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소리가 줄기차게 들려온다. 지칠 줄 모르는 저 소리는 매미 울음소리인지 노랫소리인지 제각각 다르게 듣는다. 7년쯤 유충으로 있다가 세상에 나와 여름 한철 목청껏 한 줄기 소리 들려주고 생을 마친다 하니 여한 없는 노래라고나 할까.
창문을 열어놓고 있다가 가끔씩 남편에게 물을 때가 있다. 지금 들리는 거 매미소리 맞지? 여름 내내 듣다 보니 혹시라도 이명처럼 들리는 소리로 착각하는 건 아닌지 싶어서 확인차 묻는다. 여전히 매미소리였다. 그래, 목청껏 질러라. 모든 게 한철이라고 말들 하니 그 소리도 얼마 남지 않았다. 도무지 배겨내지 못할 것만 같았던 더위가 아주조금씩 달라져가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달라져가는 나 자신을 살피는 중이다.
한때는 변화해 가는 자신에게 무심했는데 아마도 지금보다 넘치는 자신감을 장착했을 때가 아니었나 싶다. 이제는 자주 내 마음을 살핀다.
지금의 나는 이렇구나.
지나고 보니 그랬었네? 요즘 이렇게 달라지고 있고나... 하면서 나를 들여다 보고 시시때때로 살피고 관찰한다. 사람을 대하고 판단하는 기준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취향이나 입맛은 어떤지, 체력저하와 몸과 마음의 노화현상도 관찰대상이고, 세상을 향한 내 마음도 여전한 건지 심란한 중이다.
무엇보다도 자신을 극복하는 것,
주어진 환경이나 그 무엇을 극복하는 것은 살아있는 동안 누구나 해야 할 일이다. 길 위에 자신을 던져놓고 스스로 걷는 모습을 바라본다. 어디쯤 일지 모를 지점에서 위로도 받고 새로운 다짐도 한다. 그렇게 자신을 관찰하고 끝없이 살핀다. 끝없는 길을 달리고 벌판을 지나 산과 바위를 오르고 바다와 육지를 이어서 달려보지만 그 모든 것들도 그 자리에서 천년만년 살아가는 중이었다.
그럼에도 날마다 먹고살았다.
가끔 보는 그녀가 '잠깐 볼까?' 하며 불렀다. 들고 온 종이가방을 건네며 '이거...' 한다. 텃밭에서 키워낸 채소들이다. 적양파 스무 개 정도, 고추 열개, 상추 두어줌... 에구, 좋아라~
지난해는 상추를 꽉꽉 눌러 무지막지한 한 보따리 싸갖고 왔었다. 도저히 다 먹을 수 없지 싶었다. 누굴 나눠줄까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인터넷을 뒤져 상추음식 레시피를 찾아냈다. 별별 게 다 있었다. 상추쌈은 두말할 것도 없고 상추겉절이, 상추국, 상추부침개, 상추물김치, 상추김밥, 상추쌈밥, 상추비빔밥... 그 많던 상추를 어찌 다 소비할까 걱정되었지만 몇 날 며칠 동안 단 한 장의 상추도 버려지지 않고 끝까지 다 먹었다. 마음 따뜻한 그녀에게 고마움의 표시였다.
간단히 먹자는 게 그나마 면(麪)류였나.
때로 만들어놓고 먹기전에 가끔씩 후다닥 인증숏으로 대충 찍은 것들이 폰에 남겨진 몇 가지가 있어서 주섬주섬 모아보았다.
근래 들어 탄수화물 섭취가 마치 피해야 할 식품인양 탄수화물 끊기, 저탄고지, 탄수화물 컷팅제, 탄수화물 제한 다이어트... 별별 것들이 다 나오고 있지만 '밥빵면' 내게 탄수화물 섭취는 당연히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