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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미니마니모 Sep 05. 2021

지원사업에 떨어졌다.

그리고 독기가 생겨버렸다:)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 라고 생각했다. 그런 줄 알았다. 나도 모르게 기대를 하고 있었는지 아쉬움이 컸다. 하필 발표일과 시간이 화요일 오후의 한창 시간대라서, 잔뜩 잡혀 있던 상담이 줄줄이 취소되기에, 이건 내가 발표를 확인하라는 신의 게시다(?)라는 다소 자기합리화가 된 상태로 확인해선지 결과는 더욱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과는 되고 안 되고 둘 중 하나일 뿐인데 더욱 마음에 들지 않았다라는 것은, 왜 떨어졌는지에 대한 이유를 알려줄 수 없다는 내용의 이메일과 심지어는 개별 통보로 합불합을 알려주기에 다른 어떤 팀이 붙어서 내가 되지 않았는지도 알 수 없었다는 것에서였다.


좀, 기분이 나빴다. 

  내가 너무 쉽게 보았던 것일까. 이전에 선정된 팀들의 콘텐츠 종류와 내용을 보았을 때 대체로 바로 사업화하는 단계라기보다 정말 준비과정에서 지원했고 선정된 것 같았다. 실제 심사기준도 사업화할 가능성에 대한 항목보다는 참신성과 실현가능성에 초점이 있는 것으로 보였는데 내가 핀트를 잘못 맞춘 것인지 기준이 달랐던 것인지 어떠한 것도 이유를 알 수 없어 답답하다.  

  연락을 해서 물어볼 수조차 없게 통지 메일에 이유를 밝힐 수 없다는 내용이 탁 박혀 있어서, 다음에는 이 사업에 지원해볼 수가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홈페이지에 공지조차 되지 않는 선정팀이라니 이유가 무엇일까. 이제는 더이상 생산적이지 않은 생각의 방향이기에 멈춰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가 않아서 브런치에라도 남기고 싶었다. 나중에라도 이유를 알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럼에도 우리의 사업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아직 시작했다고 하기에도 부족한 점이 많지만 한동안 노트북과 거리두기를 했던 나로서는, 브런치에 느리게나마 계속 보고를 하고 있는 것에서 나 자신에 대한 희망과 기대가 있다. 평일 내내 고민하고 생각하면서 주말에 무엇을 해야겠다고 다짐을 하고 있다. 펀딩을 준비할 때도 그랬고 책을 만들 때도 그랬기 때문에 지금 나의 상태는 나 자신에게도 매우 고무적이다.

  지원사업에 떨어진 것은 어쨌든 떨어진 것이고 나름대로의 이유를 고민하면서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할지도 생각했다. 한 번 돌아보고 다시 뚜벅뚜벅 걸어가려면 지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짚어야 한다. 내 것에 내가 켕기는 게 있다면 언젠가 곪을 것이 분명하니까. 


이런저런 많은 이유들을 찾을 수 있겠지만 가장 나를 강타하는 것은 나조차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한 문장으로 소개하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글쓰기 실력이나 마케팅의 문제라기보다는 역시 내 안에서도 정리가 되지 않은 것이다. 몇 년 전, 첫 회사를 퇴사하고 무언가 해보아야겠다고 마음 먹으면서 한 생각이 있었다. 내 동생에게 몇 마디 말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이해시킬 수 있다면, 그렇다면 세상에도 이해시킬 수 있겠다고. 아니나다를까, 지원사업을 내며 동생에게 설명할 때 한참을 이야기해야 했다. 결국 이해시키기야 했지만 많은 것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뭐 어때, 정리야 하면 되는 것이다. 
내가 하는 것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면 시작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내가 만들고 참여했던 콘텐츠들에 대해 언제나 확신이 있어서 시작했고, 결과도 꽤 나쁘지 않았다. 앞으로도 다른 어떤 것을 하더라도 이렇게 시작 전에 모든 부분을 다 쾅쾅 두들겨보고 시작할 것이다. 어쭙잖게 통통 두드리다간 미래의 나에게 된통 혼이 날 지도 모르니까. 

  울분도 토하고 반성도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으나 자기 긍정과 확신이 되어버린 글. 그래도 마음에 든다. 오늘의 나야, 수고 많았어. 이제 또 달리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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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원더웨이스트유니버스라는 팀명을 가지고 활동을 시작하는 팀원 중 한 명입니다. 원더웨이스트유니버스는 팀명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꿈꾸는 세상인 자원이 순환하는 세상을 뜻하기도 합니다. 9월부터 저희는 디스이즈웨이스트유니버스라는 제목의 팟캐스트를 통해, 꿈꾸는 세상을 만드는 작지만 강한 걸음걸음을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본 매거진에서는 팟캐스트인 디스이즈웨이스트유니버스 뿐만 아니라 원더웨이스트유니버스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저희의 속이야기를 알려드릴 예정입니다. 많이 많이 기대해주세요. 협업문의나 제안은 wwuniverse@naver.com으로 보내주세요: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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