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현수 Nov 16. 2020

원격근무로 일 잘하는 방법

나는 어떻게 노마드가 되어 원격근무를 하는가


지난 9월, 51Conference에서 좋은 기회로 원격근무 관련 발표를 한 적이 있습니다. 해외 기업과 일하는 풀타임 노마드로서, 여러 원격근무에 관련된 팁을 글로도 남기면 좋을 것 같아 적어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유럽에 있으면서 자연스럽게 원격근무를 경험해왔고,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이유는, 우선 시간을 내 마음대로 조율하면서 일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생산성 있는 하루를 보낼 수 있고, 일하는 장소나 환경도 크게 구애받지 않고, 출퇴근에 쓰는 이동시간을 아끼기도 하고, 출퇴근 시 이동할 때 생기는 피로도 없어지니까 컨디션 조절도 더 잘되었습니다. 휴가를 병원 방문이나 개인적인 볼일에 쓸 필요 없이 정말 휴식을 위해 쓸 수 있고, 또 주변 지인들이나 가족들에게 시간을 더 쓸 수 있어서 그 부분이 저는 정말 좋습니다.


일하고, 먹고, 쉬는 시간을 더 편하고 효율적으로 사용 가능

장소에 관계없이, 여행 중에도 근무 가능 (출퇴근 시간 10초)

휴가는 정말로 휴식에 사용 가능

개인적인 인간관계와 가족에 더 많은 시간 투자 가능

내 침대에서 낮잠 자기 가능

붐비는 시간을 피해 쇼핑/이동 가능

매일 자녀 등하교시키기 가능


반대로 원격근무를 어려워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원격근무를 하면 워라밸을 이루기가 쉽지 않고, 사무실처럼 모두가 일을 하는 환경이 아닌 집이나 다른 곳에선, 주변의 방해 요소가 많아서 집중도나 생산성이 떨어진다거나, 같이 일하는 직원들과 대면 커뮤니케이션이 없다 보니까 이런 부분에 있어서 좀 문제를 겪거나 거리감이나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일하는 시간과 개인 시간이 구분이 어렵고, 오버타임을 하게 됨

집에서는 가족, 카페는 소음 등의 방해 요소 때문에 생산성 저하 

대면 없는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

거리감과 외로움


각자의 선호도에 따라 원격근무는 좋은 라이프 스타일일 수도, 아닐 수도 있는 거 같습니다. 그래서 여태껏 원격근무는 회사의 하나의 복지였는데, 올초 코로나 19 판데믹이 시작되면서, 많은 분들이, 많은 회사들이 어쩔 수 없이 원격근무를 하기 시작했고, 해외에서도 이 부분에 있어서 좀 유연하고 준비가 되어있던 회사들과 사람들이 큰 문제없이 진행됐지만, 그렇지 못한 곳들도 사실 많았습니다.


트위터, 쇼피파이 등 큰 회사들이 원격근무를 판데믹 이후에도 기본 근무형태로 전환하기도 하고, 아틀라시안처럼 개개인에게 평생 원격근무를 선택 가능한 방식으로 도입하면서, IT회사들의 기본근무방식이 벌써 바뀌기 시작한 거 같습니다. 코로나 19가 IT 분야 회사들의 근무환경에 있어서 굉장히 큰 전환점이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이런 갑작스러운 변화를 받아들이기는 쉽진 않은 거 같습니다.


재미있는 리서치를 하나 봤는데, 코로나 19로 인해 원격근무가 늘어나면서 사람들의 근무환경 변화에 대한 리서치가 있었습니다.

평균 평일 근무시간 +48.5분 

개인당 미팅 횟수 +12.9%

미팅 참여자 수 +13.5%

이 변화가 어느 정도 계속 유지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합니다. 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원격근무라는 근무형태에 좀 더 익숙해져야 하는 것 같고, 회사 측에서도 이에 대한 대처를 잘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원격근무 관련, 수월하게 일을 하기 위한 개인적인 방법들을 몇 가지 사용하고 있습니다. 원격근무를 하며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신뢰라고 생각합니다. 투명성(Transparency)과 추적성(Traceability)을 중심으로 내 업무를 진행했을 때 회사와 팀원들에게서 신뢰를 더 받기 수월했습니다.


