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끝날 무렵부터 창 밖으로 나무숲을 바라보는 재미에 들렸다. 숲을 향해서 날마다 한 마디씩 한다. 아직도 겨울나무네... 차츰 숲에 연두 기운이 느껴져.. 꽃은 언제 필라나... 말하면 매일 그 숲에 오르는 남편은 아직도 멀었다고 한 마디씩 했었다. 그런데 멀리서 숲을 바라보면 점차 앙상하던 겨울숲과는 확실히 차이가 나기 시작했다.
겨울과 봄 사이 밀당을 하던 계절이 확실하게 바뀌었다. 잎은 나오지 않았어도 연두기운이 스몄다. 다시 며칠 지나니 어딘지 모르게 숲의 빈틈이 적어졌다. 차츰 벚꽃이 새하얗고 노랗게 개나리도 피어나기 시작했다. 이제는 연둣빛이 확연하다. 손톱만큼씩 솟아난 잎이 전체적으로 연두 숲을 만들었다. 어서어서 자라서 울창한 녹색의 숲이 되기를. 곧 떠날 봄이겠지만
해마다 봄이 오자마자 여름 소식이 이어지는 통에 봄이 가기 전에 이번엔 얼른 봄맞이 몇 번 했다. 폭죽 터지듯 피어나 눈부시던 목련은 이미 다 떨어졌다. 며칠 전 다녀온 진달래산과 비교할 만큼은 아니지만 산길 드문드문 진달래도 피어난 게 보인다. 안양천 벚꽃길과 생태정원도 어슬렁거렸고 복사꽃 날리는 것도 보러 갈 참이다.
적어도 한 달에 한두 번은 내 일상을 적어야지 마음 먹지만 그게 영 쉽지 않다. 뒤적여 보니 몇 달씩 걸러서 겨우 몇 줄 쓰거나 주변이야기로 때우곤 했다. 물론 사진이나 여행이야기도 내 이야기이긴 하지만 딱히 개인적인 이야기라기엔 허술하다. 남들이 말하는 '할 이야기도 없고 뭐 그래서... ' 이런 얘기를 나도 할 수 있는 말이 되었다. 주변적인 읊조림이라도 간간이 기록해 보려고 노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