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다림을 심어두는 마음.
“묏버들 가려 꺾어 보내노라.
임의 손대 자시는 창밖에 심어 두고 보소서.
밤비에 새잎 곧 나거든 날인가도 여기소서.”
홍랑의 시는 짧지만, 그 안에 담긴 마음은 한 사람의 생을 적실만큼 깊고 절절하다.
버들가지를 꺾어 보낸 마음은 단순한 안부가 아니라,
입 밖으로는 차마 말하지 못했던 사랑의 모든 결을 대신 전한 것이었다.
그녀는 임이 손대는 창밖에 작은 버들가지를 심어두라고 했다.
그 가지가 뿌리를 내리고, 밤비에 젖어 푸릇한 새잎이 돋아날 때,
그 순간만큼은 자신을 떠올려 달라는 부탁.
다시 올 수 없는 사랑임을 알면서도,
자신이 남긴 작은 흔적 하나가
그의 일상 한편에서 살아 있기를 바라는 마음.
그 마음이 얼마나 고요하고, 또 얼마나 쓰라린지
읽는 이의 가슴까지 저릿하게 만든다.
사람은 누구나 사랑 앞에서 약해지고,
떠나야 하는 순간 앞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홍랑은 사랑의 마지막을
이별이 아닌 기다림으로 남겼다.
“잊지 말라”는 말도,
“돌아오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새잎이 돋을 때
그대가 나를 ‘여길’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듯.
아마 그녀의 사랑은
함께할 수 없었기에 더 맑아졌고,
손을 잡을 수 없었기에 더 깊어졌을 것이다.
버들가지는 결국 시든다 해도,
그 마음만은 바람결에 오래도록 남아
읽는 이에게까지 이어진다.
오늘 우리의 삶에서도
누군가에게 조심스레 건네는 감정이 있다.
말로 하지 못하지만,
작은 행동이나 사소한 흔적으로 표현하는 마음.
그 마음이 결국 누군가의 창가에서
새잎처럼 돋아날 때,
그 또한 사랑의 또 다른 형태가 된다.
홍랑의 시는 우리에게 말한다.
이루지 못한 사랑도 아름답다고.
전해지지 못한 마음도 의미가 있다고.
그리고 때로는
한 줄의 시가
평생의 그리움을 대신해 준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