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두고 싶은 작은 기억.
아들방 한쪽에는 낡은 피아노가 있다.
이제는 건반도 누렇게 빛이 바래고, 뚜껑을 열 때면 약간의 삐걱거림이 먼저 인사를 건넨다.
그 피아노는 오래전, 어머니가 우리 아이들을 위해 사주신 것이다.
손주들이 악보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을 상상하며, 당신은 기쁜 마음으로 그 무거운 물건을 집 안으로 들여보내셨다.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집 안에는 늘 피아노 선율이 흘렀다.
틀리기도 하고, 서툴기도 했지만
그 소리는 이상하게도 집을 더 따뜻하게 만들었다.
저녁 무렵, 창밖이 어두워질 즈음 들리던 그 음들은
하루의 피로를 덜어주는 작은 위로였다.
아내는 어느 날 말했다.
“자리도 많이 차지하고, 요즘은 거의 안 치잖아. 팔까?”
그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피아노는 무겁고, 아들방 한쪽을 고집스럽게 차지하고 있다.
이제 아이들도 커서 각자의 세계로 바빠졌고
집 안에 음악이 울리는 일도 드물어졌다.
그래도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냥 두자.”
이유를 길게 설명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 피아노를 바라볼 때마다,
나는 어머니를 느낀다.
손주들을 향한 당신의 마음,
말없이 건네던 사랑,
그리고 ‘이 집이 늘 웃음과 소리로 가득하길’ 바랐던 소망이
그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언젠가는, 정말 언젠가는
그 피아노를 정리해야 할 날이 오겠지.
세월 앞에 영원히 붙잡아 둘 수 있는 것은 없으니까.
그럼에도 지금의 나는
그 자리에 그대로 두고 싶다.
어머니의 숨결이 깃든 물건을
값으로 환산해 보내고 싶지 않다.
아들방의 피아노는
더 이상 연주되지 않는 악기일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여전히
사랑을 연주하는 기억이다.
그리고 그 기억이 있는 한,
나는 오늘도 조용히 피아노를 남겨둔다.