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숨결을 품은 노래
아리랑을 들을 때면 참 신기하다. 같은 후렴, 같은 가락을 갖고 있으면서도, 지역마다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선 아리랑은 깊은 산골짜기에서 울려 퍼지는 듯한 애절함이 있고, 밀양 아리랑은 힘찬 들판의 바람처럼 흥이 넘친다. 진도 아리랑은 굽이치는 파도처럼 장단이 살아 있고, 경기 아리랑은 한없이 부드럽고 단정하다.
나는 이 차이를 볼 때마다 아리랑이 단순한 노래가 아니라 그 지역 사람들의 삶과 성정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삶의 기록’이라는 생각을 한다. 같은 민족이지만, 자연이 다르고 역사적 경험이 다르니 아리랑도 자연스레 각자의 색을 띠게 된 것이다.
두메산골에서 태어난 아리랑은 험한 산길처럼 가락이 길고도 깊다. 사랑하는 이를 보낼 수밖에 없었던 삶의 한이 절절히 스며 있다. 하지만 어떤 고장은 그 한을 그대로 품지 않았다. 흥으로, 웃음으로, 놀이로 바꾸며 살아내야 했던 삶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진도의 아리랑을 들으면, 고된 삶 속에서도 “그래도 오늘은 함께 어깨를 맞대어 부르자”라는 따뜻한 손짓이 느껴진다.
나는 이런 점에서 아리랑이야말로 한국인의 정서적 스펙트럼을 가장 잘 보여주는 노래라고 생각한다. 애절함만 있는 것도 아니고, 흥만 있는 것도 아니다. 슬픔이 흥으로 바뀌고, 흥 속에 다시 한이 스며드는, 그 미묘한 결이 바로 우리 민족의 마음이 아닐까.
지역마다 다른 아리랑을 따라 걷다 보면, 마치 전국 여러 마을을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각기 다른 풍경과 사람들, 그 속에서 오래도록 숨 쉬어 온 이야기들이 겹겹이 들려온다. 그 길 위에서 나는 깨닫는다.
아리랑은 똑같지 않아서 아름답고, 서로 달라서 더 넉넉한 노래라는 것을.
그래서 앞으로 만들어질 새로운 아리랑도 그랬으면 한다. 어느 지역의 말투를 빌릴지, 어떤 장단을 품을지 몰라도, 각자의 삶과 감정이 자연스레 배어 나오는, 진짜 사람의 노래로 남았으면 한다.
아리랑은 결국 우리 마음의 풍경을 담는 그릇이니까.
그 그릇은 시대가 바뀌어도, 지역이 달라도, 여전히 따뜻하게 우리를 품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