“지금 뭐해?”라는 질문이 필요 없도록, 내 상태를 빠르고 투명하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회사에서는 업무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슬랙을 사용하고 있고, 슬랙에 있는 상태 표시란을 이용하면, 누구든 나에게 연락할 때 내 상태를 바로 알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걸 매번 바꾸는 건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일이었습니다. 



해서, 이걸 제일 빠르고 간단하게 하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핸드폰에 단축어를 설정해서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핸드폰은 언제 어디서나 항상 손에 들고 있습니다. 급하게 어떤 일 때문에 컴퓨터에서 내 상태를 변경하지 못해도, 핸드폰에서 탭 한 번으로 내 상태를 변경할 수 있으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iOS 14의 위젯을 이용하니, 한층 더 쉽게 사용이 가능했습니다.



지금 내가 지금 밥을 먹는지, 일을 하고 있는지, 산책을 나갔는지, 미팅 중인지, 등 일에 관련된 제 상태를 투명하게 공유하면서, 또 동시에 제가 하는 업무는 언제든지 누구든지 추적을 할 수 있도록 로그를 잘해놓으면, 누구든지 내가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고 어느 정도 진행이 되었고 하는 것들을 굳이 저에게 따로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으니까, 매니저나 다른 팀원들이 이런 부분을 알기 위해 커뮤니케이션에 할애해야 하는 시간을 줄여주게 되고, 제가 팀 안에서 손이 덜 가는 사람이 되니까, 그만큼 팀 내 개개인이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쓰면서 저에 대한 신뢰도 또한 올라갔습니다.


이렇게 투명성과 추적성을 나 스스로 해나가게 되면 자연스럽게 나에게 주어진 것들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가지게 될 수밖에 없고, 자연스럽게 또 일도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요. 자신감도 더불어 따라오게 되고, 제가 일하는 방식에 더 당당해지기도 했습니다. 일하는 중에 내 시간을 내가 원하는 대로 쓰면서 마음이 편했습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일하기도 하고, 불필요하게 뭘 숨길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내가 여행을 가서 일을 해도 굳이 몰래 가야 할 필요도 없고, 오히려 사진도 보여주면서 자랑하기도 하고, 가끔 팀원들에게 작은 선물도 보내주기도 합니다.


원격근무 시에 워라밸을 유지하는 게 어렵다는 건 매우 공감합니다. 일과 생활이 같은 공간에서 이뤄지다 보니, 출퇴근하는 건 장소와 시간이 명확하게 구분이 되니까 수월한데, 장소를 명확하게 구분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는 시간도 명확하게 구분하기가 어려워지는 거 같습니다. 해서 개인적으로는 Work & Life Balance - 워라밸이 아닌 Work & Life Blended - 워라블이 원격근무에는 더 적합한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공간에 있는 걸 나누려 하면 오히려 더 어려운 거 같으니, 그냥 서로 잘 섞이게 하는 게 더 쉬운 방법 아닐까 생각됐습니다. 단순하게 하루 8시간, 일당 시간 채우는 방식의 근무패턴에서, 내가 받는 연봉에 비례해서 내 역량과 회사의 기대치에 맞춘 능력 기반 방식의 근무패턴을 하면, 오버타임을 할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는데 후엔 성취감도 좋고 동기부여도 되었습니다. 


코로나 19 판데믹이 시작된 이후로 기본근무방식이 임시적으로라도 바뀔 수밖에 없었고, 느리더라도 앞으로 점차 더 변해갈 것 같습니다. 이런 변화에 미리 준비를 하고 연습을 해놓으면, 이게 나한테 현실적으로 진짜로 닥쳤을 때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더 좋은 기회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