게 예술로 구현하고 있다.   



미술관은 주로 김포 이야기와 보구곶리 마을이 주제가 되는 전시로 주민들과 밀접하게 소통한다. 2017년에 개관한 보구곶 미술관은 마을과 함께 상생하는 것이 가장 큰일 중의 하나라는 김포문화재단 문화예술본부 최경애 씨의 설명이었다.   


-여기가 실제 방호구역입니다. 김포 강화 부근으로 대피소가 20개 정도 있는데 대부분 지하공간이고 보구곶이 유일하게 지상에 있어요. 미술품은 환기 문제가 중요한데 이곳은 미술품을 걸어도 손상이 없죠. 유사시엔 주민들이 대피를 하는 곳으로 약 150명 정도 수용 가능해요. 바닥에 난방도 되고요. 그렇게 유사시가 아니면 공간이 문 닫아놓고 죽어 있는 공간이 되잖아요. 그러다 보니 유휴공간을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준비작업을 위한 신청과 지원을 통해 힘을 모아서 지금에 이른 겁니다. 일 년에 4~5회 전시가 열립니다. 

 


빼어난 발상이다. 대피소를 이렇게 탈바꿈시켜서 지금의 매력적인 공간으로 만들었다니. 작은 미술관 보구곶은 작지만 특별했다. 전시장 한쪽으로 주민들과 함께했던 체험프로그램의 작품들이 보인다. 


-작품 철거하고 7~8월이나 농번기가 지나면 주민들을 모시고 생활문화센터처럼 운영합니다. 연초나 상·하반기의 끝 무렵엔 지역 작가들의 오픈스튜디오가 열려요. 온라인 신청을 받아서 작가님들의 작업실을 보러 가거나 다시 이곳에 모여 작가님들이 주관하는 판화나 아크릴작업도 하고 생활도자기나 비누 만들기 등의 강좌를 하지요. 공지 올리면 금방 마감될 정도로 호응도가 좋습니다.  


마을 어르신들이 직접 농사지은 소소한 작물도 판매한다. 주민들과 협업하고 상생하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매화마을을 좀 더 알리기 위해 김포시가 매화를 많이 심었어요. 토종 매실이어서 크기가 실하지는 않아도 매실고추장 만들기 강좌나 판매도 합니다. 미술관 주변으로도 매화가 많이 심어져 있어요. 용틀임하는 듯한 모양의 용매 등 각기 다른 모양으로 자라서 봄이면 꽃이 피어납니다. 매화마을을 위해 미술관에 힘을 보태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미술관에서 조금만 더 가면 철책선이 나온다. 최북단 접경지역의 미술관이다. 누구나 쉽게 찾아들기는 쉽지 않은 위치다. 미술관 동네 말고도 부근 지역 주민들과는 무려 십리길이나 떨어져 있어도 열심히 소통한다. 미술문화를 접할 기회가 적기 때문에 이 작은 공간을 통해 정신적 교류를 하고 직접 마음을 나눈다. 미술관 건너편으로는 드라마 디어마이프렌즈의 윤여정 카페로도 활용되었던 백광숙 작가 댁의 모란도 봄이면 볼만하다고 귀띔한다. 마을회관을 지나 골목길을 걸으며 한 시간쯤 시골에 푹 빠져보는 시간은 덤이다.  


-전시: 보구곶에 매화향기 퍼지고/2023. 3. 22. (수)~2023. 5. 20. (토)

♠보구곶 작은 미술관 :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문수산로 373   



-숲 속 문화예술여행, 김포국제조각공원  

북녘땅이 내려다보이는 김포의 문수산 숲으로 들어간다. 분단국가로서 평화와 통일의 메시지를 담은 조각 작품들이 전시된 예술 공간으로 문수산 자락을 채웠다. 통일을 테마로 만들어진 세계 유일의 자연 속 전시장이다. 특히 갤러리 전시실의 안내 책자에 별도의 점자 페이지가 추가되었는데 숲 속 전시의 안내판에도 친절하게 점자설명이 함께 하고 있다. 평화의 메시지 전달을 위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 30점이 전시되어 있어 숲 속 길이 즐겁다.  



온 산을 가득 채운 작품들을 보려면 온전한 하루를 여기서 보낼 준비를 해야 된다. 공원 산책로를 시작으로 숲 속 아트홀을 거쳐 전망대와 군하숲길과 월곶생활문화센터를 지나는 둘레길은 약 두세 시간이 소요되는 코스다. 문수산 휴양림 전역에 분포된 작품을 보면서 산길을 걷고 정자에 올라 쉬고 언덕을 오르고 작품 앞에 멈추어 서서 예술적 감성에 빠진다. 또한 적당한 운동으로 상쾌하게 힐링을 하는 하루가 될 것이다.



♠김포국제조각공원 : 경기 김포시 월곶면 고막리 435-14 



-예술과 전통문화의 김포아트빌리지

김포한강신도시에 위치한 김포아트빌리지는 현대적 미를 갖춘 아트센터와 전통문화의 한옥마을이 함께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김포 시내에 들어서면 멋스러운 아트센터 건물이 산뜻하다. 쾌적하고 잘 정돈된 미술관에서 전시효과가 극대화된 작품을 볼 수 있는 환경을 갖추었다.        

김포아트빌리지를 산책하고 창작 스튜디오와 한옥마을을 둘러보는 일은 여유롭다. 공방에 들러 체험을 하거나 전통놀이를 즐길 수도 있다. 야외공연장과 여유롭게 너른 예술공간 김포아트빌리지는 자연친화적인 예술공간이다.


♠경기 김포시 모담공원로 170-1/ 운양동 1325-10 



-사람과 철새가 공존하는 생태의 보고, 김포한강야생조류생태공원

기왕 김포에 갔으면 자연이 살아있는 김포한강야생조류생태공원에도 들러 철새 이야기를 들어보는 게 좋겠다. 이곳은 바다와 강물이 만나는 한강하구에 위치한다. 너른 습지에 다양한 식물이 분포된 조류들의 천국이며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철새와 텃새를 관찰할 수 있는 조망 마루 전망대에 오르면 습지와 한강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생태공원에 들면 다양한 테마로 구성된 산책코스를 따라 걷는 건강한 시간이다. 한강을 따라 전류리 포구까지 경기 둘레길 코스가 지나는 구간이어서 걷는 즐거움이 크다. 또한 공원 안에 김포 나눔 목공소가 있어 미리 신청하고 방문하면 간단한 목공작품도 만들어가는 기쁨이 추가된다. 곧 공원을 싱그러움으로 가득 채울 푸릇푸릇한 초록의 계절이 다가온다.


경기 김포시 운양동 1246-1










  http://www.gnmirae.or.kr/board/boardview.gn?category=STORY&boardSq=582매화향기 날리는 김포의 작은 미술관 이야기-예술감성 듬뿍. 최북단 접경 마을의 ‘보구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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