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지 않아도 호기심 차원에서 그렇게 한 번씩은 해볼 수는 있겠다. 글쎄...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는 몰라도 세상사람들이 다 하는 유행이라 해도 나는 관심 밖의 것이 되는 게 많다. 취미든 패션이든 놀이든 각종 스타일이든... 무심하기 일쑤다. 그리고 먹는 것도.
얼마 전 만난 사람이 탕후루가 맛있더라는 말을 했다.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 나는 "맛이 어땠기에?" 했더니 "오모, 진짜 한 번도 안 먹어봤다고? 놀라며 말한다. "먹어봐, 독특해". 그 맛을 그냥 짐작은 한다. 과일은 그냥 먹어도 좋은데 굳이 설탕시럽 코팅을 해서 먹을 일인가 하는 생각이었다. 설탕코팅을 원치 않으니 먹어보고 싶은 마음이 아이들 표현대로 1도 없고 한 번도 먹어볼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어쩌다 당 섭취의 즐거움을 줄 수는 있을 거란 생각은 한다. 설탕코팅으로 이른바 '겉바속촉'의 먹는 즐거움도 있을 것 같다.
또 하나 마라탕 이야기다.
"매운 거 좋아하면서 마라탕을 한 번도 안 먹어봤다고?" 하면서 놀란다. 뭐 놀랄 일인가. 각자 입맛대로 사는 거지. 더구나 요즘은 예전만큼 매운맛을 선호하지도 않는다. 면 위에 떠있는 기름기도 그렇고. 사발면으로도 제품이 나왔으니 일단 그거라도 사 먹어보란다. 얼얼한 매운맛으로 기분전환도 되고 무더위에 떨어진 입맛도 살려보라는 말이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니,
아주 오래전 마라탕과 탕후루를 나는 먹어본 적이 있었다. 그래서 먼지 속의 그 옛날 외장하드를 꺼내어서 찾아보았다.
2002년 가을 중국 청도를 갔을 때였다.
칭다오는 당시 친구가 살고 있었고 우린 날마다 맛난 걸 먹으러 다녔다. 지금과는 달리 음식값이 아주 저렴했다. (물론 지금도 우리나라에 비해 저렴한 편이지만. 훠궈를 우리나라의 1인분도 안 되는 가격으로 4명이 배 터지게 먹었으니까).
"매운 거 먹을까?" 하면서 먹었던 마라탕이었는데 정확한지는 몰라도 그 당시 60원 정도였나? 우리나라 돈으로 1000원에서 1500원 사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매워서 땀 흘리며 잘도 먹었었다. 사이드 메뉴로 오이반찬이 있었는데 이것 또한 따로 주문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요즘 우리에게도 많이 알려진 오이탕탕이였다.
20여 년 전 중국 청도에서 신나게 먹었던 마라탕이었는데 이제는 도무지 내키지 않는 걸 보니 입맛이 달라진 건지.
탕후루는 중국의 과일 사탕이라고 하던데,
(다를지는 모르지만) 나는 이걸 15년 전쯤 독일 뮌헨에서 먹었었다.
2008년 가을이었다. 뮌헨에서는 유명한 민속축제이자 맥주축제인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가 막 시작되고 있었다. 전 세계적인 축제로 축제규모가 어마어마하다는 걸 그 속에 들어가서 알았다.
무수히 많은 거대한 천막 안에서 마셔대는 엄청난 양의 맥주에 놀랐고 소시지 굽는 냄새가 진동했다. 축제 장소인 테레지엔비제엔 고유의 민속의상으로 입고 나온 시민들로 인산인해였다. 나는 그저 간단히 맥주 한 잔 마시고 갖가지 먹거리 한 번씩 맛보면서 구경하기 바빴었다.
그중에 알록달록하게 과일을 끼워 설탕시럽 코팅? 한 것에 눈길이 가서 그것도 하나 사 먹었다. 내가 먹은 걸 사진으로 보니 샤인머스캣, 딸기, 사과, 파인애플, 키위, 올리브, 체리 등이 끼워져 있다. 시월 초였는데도 비가 내린 후 쌀쌀한 날씨였고 겉이 언 듯 파삭했던 게 생각난다. 그냥 군것질로 먹었던 것이 이른바 탕후루였다.
지금은 도무지 맛볼 생각 없는 탕후루와 마라탕을 맛본 적이 나도 있었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게다가 유행이라니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있던 중 어제 또 그 두 메뉴를 TV 속에서 한참 들여다보았다.
TV 프로그램 '백패커'에서 백종원 님이 강원도 산골의 아이들에게 응원하려는 마음에 유행하는 음식으로 (떡볶이 떡을 넣은) 마라탕과 탕후루 메뉴를 제공하는 모습이었다. 아이들은 무아지경의 먹방을 보여주고 있었다. 저게 그렇게 맛있다고? 했더니 남편이 대뜸 저녁에 들어오면서 사다 주겠다고 한다. 지금 그걸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