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닿는 길.
유정천리(有情千里).
정이 있으면 천 리라도 멀지 않다는 뜻.
오래전 유행가의 멜로디 속에서 들려오던 그 말은,
세월이 흐른 지금 다시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린다.
가련다, 떠나련다—
노랫말은 이별을 말하는 듯하지만
그 속엔 묘하게도 고향으로 향하는 한 줄기 숨결이 있었다.
어린 두 손을 잡고
감자 심고, 수수 심고
두메산골에서 흙냄새 베어가며 살던 그 시절처럼.
그때의 산골은 참으로 소박했다.
봄이면 어린이들의 웃음이 밭고랑 사이로 흘렀고,
여름이면 저녁연기 속에 어머니의 부름이 들렸다.
가을이면 수수 붉은 결이 바람에 흔들렸고,
겨울이면 눈 쌓인 마을길이 고향을 더 포근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계절은 삶을 가르쳤고,
정(情)은 자연스럽게 뿌리내렸다.
세상은 변하고, 나도 변했지만
노래 한 구절이 문득 불러낸 기억은
마치 어제처럼 생생히 되살아난다.
그 시절의 따스한 손길,
흙을 움켜쥐던 어린 날의 온기,
멀리 떨어져 있어도 끊어지지 않는 마음의 실타래.
그 모든 것이 바로 ‘유정천리’였다.
멀리 있어도 그리움은 멀어지지 않는다.
시간이 흘러도 정은 옅어지지 않는다.
길이 아무리 멀어도
돌아가고 싶은 자리는 언제나 같은 곳,
내 삶의 뿌리가 묻힌 고향이다.
오늘, 오래된 유행가 한 줄이
내 마음을 다시 두메산골로 데려간다.
그곳에서 나는 다시 아이가 되고,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따뜻한 흙을 손에 쥔다.
정이 있는 사람과 땅이 있었다.
그래서 유정천리는
이별의 말이 아니라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마음의 고향을 의미하는 말인지도 모른다.
지금도 나는 알고 있다.
그 길은 멀지만,
정이 있어 천 리도 한 걸음처럼 가벼운 길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