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세계 여행의 선구자, 김찬삼
여신(旅神)이 내게 있어 내게 무슨 특혜를 베풀어준 것은 아니지만 매양 새로운 것을 보는 기쁨이 둘도 없는 힘이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이런 수난은 인간 수업에 있어서 고귀한 경험들이었습니다. -김찬삼의 끝없는 여로 18쪽
하늘도시 영종에 가면 김찬삼이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세계여행가 김찬삼(1926~2003)은‘동양의 마르코폴로’라 불릴 만큼 한국 해외여행의 선구자라고 일컫는 분이다. 1958년부터 시작한 세계여행으로 그의 발걸음이 닿은 곳은 160여 개국 1000여 개의 도시에 이른다. 지구를 서른 바퀴가 넘는 길을 돌았다. 당시는 해외에 나가는 것이 어려웠던 때일 뿐 아니라 세계여행이란 말조차 생소하던 시절인걸 생각한다면 가히 혁명적이기까지 하다. 예나 지금이나 누구도 두말이 필요 없는 독보적인 여행의 아이콘이다.
-세계의 나그네 김찬삼을 기억하다
여행가 김찬삼 교수는 인천인이며 세계인이다. 황해도에서 태어났지만 본적인 인천시 중구에서 성장하고 생을 마쳤다.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후 고등학교 지리교사와 대학에서 지리학과 교수를 지내면서 “직접 눈으로 보지 못한 것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죽은 지식”이라며 세계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자 하는 열망을 키웠다고 전한다. 이렇게 여행의 아이콘은 시작되었다.
이때부터 시작된 김찬삼 교수의 여행이야기를 인천의 하늘도시 영종에서 만날 수 있다. 바다와 공원이 어우러진 영종역사관은 봄을 코앞에 둔 계절 속에서 여행가의 기획전시를 보여주는 중이다. 영종역사관 3층에서 열리는 <세계의 나그네 김찬삼 특별기획전>은 3부로 나뉘어 전시된다.
1부는 세계를 꿈꾸다 편으로 김찬삼 교수가 세계인으로 꿈을 키웠던 인천에서의 성장과정들이 담겼다. 학자와 저술가로서의 면모와 여행가로서 세계를 향한 도전 정신이 피부로 느껴진다.
2부는 한국 최초의 세계여행가 편. 세계여행의 경로와 여정들이 담긴 기록들을 귀한 자료들과 함께 소개했다. 세계일주의 첫 여행지 알래스카를 시작으로 40여 년 동안의 여행이야기가 펼쳐진다.
3부는 만인의 스승 김찬삼으로 세계의 현장을 바탕으로 교육자로서 직접 보고 느낀 여정을 보여준다. 또한 그가 성장해 온 인천과 후반기의 안식처였던 영종과 영종인으로서의 인연을 조명했다.
전시관에서 특히 김교수와 늘 함께 했던 낡는 배낭과 모자와 신발은 보는 이들에게 여행을 향한 강한 전율을 느끼게 한다. 마르코폴로와 슈바이처를 사랑한 그는 여정 중에 슈바이처박사도 만난다. 여행 중 굶주리다시피 해도 무한한 힘이 솟구치는 것은 매양 새로운 나라 사람들과 자연을 보는 기쁨이 둘도 없는 영양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당시 출간되었던 책과 포스터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하다. 카메라와 낡은 지도, 꼼꼼히 기록한 여행일지와 수만 장의 슬라이드 필름들. 그중에 세계를 돌아다니며 몰았던 빨간색 딱정벌레차도 인상적이다. 1970년 독일 여행 중 독일인 친구에게 선물 받았다는 폭스바겐이다. 특히 지도가방은 지도를 고정하는 형태의 캔버스 가방으로 아크릴 덮개가 있어 비나 눈이 오는 경우에도 지도를 확인할 수 있는 가방이었다. 여행가에게 지도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1960년대 중남미와 아프리카 여행 전에 친구에게 맡긴 유서는 여행가로서 가장으로서 진중하다. "내 목적을 위해서는 어떠한 고난도 기쁘게 받으련다. 설령 내가 무슨 사고로 죽더라도 서러워 말고, 운명이라고 체념하고 부모에게 위로하여 줄 것이며 애들의 교육을 잘 부탁한다."
그는 말한다. "나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인간 수업에 있어 여행처럼 좋은 것은 없다고 보입니다. 세계 언어는 2000여 종, 이를 다 배우는 것보다는 소박하고 어진 미소가 무엇보다도 고귀한 것이 아닐까." 전시장의 모든 사진마다 밝은 얼굴로 환하게 웃는 얼굴의 김찬삼 교수는 진정 세계의 나그네였다. (전시기간 2023.7~2024 5. 31일)
-하늘도시 영종과 김찬삼
우리들에게 영종도는 듣기만 해도 먼 곳에의 그리움으로 짜릿해지는 순간을 맛보게 하는 곳이다. 그곳 어디쯤에서든 머리 위로 비행기가 날고 여행의 열망이 솟구친다.
