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으면 나는 그 시절의 아이가 된다
이름만 불러도 은은한 연기처럼, 잊고 있던 기억이 가슴 깊은 곳에서 피어오른다.
향산을 등에 지고 낙동강을 바라보며 뛰놀던 그 시절의 나는
세상 무엇보다 자유롭고 맑은 아이였다.
향산의 능선은 지금도 내 마음속에 고스란히 살아 있다.
아침마다 자욱하게 피어오르던 물안개,
강가를 스칠 때마다 옷깃을 적시던 바람,
그리고 햇빛 아래 잔잔히 흐르던 낙동강의 물결.
그 모든 풍경이 내 인생의 첫 페이지를 따뜻하게 채워주었다.
어른이 되어 먼 길을 돌아왔지만
향산에 올라 낙동강을 바라보면
시간은 흐른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춰 서 있다가 다시 이어지는 것만 같다.
물결은 예전처럼 부드럽고, 바람은 그때처럼 맑다.
강물보다 더 먼 길을 걸어온 나를
고향은 아무 말 없이 품어준다.
가끔은 삶이 지치고 마음이 흔들릴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는 연향의 강가를 떠올린다.
흐르는 강물처럼 걱정도 잠시 흘려보내라며
어깨를 토닥여주는 듯한 그 고요함.
내가 어디에서 왔고, 어떤 길을 걸어야 하는지
고향은 늘 잔잔한 침묵으로 대답해 준다.
연향은 단순한 지명이 아니다.
내 마음을 지켜주는 뿌리,
인생의 바람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게 해주는
따뜻한 기억의 강가다.
오늘도 나는 멀리서 그곳을 떠올린다.
향산을 등에 지고 낙동강을 바라보던 그 풍경이
지금도 눈에 선하게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