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가 들려주는 음악

by 홍승표 승우담

겨울비가 들려주는 음악

오늘은 비가 내립니다.

겨울비답게 공기엔 차가운 숨이 스며 있고, 하늘은 잔잔한 회색빛으로 내려앉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비는 스산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고요한 운무가 살포시 걸려들며 풍경을 더 따뜻하게 감싸 줍니다. 마치 계절이 건네는 작은 위로처럼 말이죠.


빗방울이 지붕을 두드리는 소리는 어느새 하나의 선율이 됩니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겨울비만이 낼 수 있는 담백한 리듬. 길가의 고목들을 스치는 빗발은 잔잔한 현악기처럼 떨리고, 물웅덩이에 떨어지는 빗방울은 낮은음으로 깊게 퍼지며 하모니를 이룹니다. 그 속에서 나는 문득, 비가 세상 전체와 합주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때 문득, 어딘가에서 산새 한 마리가 비를 가르며 날아오릅니다. 젖은 날개를 펼치고 도약하는 그 모습은 겨울 하늘 속으로 스며드는 작은 음표 같았습니다. 새의 울음소리와 빗소리가 겹쳐지며 하나의 음악이 되어 귀를 간질입니다. 마치 자연이 준비해 둔 비밀 연주회를 혼자만 듣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나는 우산을 잠시 접고 그 소리를 온몸으로 들어 봅니다. 차가운 비가 이마에 닿아 스며드는데, 오히려 마음은 이상하리만큼 따뜻해집니다. 비가 전하는 이야기 때문일까요. 지난 계절들을 씻어내고, 다시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라는 다정한 말처럼 들립니다.


오늘의 겨울비는 쓸쓸함보다 깊은 평온을 품고 있습니다.

내리는 빗속에서 흘러나오는 이 조용한 음악을 들으며, 나는 다시 한번 마음을 고요하게 비워 봅니다.


때로는 이렇게, 계절이 들려주는 음악을 잠시 멈춰 서서 들어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위로받을 수 있다는 것을—

오늘의 겨울비가 조용히 알려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