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 신선대에서, 해가 지는 시간에

산이 가르쳐준 조용한 용기.

by 홍승표 승우담

늦은 오후의 햇살이 산 능선을 부드럽게 쓰다듬고 있었다.

도봉산 신선대 정상, 726m.

그 작은 숫자 속에 담긴 하루의 걸음과 숨, 그리고 마음의 이야기들이

노을빛에 물들어 천천히 내려앉았다.


산 정상에 서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올라오기 전에는 결코 알 수 없었던 풍경들—

바로 앞의 바위, 길게 드리운 그늘,

멀리 겹겹이 쌓여 있는 산맥의 흐름까지.

마치 우리의 삶도 그렇다.

걸어보지 않으면, 그 길 끝에서 바라볼 수 있는

시야와 의미를 결코 알 수 없다.


정상에서 바라본 세상은

어떤 순간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준다.

하루의 피곤함도, 작은 성공도,

때때로 무거운 마음조차

이 거대한 자연 앞에서는

그저 ‘지나가는 구름의 한 조각’ 일뿐이다.


하지만 그 작은 조각들이 모여

우리 인생의 하늘을 만든다.

마침내 노을빛이 펼쳐지는 순간,

우리는 깨닫는다.

삶이란 거창한 무엇이 아니라

오늘 하루를 무사히 걸어온 나를

따뜻하게 끌어안아 주는 조용한 위로라는 것을.


산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우리를 낮추게 하고, 동시에 넓게 만든다.

지금 서 있는 이 자리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

내가 바라보는 저 멀리의 빛이

또 다른 하루를 살아갈 용기가 된다는 것.


해는 곧 지고, 세상은 다시 어둠을 맞이하겠지만

우리가 산에서 얻은 작은 빛은

내일의 길을 밝히는 등불이 된다.


오늘, 신선대의 노을 아래에서

나는 다시 마음을 다진다.

한 걸음씩, 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내 인생의 산길을 끝까지 걸어가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