그 옛날부터 영종도는 공항터가 될 곳이 아니었을까 하는 이야기가 있다. 기록에 따르면 영종도의 옛 이름은 자연도(紫燕島)였다. 섬에 제비가 많이 날아 붙여진 문자 그대로 자줏빛 제비섬이다. 하여 제비는 그렇다 치고 자줏빛은 해저무는 영종섬의 붉다 못해 자줏빛이었던 하늘을 말함이라. 일몰에 물든 자줏빛 제비의 모습으로 명명된 자연도라 하니 옛사람들의 지명 정하기의 기지와 운치는 멋스럽기 그지없다.
영종 또한 긴 마루를 가진 섬이란 뜻으로 오늘날 활주로가 펼쳐진 공항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아무튼 현재 그곳엔 단 몇 분 간격으로 비행기가 뜨고 내리고 있으니 말이다.
영종도는 김찬삼 교수에게 특별한 곳이다. 세계여행가 김찬삼교수의 여행책은 당시 손꼽히는 베스트셀러였다. 그 시절 웬만한 집의 책꽂이에는 김찬삼의 세계여행전집이 있었다. 인천인인 그는 책의 인세로 영종도 구읍나루터 인근 바다 언덕에 터를 마련했다. 이곳에서 휴식을 하고 여행원고 집필에 몰두했다. 또한 여행문화원과 여행도서관을 개관하기에 이른다. 더 많은 이들에게 세계여행의 꿈과 희망을 불어넣어 주고픈 마음이었다.
하지만 영종국제도시가 생기면서 터를 잃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부근에 세계로 통하는 첫 관문인 인천국제공항이 자리 잡고 이곳에 영종역사관이 들어섰다.
-영종역사관 밖으로
영종역사관은 영종도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알리기 위한 공간이다. 실내는 물론이고 외부에서는 유적과 유물을 만나볼 수 있는 전통정원이 앞마당이다. 정원을 몇 걸음 거닐다 보면 숲을 이룬 메타셰쿼이어가 빽빽하다. 영종진공원은 운요호 사건이 일어난 곳이다. 일본의 급습으로 마을을 불바다로 만들었던 아픔의 장소이기도 하다. 이곳에 역사적 상징물인 전몰영령추모비와 태평루라는 누각을 설치해서 아픈 역사를 기억하는 메모리얼 정원으로 조성했다.
바다 옆으로 난 영종둘레길을 따라 건강백년길, 치유하늘길, 힐링바닷길의 산책코스 또한 자연스럽다. 영종역사관을 둘러싼 씨사이드파크는 영종하늘도시 인근의 공원으로 8km의 해변공원이 일품이다.
해변길을 따라 왕복 5.6㎞의 레일바이크도 신나고 캠핑장과 하늘구름광장, 스카이데크 등을 두루 갖추고 있어서 남녀노소 누구라도 즐거운 시간을 가져볼 만하다. 저녁 무렵이면 갯벌 풍경과 어우러지는 일몰이 신비롭다.
-인천의 작은 올레길 예단포둘레길
영종도의 예단포항 둘레길은 작은 올레길이라 할 만큼 이쁘다. 기왕 영종도에 갔다면 한 번쯤 가볍게 걸어보는 게 좋다. 선착장에 주차를 하고 출발하면 입구의 대나무숲과 잠깐 쉴 수 있는 정자를 만난다. 언덕을 오르면 눈앞에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물이 빠졌을 때는 갯벌이 진득하다. 길옆으로 손톱만 한 야생화가 반짝이고 오래된 나무가 여름이면 울창한 숲을 이룬다. 바다와 산이 공존하는 시원한 풍경으로 가슴이 탁 트인다. 왕복 30분 정도의 길이어서 가뿐히 걸어보기를 추천한다.
-영종도의 해변과 공항전망대
서해에 왔으면 바다를 따라 한 바퀴 달려보자. 마시안 해변과 선녀바위해수욕장, 을왕리해수욕장과 왕산해변이 멀지 않은 간격으로 이어져 있으니 시원하게 돌아보면 된다. 해변가 주변으로 출렁다리와 숲도 있어서 시간이 여유롭다면 차분히 숲길을 걸어보는 맛도 운치 있다. 해변마을엔 맛집과 카페, 대형 베이커리가 즐비하다.
하늘도시 영종도 나들이 길에 이착륙하는 비행기들을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다면 좋을 듯하다. 공항 서쪽 오성산 자락의 인천공항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의 해발고도는 172m지만 막상 올라보면 높은 느낌은 아니다. 오성산과 공항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고 활주로에서 이착륙하는 비행기들을 눈앞에서 볼 수가 있다. 발아래로 공항철도가 지나가는 풍경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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