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大寒), 가장 추운 날에 배우는 것

― 추위는 끝이 아니라 준비다

by 홍승표 승우담

겨울에 제일 추운 날, 大寒

온 세상이 숨을 멈춘 듯 꽁꽁 얼어붙는다.


바람은 매섭고, 길 위의 발자국마저 오래 남는다.

이쯤 되면 추위는 더 이상 계절이 아니라 인내가 된다.



이상하게도, 가장 추운 날에는

봄이 가장 가까이 와 있다.

아직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땅속에서는 이미 방향을 정해둔 움직임이 시작된다.



씨앗은 얼어붙은 흙 아래에서

자신이 피어날 시간을 알고 있다.

사람의 삶도 꼭 이와 같다.

모든 것이 멈춘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



아무것도 풀리지 않는 날들 속에서

우리는 종종 스스로를 의심한다.

“이 추위가 끝나긴 할까?”

“지금 이 시간에도 무언가 나아지고 있을까?”



그러나 대한은 말없이 알려준다.

가장 차가운 날이 지나야

계절은 다음 장으로 넘어간다는 것을.

지금의 정적은 실패가 아니라 준비이며,

멈춤이 아니라 축적이라는 것을.



나무는 그 사실을 안다.

그래서 서두르지 않는다.

눈을 뒤집어쓴 채로도

봄의 순서를 어기지 않는다.

때가 오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잎을 내고 꽃을 피운다.



우리도 그러면 된다.

지금이 춥다면,

지금이 유난히 길게 느껴진다면,

그건 봄을 준비하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대한이 지나면

추위는 서서히 힘을 잃는다.



아직 바람은 차지만

빛은 분명히 달라진다.

오늘을 버티는 일은

내일을 미루는 일이 아니다.



오늘을 견디는 일은

이미 봄을 향해 걷고 있다는 증거다.

꽁꽁 언 이 계절 끝에서

나는 조용히 믿어본다.



이 추위가 지나면,

우리의 삶에도 반드시

다음 계절이 온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