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와 아쉬움을 안고 건네는 나 자신에게의 인사.
한 해가 끝나는 날이면 나는 늘 멈춰 서게 된다.
무엇을 이루었는지보다 무엇을 놓쳤는지가 먼저 떠오르는 날이다. 잘 해낸 일보다 하지 못한 말, 미뤄둔 마음, 끝내 닿지 못한 사람들의 얼굴이 앞선다. 그래서 연말의 공기는 늘 무겁다. 지나온 시간을 정리하기엔 마음이 먼저 지쳐 있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올해도 쉽지 않은 날들이 많았다. 계획했던 일들은 생각만큼 나아가지 않았고, 기대했던 순간들은 종종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애써 괜찮은 척 웃던 날들도 있었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혼자 삼켜야 했던 마음도 있었다. 그럼에도 시간은 멈추지 않았고, 나는 하루하루를 지나 여기까지 왔다.
예전에는 한 해를 평가하려 들었다. 성공과 실패를 나누고, 잘한 일과 못한 일을 저울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그런 계산은 점점 무의미해진다. 삶은 언제나 예외로 가득했고, 최선을 다했음에도 결과가 따라주지 않는 날들이 더 많았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그래서 올해의 나는 묻지 않으려 한다. 왜 더 잘하지 못했는지, 왜 더 강해지지 못했는지.
대신 이렇게 말해본다.
도망치지 않았다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도 삶을 내려놓지 않았다고.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성실했고, 빛나지는 않았지만 정직했다고.
그것이면 충분하다고.
어쩌면 우리는 매년 같은 후회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방식으로 살아냈다는 증거를 쌓아가는지도 모른다. 후회가 있다는 건 아직 마음이 살아 있다는 뜻이고, 아쉬움이 남는다는 건 여전히 더 나아지고 싶다는 뜻이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이 감정들조차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오늘, 떠나는 해를 붙잡지 않으려 한다. 더 잘 살지 못한 이유를 캐묻지도 않겠다. 그저 조용히 등을 토닥이며 인사하고 싶다. 수고했다고, 여기까지 오느라 애썼다고.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결과가 뚜렷하지 않아도, 나는 분명 하루도 빠짐없이 이 시간을 건너왔다.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도 달라지고 싶다. 큰 다짐 대신 작은 여백을 품고 싶다. 더 잘 살아야겠다는 다짐보다는, 덜 자신을 몰아붙이겠다는 약속을 해본다. 조금 느려도 괜찮고, 가끔 멈춰 서도 괜찮다고 말해줄 수 있는 한 해를 맞고 싶다.
그래서 오늘, 나는 나에게 이렇게 인사한다.
여기까지 잘 왔다고.
끝까지 와줘서 고맙다고.
그리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다음 해로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