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새벽, 재영이가 공 튀듯 앙앙앙 울었다.
엄마가 까무룩 잠든 사이, 침대에서 떨어졌단다.
아기 혼자 깨서 놀다가 통, 굴렀단다.
침대에 가드라인을 설치해두었으나, 재영이가 떨어지고 보니 구멍이 더 컸다. 금세 눈 밑에 메추리 알만 한 푸르뎅뎅 한 멍이 들었다. 그나마 다행이다. 머리 쪽이 아니어서.
재영이 엄마 아빠는 7개월짜리 아들, 고 작고 어여쁜 아기의 명령에 돌입했다. 공 튀듯 곧바로 벌떡 일어나 방과 거실의 가구를 재배치 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할미는 재영이를 유모차에 태워서, 점점 뿌연 먼지로 채워지는 집을 피하여 웨스트필드 쇼핑센터로 향했고.
전날 한번 가 본 경험이 있어 오늘은 가파른 오르막에서도 유모차 끌기가 수월했다. 턱이 있던 곳은 먼저 우회하여 평길을 찾아 가기도 했다. 정보는 돈이고 시간임을 체감하면서, 내면에서 뭔가 봄빛 같은 게 차올랐다. 바깥 바람을 쐬어주니 재영이도 새벽의 일은 잊은 듯 해피모드로 되돌아왔다. 혼자 싱글벙글 대며 주위를 살핀다.
재영에미가 재영이만 할 때가 떠올랐다.
긴 긴 마룻바닥에서 보행기를 타고 마루 저 끝까지 슝슝 ~ 밀고 가서는, 땅바닥으로 투두둑 굴러 거꾸로 박히듯, 머리부터 떨어진 적이 있었다.
그때 재영이 외증조할아버지께선 "삼신할미가 도와줘서 괜찮다." 고 하셨었다. 사실 거짓말처럼 말끔했다. 우는 것 빼고는.
여하튼 그날 재영인 제 엄마 아빠에게 비상령을 엄중하게 선포했다. 고 희고 여리고 작은 온몸을 아래로 겸손하게 내려앉혀, 흔쾌하고 강단 있는 설득력을 몸을 던져?발휘했다.
"엄마 아빠, 오늘은 꼭 재영이 놀이터 만들어 주세요!." 하듯.
'역시 울 재영이 멋지다.'
할미는 속으로 박수를 쳤다. 짝,짝,짝!
재영이와 간 혼스비 웨스트 필드 쇼핑센터 안엔 사람들로 더 북적거렸다. 가끔 가서 책 읽고 글 쓰던 이층 북카페 앞에서, 어제 그 분수대를 다시 재영이에게 보여주었다.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면 느낌이 다르리라, 하고. (오직 할미생각?ㅎ)
사실 재영인 사람들을 구경하는지, 분수대의 물보라를 음미하는진 모르나, 오늘도 아기 로맨티스트가 되었다.
아니 어쩌면 재영인 창밖 저 가늘게 흔들리는 나뭇가지 하나의 끝에 시선이 딸려 가 있는지도 모른다. 무얼 보든 할미는 그저 좋다. 재영이가 보고 싶은 걸 맘껏 보고, 눈에 담을테니까. 그건 시나브로 재영이 몸속으로 들어가고, 액체처럼 무르녹아 몸안에서 긍정의 에너지로 흐를테니까.
한편, 재영이 엄마 아빤 재영이가 새벽에 내린 그 몸의 명령을 따르느라, 온종일 고된 노동을 했다.
재영인 넘어지거나 미끄러지는 아슬아슬한 장면을 연출하면서 놀이기구의 등정에 성공하여, 아빠엄마의 땀 흘린 노고를 헛되지 않도록 보상해 주었다.잠이 온몸에 달라붙어 거불거불 졸면서도 인내하며 놀이터를 끝까지 애용하였다.
'역시 재영인 효자고 젠틀맨이다.' ㅡ 할미생각.ㅎ
이렇게 거실이 재영이의 굳 플래이 그라운드로 확 바뀌었고, 그날 저녁부터 7개월짜리 재영인 아기 침대로 다시 독립했다.
재영이가 한 발짝씩 기기 시작하면서부터, 가구를 옮기고 놀이터를 만들어 준다고 말만 하며 몇 주째 미적거리던 차에, 재영이가 동기유발을 딱 적기인, 토요일 새벽에 몸소 내린 거다.
그래, 오늘 재영이 계 탄 날이다.
방에도 거실에도,
바닷 속같이 알록달록하고,
들판처럼 푸르고,
하늘만큼 드넓은,
아기의 놀이터가 생겼으니,
우리 재영이 좋~겠다.
할미도 기쁘단다.
재영아, 그래도
멍까지 들진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