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읊조림

새해는 이미 시작되었고.

-2026. 1월 이야기...

by 리즈





어느새 1월도 중순에 접어들었다. 뒤숭숭한 연말에 이어 심란하게 새해가 시작되는가 싶었는데 그마저도 시간은 참 빠르게도 지나간다. 언제부턴가 시간에 가속도가 붙는 듯싶다. 나이만큼 시속이 붙는다더니 왕창 실감 중이다. 새해라니 작심삼일이라도 계획을 세워야 할지. 눈부시지 않아도 유난하지 않아도 그저 무탈한 날들이면 된다.

무언가에 집중하다 보면 한나절이 훌쩍 가고, 좋은 사람과 통화를 하다 보면 시간이 훌훌 지나간다. 맘먹고 주방일을 좀 해볼까 했는데 금방 하루가 가버리고, 누굴 만나는 날은 그것만으로 하루를 보낸 것 같고, 머리를 자르거나 병원을 들르거나 하는 것만으로도 하루 시간이 후루룩 흘러간다.


예전에는 그 모든 걸 한꺼번에 빠르게 다 해치웠었는데, 이제는 멀티가 어렵다기보다 연결감 있게 빠릿거림이 성가시고 내키지 않는다. 굳이 그럴 만큼 급할 것도 없고 바쁠 일도 아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느긋해진 것일지. 사람 사는 일이 다 때가 있고 그 시기에 맞는 움직임이 있다는 게 지당한 말씀이었다는 걸 알아간다.


그럼에도 아직은 시간을 잘 써보려고 꼼지락거려 본다.

따지고 보면 귀찮고 성가시다는 말이 얼마나 사치스러운 말인가. 그 마저도 차츰 사라지고 언제라도 심심하고 지루한 시간이 생겨날 수 있는데. “지루한 것이 제일 고급스러운 행위고, 심심한 게 제일 고급이다. 평범한 게 진짜 귀한 거다.”라고 언젠가 배우 고현정이 말하는 걸 본 적이 있다. 언제든 다가올 심심함이나 지루함이 나쁘지 않도록 고민해 볼일이다.



-드라마 '청년 김대건' 스틸컷

얼마 전 제주엘 갔을 때,

제주 서쪽 끄트머리쯤 순례길 따라 포구 앞이었다. 천주교 용수성지 성 김대건 신부 제주 표착기념관에 들렀었다. 전형적인 어촌마을이었다. 김대건 신부가 한국인 최초로 사제서품을 받고 귀국하던 중 풍랑을 만나 갖은 고초 끝에 제주도에 표착했던 걸 기념해서 이곳에 표착기념관과 기념성당을 건립했다.


표착기념관 앞으로 차귀도가 평화롭게 떠있던 풍경과 함께 마음속 깊이 그날의 여운이 남아있었다. 그 여파였는지는 몰라도, 아니 그 덕분에 크리스마스 전후의 날에 몰입했던 드라마가 있었다.


tvn 3부작 TV 드라마 '청년 김대건'

2025 연말, 성탄절 특집방영 3회 모두 빠뜨리지 않고 집중해서 열심히 보았다.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기념으로 제작된 영화 '탄생'을 바탕으로 영화에 미처 담지 못한 것을 대폭 보강해서 TV드라마 형식으로 새롭게 재구성한 작품이라고 했다.


청년 김대건 역에는 윤시윤 배우였지만,

드라마 속의 요한 사도역을 맡은 안성기 배우는 역관 유진길로 역할은 크진 않아도 천주교 신자로서의 의무감으로 또 영화 시나리오가 좋아서 출연결정했다고 했다. 극의 중심을 잡는 리더십 있는 인물로 그분의 모습이 담긴 작품을 가장 최근에 몰입해서 보았다는 것이 내겐 나름의 의미로 다가온다. 제주 서쪽 포구 앞의 풍경과 그 작품과 함께 이젠 하늘의 별이 되신 그분이 떠올려지고, 문득 내게 주어진 삶의 시간도 생각해보는 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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