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사람의 삶이 한 가문이 되기까지
내 증조할아버지는 가난한 농가의 여섯 남매 중 맏이로 태어났다.
가진 것이라곤 몸 하나, 그리고 지게 작대기 하나뿐이었다고 한다.
그 작대기 하나로 산을 오르고, 밭을 일구고, 하루의 무게를 견뎌냈다.
어릴 적 왕고모 할머니의 말씀이 지금도 귀에 남아 있다.
“너희 노할아버지는 너무 가난했지.
그래도 지게 작대기 하나로 땅을 일구고, 자식을 키우고,
그 자식이 또 자식을 낳는 것까지 다 보고 가셨어.”
지게 작대기는 단순한 나무 막대기가 아니었다.
넘어지지 않기 위해 짚는 버팀목이었고,
삶이 너무 무거울 때 몸을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의지였다.
그 작대기를 짚고 일어서며 하루를 시작했고,
또 그 작대기에 몸을 실은 채 하루를 마무리했을 것이다.
나는 오십이 넘은 지금까지도 그 마지막 장면을 잊지 못한다.
여든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꼴망태를 지고,
지게 작대기에 몸을 의지한 채
해 질 녘 노을빛을 등지고 신작로로 들어서던 그 뒷모습.
말은 없었지만, 그 등에는 평생을 버텨낸 시간이 고스란히 얹혀 있었다.
그분은 부자가 아니었고,
큰 이름을 남긴 사람도 아니었다.
그러나 지게 작대기 하나로 한 가족을 일으켜 세웠고,
한 세대를 다음 세대로 건네주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대한 삶이었다.
이제 나는 안다.
지게 작대기의 의미는 가난을 견딘 도구가 아니라,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거라는 것을.
오늘 내가 두 발로 서 있는 이 자리에도
그 나무 작대기의 온기가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