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7. 7.
아이의 까망바지를 다 꺼내놓아 본다.
여섯 개다.
그중 아이가 교복처럼 입고 다니던 건 세 개다. 직업이 약사인 아이는 흰 가운에다 까만 색 바지를 직장에 입고 다닌다. 그중 2년을 계속 입어 온 까망바지가 무릎이 닳아 거기만 색이 좀 바랬다. 천의 소재가 면과 폴리에스테르가 섞인 혼방이라 질기고 구김이 안가 세탁해서 바로 입으면 되는 편한 재질이다. 옷하고 아이하고 캐미가 맞다. ㅎ
이 세 개는 이태 전에 여기 마켓, '타겥Target'에서 구입한 건데 아이한테 맞춤복처럼 안성맞춤이지만, 요즘은 디자인이 변형되어 출고되는 바람에 아이에게 맞는 걸 못 구한 지 오래다. 꽤 여러 종류의 디자인이 걸려있지만 허리가 맞으면 품이 안 맞고, 품이 맞으면 디자인이 안 어울린다.
어쩔 수 없이, 오래된 바지가 구멍 나기 전에 나머지 세 개를 어미가 손봐줘야 한다. 더구나 7월부턴 제 조카를 돌보러 집을 나서는 어미와 멀리 떨어져 살아야 하니, 충분히 입을 것과 먹을 것을 보충해 놓아야 한다. 아이는 알아서 한다고 미기적대는데, 어미 마음은 성이 안 찬다. 아가씨 바지에 구멍 날까 봐.
둘째 딸과 자주 산책하던 번다버그 바가라 비치가 오늘은 조금 그립다. ㅎ 집을 떠나 재영이와 놀아 온 지 한 달이 지났다.
한국이라면 세탁소에 맡기면 된다.
하지만 여기선 수선료도 비싸고, 그들의 솜씨를 믿지 못하겠다. 그래, 할 수 없이 어미가 나서기로 한다. 여기 살면 이렇게, 모든 걸 스스로 해결할 능력자, 맥가이버가 돼야 한다.
기장이 긴 건 단을 뜯어 다시 접어 올려야 한다. 다림질을 해서 손바느질로 촘촘하게 꿰매어 마무리하고, 허리 단추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실은 뜯어서 다시 단추를 달고... 하루 종일 나이 서른에 든 둘째 딸의 까망 바지를 손질했다.
시작하기 전엔 '이거 우째 다 하나', 하였는데 바느질을 마친 깜장 바지들을 세탁기에 돌려 햇빛에 말리다 보니, 이 어미 마음이 햇빛이고 산들한 바람이 되었다. 퇴근하고 온 딸의 입이 함지박 만하게 벌어질 걸 생각하니, 오늘은 이 어미가 저녁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르겠다.
창밖 빨래를 걷어들인 텅 빈 빨랫줄에,
붉은 노을이 걸리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