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은 고향, 마음속에 흐르는 강.
뒷동산을 오르면 멀리 모래밭이 가득 펼쳐진 강이 보이곤 했다.
햇빛을 머금어 반짝이던 그 강은, 어린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바다였다.
아무것도 없지만 모든 것이 있었던 내 고향.
그 언덕 위에서 나는 세상 부러울 것 없이 놀았다.
바람은 언제나 따뜻했고, 풀잎은 내 발끝에 와닿으며 인사를 건넸다.
강가에서 뛰놀던 친구들의 웃음소리는 하루의 풍경을 완성하는 배경 음악처럼 흘렀고,
저물어 가는 노을 속에서도 우리는 끝까지 놀아야만 직성이 풀렸다.
그 시절의 나는 참 단순했다.
주머니엔 작은 돌멩이 몇 개, 마음엔 다음 날의 꿈 몇 개.
그게 전부였는데도 세상 누구보다 풍족했다.
집으로 돌아오면 엄마가 부르는 저녁밥 냄새가 골목 끝까지 흘러나오고,
강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개 짖음마저도 나에게는 평화의 신호처럼 느껴졌다.
이제는 그 언덕을 떠난 지 오래고,
모래밭의 강도, 친구들의 목소리도 현실에서는 점점 희미해져 간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시절은 꿈속에서는 늘 선명하다.
투박한 웃음, 해가 지도록 뛰어놀던 발걸음,
강물이 반사하던 빛까지도 생생하게 나를 맞이한다.
아마도 그곳이 내 마음속의 ‘처음의 집’이기 때문일 것이다.
돌아갈 수는 없어도, 잊을 수는 없는 곳.
언제나 내 안에서 조용히 흐르고 있는 강.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한다.
그때의 웃음이 지금의 나를 살게 해주는 힘이 아니었을까.
그 시절의 따뜻한 햇살이 오늘을 견디게 해주는 온기가 아니었을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문득문득 그 언덕을 떠올린다.
그리고 미소를 짓는다.
내 어린 시절은, 그렇게 여전히 나의 꿈속에서 살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