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거리를 걸으며

– 부슬비 속에서, 나를 돌아보다

by 홍승표 승우담


가로등 불빛이 젖은 도로 위에 조용히 번진다.


회색 하늘 아래, 부슬부슬 내리는 비는 소란스럽지 않다.


그저 조용히,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내 어깨 위에 내려앉는다.



우산을 접고 빗속을 걷는다.


바닥에 고인 물웅덩이, 바람에 흩날리는 빗줄기,


그리고 차창에 맺혀 흐르는 물방울들이 내 지난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어느 날엔 웃었고,


어느 날엔 울었으며,


또 어떤 날엔 그저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던 날도 있었다.


그 모든 시간들이 지금 이 비처럼 조용히 나를 적신다.



살아온 길은 항상 반듯하진 않았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헤매던 날들,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힘을 냈던 순간들,


무언가를 잃고서야 비로소 소중함을 알았던 날들이


이 조용한 빗속에서 다시 마음속을 두드린다.



빗방울이 마음의 먼지를 씻어내듯,


이 순간 나는 다시 나를 바라본다.


조금은 지쳐 있었던 마음,


조금은 굳어 있었던 웃음을


이 빗속에서 다시 꺼내본다.



사람은 왜 가끔 비 오는 날이 되면,


조용히 걷고 싶어 질까.


그건 아마도,


비가 말없이 우리를 안아주기 때문이 아닐까.



오늘의 이 빗속 걸음은,


어쩌면 내가 나에게 건네는 작은 위로인지도 모른다.


괜찮다고, 잘 살아왔다고.


그리고 앞으로도 충분히 괜찮을 거라고.​


작가의 이전글도봉산 신선대에서, 해가 지는 시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